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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Jul 02. 2021

나는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 #02

 공감 능력이라고 하던가,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을 자신에게 이입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겪은 것처럼 직접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공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신은 같은 시간에 새하얀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저 사람, 그리고 칠흑 호수 속으로 끊임없이 잠수하는 이의 감정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나요.


 나는 원래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MBTI로 친다면 'I'로 시작하는 성격 유형이었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선뜻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나에겐 워낙 어려운 일이었다. 대신 주도하기보다는 살피고 조율하기를 택했다. 왁자지껄한 다수 혹은 오순도순한 소수의 인원에서도 난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살피는 편이었다. 이런 점 덕분이었을까, 내가 시작한 소극적인 공감이 주위 사람들의 공감을 부탁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감이라는 감정을 이끌어 내면서 한 가지 명확한 점이 생겼다. '공감'과 '이해'는 연관성을 지니고 있지만 확실한 구분선이 있다는 것. 이해를 거쳐서 공감에 도달하는데, 백 퍼센트의 완벽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사실 불가능이자 욕심이었다.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머리, 공감하는 것은 마음이라고 비유할 수 있겠다. 난 최대한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비추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를 만났다. 원래 학창 시절부터 알고 있던 친구였는데, 군 복무 시절 우연히 전한 안부 한 통이 인연이 되어 만남이 이루어졌다. 알고 있었다고 해도 학창 시절의 기억이 대부분이었기에,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뭔가 더 어색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을 깨고 조금 어색하지만 꽤나 즐거운 첫 만남이었다. 느낌이 딱 그랬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친구. 그때부터 우리 만남은 시작되었다.


 둘 다 술을 즐겨 마셨기에 소위 말하는 '술친구'가 되었다. 당시 1주일에 한두 번은 꼭 보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에 대해 수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알아가면 갈수록 미묘한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외유내강, 궁극적인 인간상을 외유내강을 바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참으로 좋은 사자성어이다. 하지만 달랐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과 달랐다. 외유내강의 정반대인, 외강내유의 사람이었다. 무수히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갈등과 선택 사이에서 확고한 가치관으로 자신만의 확실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런 모습을 보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고 자책하는 나 자신에게 가치판단의 다른 시야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처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하던가. 외적으로 강한 모습에 생채기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오해했었다. 친구는 강할 수밖에 없었다. 생채기를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붉은 자국들이 존재했다. 자국들이 모여서 단단한 갑옷을 만든 것 같았다. 정말로, 마음이 쓰라렸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 친구는 하늘이나 호수에 살지 않았다. 바다에서 둥둥 떠있는 사람이었다, 항상 가라앉고 수면으로 올라오기를 반복하는. 민물고기는 바다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드넓은 바다의 지평선을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남들과는 다른 깊고 높은 감정 폭을 가지고 있었다. 생채기는 별 거 아닌 듯이 휙휙 넘기려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게 일상인 것처럼 여기는 모습에 반창고를 건네주고 싶었다.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인데, 상처투성이의 갑옷을 입고 있으니 얼마나 버겁고 무거울까. 


 깊은 폭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하늘은 얼마나 높아 보일까. 최정상이 아닌 디딜 수 있는 지면도 높아 보이지 않을까. 네가 가진 행복의 고도가 낮아졌으면 좋겠다. 구덩이를 채워 넣어 평평한 지면에 올라서길 바란다. 생채기 같은 행복도 무감각하게 휙휙 넘기는 것 같은 모습을 보았을 때도 너는 덤덤해 보였다. 서글프지 않아 보여도 그런 서글픔조차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넘기려는 것 같았다.

  



 현재에도 우리는 자주 만나는 '절친'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행복해하는 지금의 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단연코 너라고 나는 말한다. 나에게 가장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게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하루의 기분을 점치는 것 같은 너의 나날 중에 나는 행복을 불러오는 부적 같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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