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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 노트

떨림

by 훈자까

손편지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쓰려고 할 때면, 비록 '다 있는' 상점이라도 심사숙고해서 편지지를 고르려고 한다. 그 상대를 위한 최소한의 정성이라고 생각해서. 혹은, 기간에 맞춰서 인터넷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까탈스러운 선생님이 되어서 채점을 하는 기분이랄까.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는 것은 더욱이 즐겁다, 아이가 순수한 선물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예정된 것이든, 혹은 깜짝 선물이든. 한 자 한 자 적을 때, 그 펜의 떨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 마음이 기특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직직 그어서 지운 자국이 보인다. 그 자국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어떤 이는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어질 때의 그 아쉬운 한숨과, 날것 그대로의 진심을 선명히 볼 수가 있어서.


누군가와 떨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 시기는, 깊고 진한 향취를 꼭 남기더라. 또 언젠가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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