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 완성한다.
카츠동을 먹고 싶어 찾은 '카츠야'는 텐동 집이 되어있었다. 반지하에 단사도 꽤 심해 마음이 쪼그라드는 홍대 골목 카츠야는 카츠동이 고작 5500원이다. 로스, 히레카츠도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몇 천원은 저렴하다. 카츠야는 일본에서 돈까스의 요시노야라 불리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벽을 온통 새하얗게 칠하고, 간판을 바꿔 단 텐동 집은 텐동의 요시노야라 할 수 있는 '텐야'에 비해 몇 천원을 더 내야 하는 수준이다. 깔끔한 인테리어, 이름에 걸맞게 에도 느낌 묻어나는 분위기, 음식을 가져와 먹는 법에 설명을 해주는 홍대 거리 식당은 처음이었다. 모든 게 다 좋은데, 내게 그건 텐동이 아니었다. 돈부리 안엔 정체 모를 접시가 꽂혀있고, 온센 타마고라고 해서 보니 반숙 프라이에, 그걸 비벼먹으면 맛있다고 설명해줬는데, 숫가락은 얘기해야 준단다. 결국 그 달걀을 마지막까지 미루다 한 입 베어 먹으니, 애초 텐동 타레와 계란 노른자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계산을 하는 남자는 그곳이 카츠야와 관계된 곳이라 했는데, 내가 알기로 카츠야는 일본에서 텐동 장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의 주인은 테이블에 두고 나온 꽤 중요한 서류 봉투를, 종종 걸음으로 뛰쳐나와 내게 건네주었다. 입안의 남아있던 노른자의 걸쭉함은 어느새 사라졌고, 가게는, 결국 사람이 완성한다.
EMS를 세 곳에 보냈다. 지난 5월, 그리고 이후 메일을 주고 받으며 도움을 받았던 세 곳에 잡지를 담아 우편을 보냈다. 잡지사에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조금은 미안함에, 조금은 고마움에 동네 우체국을 찾았다. 180g, 470g, 470g. 더해서 70,500원. 사람들은 일본을 사지도, 가지도 말자고 이야기하고, 오늘부로 한국은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가 아니게 되었지만, 나는 '백색 국가'라는 이름을 요 며칠 처음 알았다. 정치에 의해 지워지는 시간이 그냥 애달프다. 영화 '주전장'을 보면 아베에게 변화를 기대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인 듯 싶지만, 오늘 도쿄에서 요상한 책방 '북 숍 트래블러'를 운영하는 와키 씨는 '책의 느림'이야 말로 중요한 가치라는 글을 트위터에 적었다. 나라 요시토모는 오래 전 독일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며, 누군지 명확하지 않은 어딘가에 '방해 좀 하지마'라 적었고, '주전장'이 훌륭한 건 끝까지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는 투박한 태도 덕분이다. 얼마 전부터 일본 책을 한 권 번역하고 있다. 단행본으로 처음이고, 역시나 옮기기 어려운 기질적 차이가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망쳐놓은 역사 곁엔, 사람이 일으켜 세운 역사가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건 서로 다른 시간의 積み重ね, 더함과 더함이라 믿고 싶다. 이 시간의 내일을 나는 그래도 조금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