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한없이 착하고 티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노래
아픔은 위로로 치유되지 않는다. 우울은 격려로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아플 때, 오히려 더 우울할 때 아픔은, 우울은 물러가곤 한다. 삶은 때때로 그렇게 흘러간다. 별 거 아닌 말 한마디에 마음이 바닥을 쳤다. 커피를 내려놓고 빵을 잘라 놓고 한참을 있었다. 커피가 식기를 기다렸지만 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침을 대충 먹고 욕실 대신 침대에 가 누웠다. 죽고 싶었다. 안 좋은 생각만 떠올랐다. 이미 약의 유효 기간은 끝난 것 같은데 엄마는, 누나는 계속 병원에 다니라고 한다. 그렇게 외로이 살고있다. 많은 게 보였다. 우주의 지도같은 그림이 펼쳐졌고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희미한 빛 같은 게 느껴진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묘하게 기운이 일어났다. 일종의 전환 같은 게 슬며시 느껴졌다.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강아지 약을 챙겨주고, 방송을 들을 생각을 했다. 시계를 보니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키린지의 호리고메 타카키가 작사, 작곡한 네기코의 노래 '愛の光(사랑의 빛)'이 들려왔다. 한없이 착하고 티 하나 없는 맑고 맑은 노래다. 우울은 우울을 만나 다음을 열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