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보통날
4월이었다. 흔하지 않은 4월의 더위는 파리를 일찍이 한 여름의 생기를 만들었다. 며칠 전 만해도 분홍빛으로 덮인 도시는 한순간 여름의 푸름이 생겨나며 동시에 따가운 태양 빛에 마른 벚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눈처럼 내렸다. 그런 이른 더위에 보상이라도 하 듯 파리의 하늘은 선명하고, 짙고 때로는 오묘하였다. 파리에서 이러한 아름다운 노을은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괜한 걱정이 생길 정도이었다.
그런 하늘 아래, 꽃을 사랑하게 된 한 남자가 있었다. 우연히 블로그로 보게 된 몇 줄의 글과 여러 꽃 사진들에 끌렸고 그 글을 쓴 사람은 남자와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겠거니 하며 짧은 인사로 안부를 묻곤 하였다. 그 이후로 남자는 거리를 걸으며 꽃가게들이나 거리의 꽃 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유독 향이 좋은 꽃은 사진을 찍어 그 사람에게 보여 주며 하루의 안녕을 묻곤 하였다.
그 남자는 파리에 사는 무명의 글작가였다.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진 큰 사거리에 있는 창이 큰 카페를 향한다. 어느 날, 길을 걷다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 옆 작은 꽃 집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늘 지나다니던 거리인데 왜 이제야 그 꽃 집이 눈에 들어오게 된 건 지 생각을 하며 무심코 바라보다 여러 색깔의 꽃 들 사이로 빗자루 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아마도, 블로그에서 짧은 안부를 서로 건네는 그 사람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 이런 자그마한 옅은 초록색의 꽃 집에서, 저만큼이나 어여쁜 미소로 꽃을 바라보지는 않을까 남자는 생각했다.
- 다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