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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제혁 May 29. 2022

작년에 받은 위내시경, 올해 꼭 받아야 하나요?

명치통증이 있어 내원한 환자


월요일은 항상 환자가 많이 옵니다. 평일 중 가장 바쁜 날 중 하나죠. 환자도 진료하고, 내시경도 하면서 열심히 보내고 있던  2022년 5월 16일 오후 2시에 46세 남자 환자가 명치를 만지면서 외래를 내원하였습니다. 환자는 2달 전부터 허리통증으로 모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다고 하였고, 1달 전부터  왼쪽 상복부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환자분은 왼쪽 상복부를 아파하면서, 허리통증으로 진통제를 복용 중이었으니, 위에 상처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내시경을 해보셔야겠어요."

"네? 작년에 여기서 내시경 했는 데요. 건강검진으로 받은 내시경에서 이상소견이 없었는 데 꼭 해야 하나요? 약만 주시면 안 돼요?"

"제가 볼땐 증상이 심상치가 않아서, 위내시경을 꼭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하기 싫으시다면 피검사를 해서, 염증이 있는 지, 빈혈이 있는 지 아님 다른 수치에 이상이 있는 지 보고 결정하시죠."

환자는 다행히 혈액검사를 받는 것은 동의하였습니다. 다른 수치는 정상이었으나, hemoglobin(혈색소) 수치가 1년 전에는 15.0g/dL 이었으나, 오늘은 12.7g.dL 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혹시 변이 검지 않았나요?"

"네? 어제 변 볼때 검게 나왔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빨리 내시경을 해봐야겠습니다... 혈색소 수치가 1년 사이에 많이 떨어져서 위에서 피가 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환자는 검은 변을 보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의사가 맞춰서 그런지, 더이상 반대하지 않고 내시경을 하기로 동의하였습니다.

내시경을 하였고, 위의 위각부에 큰 궤양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림 1)

그림 1 위의 위각부에 매우 큰 크기의 궤양이 관찰됨.


워낙 궤양이 크고 깊어 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환자에게 금식하고 약물치료를 하자고 설명하였습니다. 금식시간에 proton pump inhibitor (PPI, 한국말로 양성자펌프 억제제) 를 주사로 층분히 맞으면 위산분비를 억제하여 위궤양을 치료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환자가 먹던 약을 확인했더니 '페인리스세미정' 이라는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약은 허리 통증에 도움을 주었을 지 몰라도, 위궤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보통 위궤양을 앓으면 명치나 상복부의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 약을 복용하여 환자는 통증이 있는 지 잘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위궤양은 점점 심해졌고, 그때서야 통증을 느꼈고, 만약 병원에 오지 않았으면, 위천공이 생길뻔 했습니다.

충분한 약물치료후 내시경으로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궤양은 이전보다 범위가 조금 줄었으나, 여전히 컸습니다.(그림 2) 

그림 2 이전에 비해 위궤양의 크기와 범위는 줄어 있다.


환자에게 이전보다 위궤양의 크기와 범위가 줄었어 퇴원은 가능하나, 여전히 궤양이 커서 절대로 진통제를 드시지 말고, 나중에 드셔야 함을 설명하였습니다. 환자는 퇴원 후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추후에 내시경을 다시 해볼 예정입니다.


제가 위 사례에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위내시경은 건강검진할때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고, 의사가 권유하면 꼭 받는 게 좋습니다.

2. 진통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매우 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꼭 주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명치가 아플때, 꼭 의사의 권유대로 검사를 받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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