시린 몸은 잔잔한 평정이었다
시린 몸과 쓰라린 목, 뜨거운 머리로 매번 반성하게 되는 게 감기인가 싶다. 결국 지나갈 것을 알아도, 나는 왜 또 춥게 다녔는가에 대한 회한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익숙한 고통이 찾아오니 말이다.
제철 방어를 먹자고 먼 도시까지 가서 먹었던 저번 주의 내가 참 후회스러웠다. 글도, 운동도, 공부도 친구들과의 모임도, 모든 일상에 제동이 걸린다는 건 무척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만의 감기일까. 2~3년은 된 것 같다, 이런 지독한 감기는. 어릴 적에는 감기를 달고 살아서, 차가운 하얀 벽들이 둘러싸인 병원을 참 많이 갔었는데. 매 순간 짜증이 날 정도로 아팠던 그때는, 병원에 가는 게 참 곤욕스러웠다. 더욱 아파지는 기분이었달까.
그렇게 오랜 기간, 횟수를 경험한 감기를 다 커서도 지독하다고 표현할 정도라니 머쓱한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몹시 아팠다. 5일 정도를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기만을 했다. 병원을 방문해서 구원 같은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은 것 이외에는.
그래도 이전보다는 아프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은 더욱 아팠던 기분이었는데, 마음은 평온했었다. 옆에 누군가 있는 것도, 아프지 말라는 둥 빨리 나으라는 둥의 응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어릴 때는 아픈 거를 티 내서 참 관심받고 싶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과거 감기는 참 고독했었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많은 지인들이 응원을 해줘도 말이다. 내가 아픈 것을 나눠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아프니 심통을 부리려던 것 같다. 사실 아프면 고독하다고 하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지금은 단지 어느 정도 초연해진 걸까. 아픈 것도, 기쁜 것도, 행복한 것도. 누군가의 응원을 받으면 좋으면서도, 갈구하지 않으려는 내 모습이 마음에 썩 든다. 오로지 내 사람을 위한 응원을 풀어내고 싶은 욕심만이 가득한 지금이라서. 내 몸과 감정을 아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든든한 방파제가 생긴 것 같다. 스스로에게.
아파도 스러져가려고 하지 않는, 긍정적인 내 모습을 사랑한다. 짧게 스쳐가는 글로 다시 재충전을 가지며, 더 완연한 휴식을 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