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 잔의 물, 그 잔에 담긴 온도를 잠깐 생각하다 지웠다.
# 그 말은, 쓰고싶지도 않고, 그래서 돌려 말하면, SNS 집단 공격에 딱 두 번 시달려봤는데, 한 번은 김생민의 영수증에 대해 몇 자 적었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바로 어제, 그리고 그제와 엇그제. 그래도 사람이라 믿지만, 잡지와 살아온 10여 년의 시간이 더 정직할 때가 있고, 그렇게 새겨진 비루한 내 감각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사리분별 무시되는 횡포한 시절에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스위치의 새로운 특집호 도비라는 이렇게 다시 한 번 훌륭하고, 말이 아닌, 몸으로, 음악으로 알던 그녀가 그나마 다행이다. 두통에 취재도 미루고, 집에 누워 아파 있으니 오해는 오해로 놓아두는 게 나이를 먹어가는 계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 네이선 챈의 '로켓 맨'처럼 사람은 이렇게 아름답기도 하다. 그리고 서울엔 20년 맞는 카페 비하인드도 있다. 어차피 고작 한 줌의 세상일 뿐이다.
# 2020 도쿄 올림픽은 방사능도 문제고, 날씨도 문제고, 지금 시대에 마냥 좋아하기 힘든 분위기지만, 유즈가 부르는 테마송이 듣고싶다. 아트가, 음악이, 노래가 삶을 반영한다고 할 때 숨게되는 현실이 아닌 곳에 기대지 않고, 그런 멋 속에 숨지 않고, 정말 스포츠 선수처럼 정면으로 음악으로 부딪혀오는 23년차 요코하마 츌신 듀오. 한 해가 또 끝나려는 지금 나와 함께 살아왔던 노래, 밴드, 아이돌의 20주년, 30주년은 내 것 마냥 뭉클하고, 국립경기장을 재건축한 쿠마 켄고의 아식스 운동화는 스텝업의 스포츠, 스텝업의 오늘을 아무런 뻥 없이 은유한다. 앞만 보고 가는 거 참 젠병이지만, 그래서 곁엔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있곤한다.
# 기자를10년 하고도 여전히 사람이 어려운 나는 어쩔 땐 내가 아닌 것처럼 말이 훌훌 나오다가도, 어쩔 땐,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바보가 된다. 이유야없는 건 아니지만 남은 건 어차피 이제야 생각나는, 하지 못한 말들 뿐. 맘에 있는 사람 앞이면 쭈뼛쭈뼛하는 거랑 그리 다르지도 않은 참 미련 많은 10여 년. 어제 밤 시노하라 토모에란 이름은 그렇게나 기억나지 않았고, 어쩌면 일본어에 숨어 지난 5월 9월 도쿄를 돌았는지 모른다. 영어로 부르는 노래, 방을 채운 달콤한 향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친한 척을 한참 하지만 뒤돌아 후회를 곱씹는 밤길. 왜 하필 나는 친절의 타이밍도 알아차려버리는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왜 하필 먼저 돌아서는 사람이려 하는지. 스다의 라디오를 들으며 항상 어감이 통통 재미있다 느꼈던 '미소카츠 야바통'을 어제 처음 먹고(근래 최고 카츠!!), 머그 잔의 찬 물, 그 잔에 담긴 온도를 잠깐 생각하다 지웠다. 퇴사 후 격동적인 바쁜 날을 보내는 요즘, 이런 나는 좀 성가시고, 당분간 도쿄는 2월. 그리고 나는 잠시 矜羯羅が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