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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비행을 앞두고

by 훈자까

한 차례의 썰렁한 감기를 맞이하고 나니, 어느덧 내 삶에서 두 번째 제주도 방문을 앞두고 있다. 요즈음 제주 한 달 살이나 심심하면 비행기표를 끊고 놀러 가는 곳이 제주도라는데, '지금까지 무얼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학창 시절 이후로 간 적이 없으니까, 얼굴이 좀 뜨거워졌다. 젊을 때 경험도 많이 해보고, 체력 남을 때 어디든 가봐야 한다는 스쳐가는 모든 이들의 조언 아닌 조언이 떠올랐다.


남 못지않게, 부러웠다. 사실은 말이다. 남들보다 휴식이 많이 필요한 것도, 자기 관리에 투철한 것도 참 좋았었다. 하지만 세월에 비례한 경험의 축적은 내 기준에서는 불만족스러웠다. 아무리 복기를 하고 어떠한 상황에 있어서 대담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실제 기억이 있고 경험이 많은 것을 이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무언가가 익숙해서 담담해 행하는 누군가들을, 내 밤하늘의 동경으로 삼았지 않았는가.


사실 유명한 섬을 가본 적이 없을 뿐이지, 어딘가를 가보지 않고 무언가를 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동경의 편린이라도 쫒기 위해서 행해왔던 지난 시절이 그간의 삶에서 꽤나 기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러나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모든 것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누구보다 백색의 개인주의를 지향했던 삶이었으나, 실제 내 기호가 미디어의 부산물을 원한다는 느낌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갈증이 생겼고, 부러웠겠지.


밤하늘이 떠있는 별의 높이가 너무나도 아득해서. 또 경험해보지 않은 남의 떡은 훨씬 커 보이기에, 더 채워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하지만, 어느 순간에 또 매몰되어 조급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타인의 삶을 잣대로 하여 나를 채찍질하는 것은 몹쓸 행위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익히 알았음에도. 그만큼 주위의 소리와 눈에 사로잡히는 화려한 것들이 무서웠다.


'익숙하게 본 것들이니까 커다란 감흥은 없을 것 같은데.'라는 태도에도 속마음은 무언가가 나를 더욱 바꿔줬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살다 보니, 기대하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긴 게 확실하다.


글이 발행되는 일요일이면 이미 이튿날을 맞이하고 있을 나 자신에게, 담담히 잘 즐기고 오라는 인사를 건넨다. 잔잔하게 흐르기만 하든, 무언가를 느끼고 오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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