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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 작가 May 23. 2022

인연과 신뢰의 상관관계

내가 만난 사람들 #06

 인연이란 일상에서 매번 접하는 것이자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이벤트일 것이다. 인생을 향해하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인연은 매번 선택의 분기점을 만들어낸다. 소중한 가족에서부터 시작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인연을 형성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처음부터 계획하여 진득한 인연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우연히, 혹은 가벼운 관계로 만나 흥미로운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지속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신뢰 가득한 사람이 자신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인간적인 뿌듯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을 것이다.




 단순하며 순수한 패기가 가득했던 대학교 2학년 시절, 그간 간직했던 인간관계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그간 가졌던 방식 또한 스스로의 평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캠퍼스 생활 특성상 수도 없이 지나가는 관계들에 왜 더욱 적극적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차올랐다. 그래서 평소에 데면데면했지만 좋게 생각해왔던 사람들에 있어서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지금의 순간이 지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게 자각한 것이 큰 이유였다.


 그중 평소 어려워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사람의 분위기가 나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에 용기 내어 연락을 했었고, 생각한 결과와는 다르게 털털하게 한 번 보자는 답장에 기쁨과 당황이 동시에 찾아왔다.

 



 인연을 위해 자신감을 가지는 일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또 하나의 인연은 지금까지 뭉근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한 번의 약속 이후로 군 입대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예민하고 암울한 상황을 겪었다. 감금된 것처럼 생활을 하니 성격 또한 많이 날카로워졌다. 신뢰가 굳건하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충격과 함께 끝없이 울적한 기분을 경험했었다.


 자주 덮쳐오는 가쁜 호흡과 회색으로 바뀌는 시야를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구렁텅이에서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친구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지내냐는 연락과 군 생활 중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었고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물론 그 정도야 뭘, 별 것도 아닌데라고 당사자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내색조차 버거웠던 당시의 나에게는 따스함을 많이 전해주었다.




 전역 이후에도 지금까지 근무하시는 업장에 종종 찾아갔었다. 감사함을 표현하면서도 가끔 일손을 도와드리기도 했었는데, 알아갈수록 대단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영업 특성상 업자가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고 듣고 하니 그 느낌은 배가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자기 관리를 비롯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저만큼의 투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 또한 주 6일, 혹은 그 이상을 미친 듯이 일에만 빠져본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놀라웠다. 항상 부족한 자기 시간에 예민해지고 관계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였는데, 친구는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껏 만난 이들 중에서 사람에 대한 것들을 몹시도 잘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얘기했어도 흘러 지나가듯이 얘기해 기억하지 못하는 것 또한 기억했었다. 자신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아, 이 사람은 인간관계에 항상 관심이 가있는구나 싶었다.


 주위에서 다른 친구들의 고민을 듣는 모습을 종종 보았었고, 그들이 이 사람을 신뢰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나 또한 고민이 생기면 하나둘씩 얘기를 했었고, 놀라울 정도로 나에 대한 성격을 잘 맞추었다. 비슷한 사람의 부류를 만난 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라는 사람의 성격을 이렇게까지 잘 파악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무척이나 신기했었다.




 또 고민거리가 생기면 감정에 잡아먹히는 나와는 다르게 친구는 사건에 있어서 객관화를 무척이나 잘했다. 사건의 순서와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정확했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려는 일이 생기면, 친구의 생각은 어떨까 라는 물음이 앞서는 적이 많았고 그래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나에게 항상 친밀하게 대해주었고, 필요 이상으로 챙겨준 적이 많아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 또한 돕고 싶은 마음이 컸었고,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있으면 흔쾌히 수락을 했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배우고 싶은 점이 많은 사람이다. 나 또한 사람 사이의 일에 항상 생각을 품고 살고 어느 정도 떳떳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자부하는 편이나 수시로 변하는 감정에 의해 중간 과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친구의 생각은 과정 전체를 비롯해 표현하는 결과 또한 나는 스스로 고개를 끄덕인 적이 많았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부족하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고, 더욱 극복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사람이다.




 바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최소한의 강인함을 잃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 사람에 있어서는 항상 일정 부분을 신경 쓰는 사람. 그리고 객관화가 뚜렷하고 정확한 사람.


 친형제와 그렇게 친밀한 사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내가 그간 형제 사이에서 동생으로서 상상했고 기대할 수 있는 피드백에 있어서 가장 밀접하고 현실적인 느낌을 준 친구였다.




 지금은 같은 지역에 있기에 종종 찾아갈 수 있는 환경에 있지만, 한순간에 환경이 바뀌는 것이 다반사이기에 만날 수 있을 때 더욱 인연을 다듬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성격적으로 많이 배웠고, 가끔 힘들어 보이는 모습에 안쓰러워했었다. 그리고 장난 식이었어도 자책하는 모습 또한 보았었는데,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을, 무엇보다 감정적인 번뇌에 있어서 얘기할 때마다 많은 짐을 덜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회고를 통해 또 한 번 내가 만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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