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보통날
해가 넘어가고 밤의 어스럼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는 시각. 살랑거리는 바람은 시원했고 어딘가에서 섞여 날아오는 꽃내음은 남자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어느 해 질 녘 보다 기분 좋은 때. 그래서 남자는 그 날의 하늘을 찍어 그 사람에게 평소보단 조금은 긴 하루의 안녕을 물었다.
“오늘은 유독 바람이 시원했어요. 누군가 꽃을 들고 지나간 거리를 제가 걸은 것 인지, 아니면 어느 집의 화단에 어여쁘게 핀 꽃내음이 저를 스치고 간 것 인지 달콤한 바람이었네요. 그 달콤함이 참 잘 어울리는 하늘이라 이렇게 보여드려요.
아, 오늘 늘 걷던 거리에서 자그마한 꽃 집을 보았어요. 아마,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이 되는 그런 자그마하고 옅은 초록의 꽃 집이었어요. 오늘 당신의 하루도, 달콤한 순간이 스쳐간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럼..”
식탁 위 스마트폰이 울렸다. 해가 저물기 시작해 조금은 어둡던 거실이지만 여자는 불을 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밝게 빛나는 스마트폰에는 안부를 묻는 누군가의 글 알람. 며칠 전부터 여자에게 짧게 안부를 묻는 사람이 생겼다. 여자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 한 그 사람의 안부다. 꽃 가게에서 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꽃을 다듬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런 일상이 요즘인 그녀에게 그의 사진과 글 들은 여자에게 조금의 숨 쉴 곳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