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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모어책방 Apr 27. 2021

영국인은 왜 집 사는데 1년을 쓰는가

외국인 노동자의 부동산 시장 관찰기

앞서 회고  썼던  전체 조회수의 1/3 이르렀다. 집이 무엇이길래. 집을  사람, 집을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바다 건너 들여다본다. 가끔 한국에 들어가면, 이제 친구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주식, 코인, 그리고 부동산 이야기들. 깊은 바다 물속에 잠겨있는 20대에 주고 받던 무슨 나라니 공의니 하던 이야기들은 그저 담론이  걸까. 아니,  삶의 결도  길이 아닌 걸까. 


갈라진 물길을 탐색하다 보니, 제대하고 한 연구원에서 인턴을 시작한 여름이 생각났다. 종로 5가에 위치한 낡은 사무실에서 보낸 두 달 남짓한 시간. 영세한 비영리 연구기관에서 페이를 받을 수는 없었다. 책 읽고 생각하는 일이 좋아 연구를 해야겠다 생각했던 시절, 인턴을 하는 동안 어디에서 지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여름 이사만 4번. 군에서 가져온 더플백과 수트케이스에 짐을 싣고 버스를 갈아타며 거리에서 방황하던 날들. 비가 내리던 여름밤, 버스정류장에서 친구 동생이 지내던 방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헤드라이트가 교차하는 서울의 길 양 옆으로 들어선 아파트들 사이 내가 쉴 곳은 보이지 않았다. 저 집들 중에 내 집이 없구나, 쏟아지는 비 속에서 담담하게 깨달았다. '재호씨, 왜 공부하려고 해요. 힘든 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요.' 회냉면을 점심으로 먹은 날, 독일을 거쳐 수십 년 공부하신 연구실장님의 한 마디도 그 깨달음을 확인해주었다.


덕분인지 그는 조금 다른 길 위에 서 있다지. 엄몰할 것 같이 둘러싼 새 아파트들 대신 2층 남짓한 낡은 100년이 넘은 건물들 사이로 2층 버스가 내달리는 길. 길이 만드는 도시의 경험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도시는 대형서점과 비슷하다. 무작정 들어가도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책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걸리고 몸도 힘들며, 적당한 책을 찾지 못할 위험도 있다. <유럽도시기행1, 유시민>


유시민 작가의 서문은 비단 잠시 여행을 스쳐가는 여행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라고 다를까. 아름다운 경험을 찾아가는 여행처럼, 한 도시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도 빠른 속도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집은 그 탐색의 미학을 집약한 객체이다. 대도시의 삶은 집을 잠만 자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지만, 개인이 가족으로 성장하면 그 집이 가지는 잠재적 수요를 깨닫게 된다. 침대와 TV만 있어도 괜찮던 공간에 소파나 식탁이 필요하게 되고, 제대로 된 부엌도 필요하게 되고, 아이를 누이고 함께 놀 공간도 필요해진다. 필요가 섬세해질수록 탐색도 신중해진다. 균일적인 주거공간을 가진 한국과 달리 영국은 집이 지어진 시기도, 상태도, 모습도 다 다르다. 이에 따라 영국인들의 탐색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필요와 현실, 그리고 집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된다.


평균 영국에서 집을 사는데 걸리는 시간을 6주에서 8개월이라고 하는데, 이건 원하는 집을 찾는 과정을 1-2주 정도로 본 경우(=정말 집을 급하게 구하는 경우)다. 실제로는 원하는 집을 찾는데만 수개월, 그리고 집을 사는 과정만 수개월 그 이상이다. 아마 한국 사람들이라면 원하는 집을 찾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예상하겠지만, 일단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일사천리를 기대할 것이다. 영국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신중한 탐색과정이 어느 정도 제도화되어있어, 내가 급하다고 내일 집을 살 수 없는 구조다.


한국의 집 사기는 대충 아래와 같다.


1. 매물 탐색

2. 방문, 구매 의사 전달, 계약서 작성 및 계약금 입금 (모두 당일)

3. 잔금 준비 - 모기지, 기존 집 처분 등

4. 이사 및 잔금 지불


영국은 이렇다.


1. 매물 탐색 후 뷰잉

2. 오퍼 넣기

3.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 결정

4. Conveyancing firm 컨택 및 법적 자문 진행

5. Surveyor 컨택 및 건축 자문 진행

6. 모기지 공식 오퍼 받기

7. 집 보험 가입

8. 이사날짜(Completion date) 협의 및 결정

9. 변호사에게 계약금 납입

10. 집 판매/구매계약서 교환

11. 법적 절차 마무리

12. 변호사에게 잔금 입금

13. 이사


계약서는 법적으로 집에 대한 권리를 획득하는 일이다. 위에서 보다시피 한국은 집을 보러 간 날 계약서를 쓰는데, 영국은 계약서를 모든 프로세스 끝에 이르러한다. 쉽게 말해 한국은 집을 사는 계약서를 쓸 때 따지는 것이 별로 없다. 나의 주민등록증과 계약금을 낼 여유만 있으면 오케이. 반면 영국은 따지는 것이 많다. 내가 집을 살 재정적 능력이 있는 지도 봐야 하고, 나의 재정이 깨끗한 경로로 확보된 지도 살펴보며, 그 집이 건강한 지도 살펴본다. 아래는 혹시 영국에서 집을 사실 분들을 위해 남기는 간단한 노트.




오퍼 넣기. 미국이나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오퍼는 넣을 순 있지만 우리가 구매자로 바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복수의 오퍼를 받아, 그중에 가장 나은 오퍼를 선택한다. 당연히 그 대답은 최소 1-2주 이후에나 온다. 다행히 우리는 지금 산 집의 첫 뷰어였는데, 놀랍게도 집을 파시는 분이 우리 교회를 다니는 분이었다. (우리는 늘 아이를 보느라 밖에 있어 몰랐는데, 할머니는 아이를 단번에 알아보셨다) 나온 가격보다 더 높이 오퍼를 넣을까 했는데, 부동산 아저씨가 안 그래도 된다고. 너희가 첫 뷰어니 그 가격대로 오퍼 하면 될 거라고 해서 했는데, 다음 날 바로 받아들여졌다.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 결정. 대부분은 집을 보기 전에 은행 또는 Mortgage advisor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대략 자신이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현재 시장의 조건이 어떤 지 알고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는 Mortgage advisor를 소개받아 진행했는데, 추천한 분의 이야기처럼 매우 프로페셔널하고 일처리가 깔끔했다. 이 친구의 특징은 수수료를 거의 안 받는 것에 있었다. 대부분 대출 금액의 0.3-0.4%를 뗀다고 하던데 이 친구는 고정 99파운드만. 덕분에 1.46% 정도에 5년 fixed rate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큰 스트레스가 없었던 과정.


Conveyancing firm 컨택 및 법적 자문 진행. 영국의 특징은 집 구매 과정에 법적 자문이 포함된다. 대부분은 대표 변호사가 있는 곳에서 paralegal 같은 친구들이 케이스를 담당한다. 이들의 가장 주된 역할은 1) 자금세탁 감시 2) 주택 및 소유에 대한 검색 (search)이다. 한국 부동산에서 등기부등본 하나 정도가 법적으로 검토할 만한 서류라면, 영국의 search report는 집의 소유, 전기, 환경, 배수, 가스 등에 대해 포괄적인 리포트가 온다. 어느 firm이나 이 부분은 비슷할 텐데 추천하는 건 그냥 동네에 허술한 곳을 선임하는 것이다. 자금세탁에 대해 엄격한 영국은 집을 구매하는 자금의 출처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본다. 크고 저명한 firm이라면 더 세밀한 증거를 요구하고, 그 증빙을 영국에서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증거들을 가져오는 일이 곤란해진다. 우리는 동네에 있는 허술한 사무실과 진행했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염려와 달리 요구사항이 까다롭지 않아 수월했다. 물론 처음부터 자금이 어떻게 올 지, 어떤 방법으로 증빙할 지도 상의를 했더니 신뢰를 얻은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약 £1,000 파운드 정도 드는 과정.


Surveyor 컨택 및 건축 자문 진행. 사실 구매자로서 survey는 필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survey report가 필수로 요구되는 모기지 회사/은행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survey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survey는 3가지 종류가 있다. 1) condition report 2) homebuyer report 3) building survey. 은행에서 하는 survey는 대체로 condition report로 집의 가치를 매기는데 초점을 맞춘다. 새 집의 경우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처럼 새 집이 아닌 집을 사는 경우는 homebuyer report나 building survey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니 사실 필수다. homebuyer report는 집에 결함이 없는지 상세하게 살펴본다. 천차만별인 영국 집인 만큼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있는데, 심각한 문제의 경우 수리 금액을 최종 계약금액에서 빼기도 하고 더 나아가 계약을 취소하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계약을 취소해야 할 만큼, 수리비가 상당히 나오는 문제가 발견될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구조적인 문제의 경우는 수리비가 몇백만 원 수준이 아니라 몇천만 원 또는 그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homebuyer report에서 전기 배선이 위험하게 진단이 되어서, rewiring을 수리 계획에 포함해야 했다.


이사날짜(Completion date) 협의 및 결정. 사실 영국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completion date를 협의하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chain free가 선호되는 것은 그만큼 영국에서 이사날짜가 물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법적, 재정적 절차를 거쳐 양측이 합의를 해도, 언제 이사가 들어갈지는 집에 대한 가격만큼 첨예한 협상의 대상이 된다. 어느 협상이나 그렇듯, 절박한 측이 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도 그랬다. 우리는 다행히 렌트를 하고 있었고 2달 정도만 미리 notice를 주면 돼서 여유가 있었다.


이 집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우리는 팬데믹 속에서 원래 집주인이 언제 새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무기한 기다렸다. 다행히 작년 여름에 영국 상황이 조금 좋아지면서 이사날짜가 잡혔고 오퍼를 넣고 약 7개월 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 7개월은 사실 약과다. 우리 주변엔 1년씩 기다린 집들도 있으니 말이다. 좋은 부동산이라면 계약이 부러지지 않게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조정을 한다.




그렇게 이 집에 온 지 6개월이 지났다. 영국은 세 번째 락다운을 지났고, 나는 38살이 됐고, 영주권이 나왔고, 아내는 동네 친구들이 늘었으며, 아이는 고집이 늘었다. 정원은 낙엽을 쌓고, 눈을 쌓고, 햇살을 쌓더니 이제 벚꽃이 피고 지어 꽃잎을 쌓고 있다. 조마조마하게 7개월을 기다리며 이 집이 정말 우리 집이 될 것인가, 괜히 공원 어귀에서 서성였던 때도 있었다. 햇볕이 따뜻한 날, 정원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면 그 일곱 달의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한 달 안에 (여기 기준으로는 정말 턱없는) 공사를 하느라 아내와 미친 듯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다지. 가끔 정원의 그림자들이 이야기해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더 고개를 들고 오늘을 찬사 했다. 드릴로 벽에 구멍을 마구 뚫으며 가구를 달고, 선반을 달고, 우리의 집임을 만끽했다.


우리의 집. 잠만 잘 공간이 아니라 사계절의 변화를, 그보다 더 다채로운 아이의 성장을 관찰하는 공간. 여름이면 텐트를 치고 별을 세다 잠들고, 겨울이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놓고 기대감에 선물을 풀어놓을 공간. 아이와 같이 떠난 첫 유럽 기차여행을 마친 후 짐을 풀기도 전에 라면을 끓여먹으며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여' 외칠 공간. 첫 여자 친구를 데려와서 어색하게 웃을 아이에게 축하한다고, 멋진 남자가 되었구나 격려할 공간. 아마 우리가 늙고 아이들이 모두 떠나면, 아내와 정원을 가꾸고 물을 주고 산책을 하며 늙어갈 공간. 내가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아이가 나중에 커서 가장 그리운 엄마와 아빠와의 순간을 기억할 공간.


그래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더 좌절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이 평범한 듯한 일상을 소유하는 일이 너무 불가능처럼 느껴져서. 언론과 직장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만 듣다 보면 상대적 박탈감만 커져 간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 사람들도 집 사는 게 어렵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런던에 직장을 가진 영국 젊은 부부가 이제는 런던 시내에 도저히 집을 살 수가 없게 되었다. 2014년에 비해 현재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2020년 런던 시내 원룸 아파트는 시세가 무려 35만파운드(5억2500만원)에 이른다. 일반 월급쟁이 독신자들은 런던 시내는 고사하고 런던 외곽에 집을 사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2020년 런던의 주택 가격은 66만6842파운드(10억원)이고 임금 평균은 3만1361파운드(4704만원)여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2014년에 비해 6년간 집값은 27%가 오른 반면 임금은 14%만 올랐다. 월급과 집값의 비율 계산이 문제가 아니다. 집값의 절대 금액인 66만파운드 자체가 영국 젊은 부부로서는 도저히 꿈도 꿔볼 수 없는 높은 산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제 영국인들에게 런던은 외국인이나 사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과반수의 주택이 외국인 소유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런던 주민의 37%가 외국에서 출생했고, 상업 건물이 아닌 주택의 51%가 외국인 소유라는 통계로 봐서 이는 절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영국인들이 폭등하는 부동산과 싸우는 방법, 권석하>



아내와 가끔 아내의 첫 직장을 런던이 아닌 여기에 잡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런던이었다면 우리는 집을 사는 것은 꿈을 꾸지도 못했을 테고, 렌트만 내는 것도 허덕였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 기준으로 3 베드룸 하우스 월 렌트가 £2,350 이더라. 우리가 냈던 것의 2배. 벌어서 그대로 렌트로 나가는 형편이니 훨씬 줄여서 flat에 살면서 버티거나, 아이를 가지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동료들이나 이웃들에게 어디 땅값이 올랐다더라, 계속 집값이 올라 큰 일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모양.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고 몇 채를 거느리며 렌트를 놓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 집은 그냥 집이다. 자신의 집을 사는 일은 인생에 있어 큰 마일스톤이고, 경제활동을 한 지 11-14년이 지난 33살 (한국 나이 35살) 정도는 되어야 첫 집을 산다.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결혼을 할 때 집을 사서 시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신혼부부는 렌트를 당연히 해서 시작을 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일은 잘 없다. 그리고 적절한 때가 되면 장기적 계획 속에서 꼼꼼한 검토 속에 첫 집을 사고, 집의 부족한 부분도 아주 천천히 조금씩 고친다. 우리의 한 이웃은 집을 사고 2년 동안 밴에서 지내면서 아예 집을 새로 지었다. 그때 이미 1살짜리 첫째 아이가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둘째 아이를 밴에서 지내던 시절 가졌다는 것은 더 충격이었다. 이 이야기만 들어보면 무슨 히피인가 생각하겠지만, 고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아주 느긋한 바른 모범생 같은 친구들이다. 바닥, 전기, 화장실, 보일러, 부엌, 미장 공사를 3주 만에 잠 안 자면서 끝낸 우리는 이제 어디 가서 느긋한 성격을 가졌다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권석하님이 언급했듯이 사람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부의 사회적 안전망이 도움이 된다. 영국 총주택의 17%에 해당하는 공공주택은 경찰, 청소부, 소방관, 간호사, 교사, 버스기사들 같은 필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자녀·저소득 가정과 장애인, 미혼모 같은 사회적 약자 계층에게도 공급된다. 세부담이 큰 정책이지만 소득세를 비롯해 영국 사람들은 공적 부문 유지를 위해 내는 비용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회사 지분을 획득하듯이 집에 대해서도 적은 자금으로 지분을 얻어 거주하는 Shared Ownership scheme,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Help to buy 같은 제도도 도움이 되는 부분. 그래서 그런지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 소식에 이웃들과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조용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명해진 구호 "Keep calm and Carry on"처럼 모두가 소란스러워지는 시점에 되려 차분해지려 하는 영국 사람들. 외국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산 부동산에 실거주율이 떨어져 문제가 된다는 기사 외에 투기를 부추기는 집값이 상승한 지역에 대한 기사를 주요 언론에서 별로 보지 못했던 이유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 같은 소식들을 들을 때면 나의 회의주의자적 성향이 고개를 든다. 한편으로 자신의 소신을 갖고 시골에 집을 짓고,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마을을 만드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런 분들이 희망을 만든다는 생각도 들고. 어려운 문제인 만큼 A/B 테스트 설계처럼 섬세한 정책 디자인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인내심도 필요하고. 복잡한 마음만큼이나 매듭짓기도 어려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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