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의 이유와 미래의 불확실 사이에서
1달 전, 드디어 퇴사를 결정했다. 수십 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여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니 이제 서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후우, 숨 한 번 가다듬고.
"저, 퇴사하겠습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11월 말쯤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졸업 후 당장의 백수가 두려웠다. 그리고 금전적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 입사에 그렇게 많은 스펙적인 부분도 필요하지 않았으며 페이나 전망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작은" 회사였다.
그 이후로 6개월. 짧으면 짧다고, 길면 길었다고 할 수 있는 내 인생 첫 직장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퇴사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이었다. 주 5일 근무가 아니라 월마다 정해진 시간을 근무하는 것이었고, 당연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출근을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가 시간이 부족했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과 사람을 만나는 시간 자체도 빠듯한 감이 들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급격한 의욕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미 부족하다고 느끼는 여가 시간에서 하고 싶은 일, 글까지 쓰면서 모든 것을 다 챙기기에는 나는 그렇게 성실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간 배분이 철저한 완벽한 하루를 사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전 같았으면 크게 신경 안 쓰고 넘어갈 수 있는 업무적인 갈등이 점점 내, 외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고 귀한 휴일조차 아까운 시간을 몇 등분으로 쪼개서 계획했었다. 한숨이 났다. 이렇게 지내는 게 맞는 걸까, 정녕 나를 위한 길인가? 지금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빛나는 가망성을 지닌 미래를 오히려 지금의 내가 걷어차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진절머리가 났다. 입사 초기보다 오히려 출근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이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졌다. 그중 심한 날은 업무 중 갑자기 손이 떨리고 속이 갑갑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정말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나 보다.
"휴우, 그만두는 게 맞는 거구나. 정말로."
'너무 감정적으로 퇴사하는 건 아닌가. 다음 직장이 여기보다 좋은 환경이라고 100% 자부할 수 있을까. 만약 이직을 위한 시간이 길어진다면 어떡하려고. 그때의 추락하는 자존감과 찾아오는 무기력감은 감당할 수 있겠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또 후회할지도 몰라. 잘 생각해야 해.'
퇴사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다. 매일마다 급변하는 내 감정과 생각의 흐름 사이에서 항상 똑같은 답이 도출되는 걸 깨달았을 때, 드디어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내 인생에는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퇴사 후에는?"
이직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재에 오픈되어있는 공고 중에 몇 군데를 선택하여 지원을 했다. 1, 2차를 합격하고 면접 날짜도 잡혔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결과이든 간에 다른 길은 무조건 뻗어있다.
당장의 휴식이 가져다주는 해방감과 여유로움은 더없이 풍족했다. 주말에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났다. 부러워하는 시선도 많이 받았다. 오랜만에 행복 가득한 웃음을 지어보는 것 같다. 행복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휴식에 취하면 취할수록, 눈 깜짝할 새에 불안감은 몸집을 불려서 내 마음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미래가 이러한 결말은 아닐 것이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불안감을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바꿀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열정과 의지, 그리고 확고한 가치관을 믿는다. 당장의 여유에 홀려 또다시 눈 질끈 감은 한량 같은 삶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바라던 미래에 도착한 나 자신이 지금을 돌아본다면, 옳은 선택을 내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작은 불만이 켜져 있는 까만 골목길을 신기한 눈으로 살피며 거니는 기분이다. 흥미진진하고 소중한 내 인생의 씬을 그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