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의 동기부여 #05
어느덧 이번 주가 지나면 인턴 생활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된다. 곧 통장에 찍힐 급여에 대한 물결보다 어떤 일을 주기적으로 실행하다 보면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 먼저 밀려왔다.
"시간 참 빠르다. 새해라고 작년을 회상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이 다 갔네."
이제는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서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오가는 발걸음에 과도한 긴장감이 담겨있진 않았다. 업무로 혼잡한 부서의 분위기에서 동기부여를 자연스레 찾는 나였으니 당연할 만도 하다.
첫 달의 마지막 주는 더욱 생각을 정리하라고 누군가 시킨 듯이, 부서에 있는 의자들이 텅텅 비어있었다. 대부분의 연구원분들이 교육 일정이 있어서 회사로 출근을 안 하신 탓이었다.
3명, 혹은 4명의 인원이 고요 속에서 변함없이 열정적인 업무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감이 컸다. 갑작스럽게 잔잔해진 부서의 분위기를 보니 내가 출근하는 곳에 대한 거리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급속도로, 이런 분위기의 낭만이 찾아왔다.
타닥타닥 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간간히 울리는 업무 전화만 퍼지는 지금, 나는 또 몰두하는 마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평안에서 차분함과 낭만을 찾는 것은 대부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전 급박한 순간에서도 나는 낭만을 찾았고 기뻐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반신반의, 아니 사실 마음은 전의(全疑)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재는 문연일체(文然一體)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것은 압박감과 긴장감을 잘 극복해내고 동기부여의 피드백을 얻어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사실 한 순간에 느슨해질까 하는 불안감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No pain, No gain이라는 문장처럼. 느슨함에 대한 평상시의 긴장감, 더 필름을 앞당겨서 처음의 쓰나미와 곧 마음에 울리는 지진 또한 고통이었으니까 말이다. 부정적인 결과를 대비하는 나의 모든 것이 성취에 대한 필수적인 과제가 된다. 그리고 고통은 과제의 준비물로 동기부여를 선사해준다.
몰두하는 바다를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을 때쯤, 건너편의 연구원분이 나를 부르셨다.
"훈 씨, 오늘 전화 몇 통 당겼어요?"
"다섯 통 정도 받은 것 같습니다."
"오늘 밥값보다 더 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런 날은 놀아요."
그러고는 서로 웃음이 퍼져 나왔다. 평상시 전화를 많이 당겨 받는 편은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있어 평상시의 바쁜 전화는 남은 이들의 몫이었다. 그러고는 뒷좌석에 계시던 연구원께서도 얘기에 참여하셨고, 잠깐의 조용한 사담의 장이 열렸다.
하늘 창창하고 햇살이 포근하게 비치는 휴일의 아침, 브런치와 함께 마시는 티타임 같은 분위기였다. 몽실하고 따뜻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마음에서 찌잉하며 울리며 사회생활이 아닌, 진짜 나 자신의 웃음이 나왔다.
다른 분들이 무지개라도 목격하신 듯, 스마일 피드백은 조금 더 시간을 늘렸다.
내 생활에 항상 배어있기를 바라는 낭만이 꼭대기에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부스럭 부스럭 검은 숲을 헤치고 펼쳐진 부드러운 전등 속에서 외쳤다.
'이번 주 지나면 연휴 시작이야.'
악으로 버티고 녹초가 된 몸으로 연휴를 맞을 미래를 생각했건만, 이번에 찾아온 그것은 나에게 찬란한 느낌이다. 다양하고 심오한 문장으로 행복을 갈망하는 모습이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이런 날에 파격적이고 단순한 문장도 나쁘지 않았다. 어릴 적 자주 먹던 불량식품, 맥주 사탕과 같은 짜릿함이었다.
먹구름 가득한 태풍을 걱정했었다. 태풍의 눈이 지나가고 짜릿한 전율을 살갗에 건네주었다. 최근 먹의 색깔이 칠흑에서 어느덧 찾아올 벚꽃의 분홍으로 바뀌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