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조금만 받겠습니다. 幸せ 少し いただきます。
#01 그 말은, 쓰고싶지도 않고, 그래서 돌려 말하면, SNS 집단 공격에 딱 두 번 시달려봤는데, 한 번은 김생민의 영수증에 대해 몇 자 적었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바로 어제, 그리고 그제와 엇그제. 그래도 사람이라 믿지만, 잡지와 살아온 10여 년의 시간이 더 정직할 때가 있고, 그렇게 새겨진 비루한 내 감각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사리분별 무시되는 횡포한 시절에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스위치의 새로운 특집호 도비라는 이렇게 다시 한 번 훌륭하고, 말이 아닌, 음악으로 알던 그녀가 그나마 다행이다. 두통에 취재도 미루고, 집에 누워 아파 있으니 오해는 오해로 놓아두는 게 나이를 먹어가는 계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 네이선 챈의 '로켓 맨'처럼 사람은 이렇게 아름답기도 하다. 그리고 서울엔 20년 맞는 카페 비하인드도 있다. 어차피 고작 한 줌의 세상일 뿐이다.
#02 2020 도쿄 올림픽은 방사능도 문제고, 날씨도 문제고, 지금 시대에 마냥 좋아하기 힘든 분위기지만, 유즈가 부르는 테마송이 듣고싶다. 아트가, 음악이, 노래가 삶을 반영한다고 할 때 숨게되는 현실이 아닌 곳에 기대지 않고, 그런 멋 속에 숨지 않고, 정말 스포츠 선수처럼 정면으로 음악으로 부딪혀오는 23년차 요코하마 츌신 듀오. 한 해가 또 끝나려는 지금 나와 함께 살아왔던 노래, 밴드, 아이돌의 20주년, 30주년은 내 것 마냥 뭉클하고, 국립경기장을 재건축한 쿠마 켄고의 아식스 운동화는 스텝업의 스포츠, 스텝업의 오늘을 아무런 뻥 없이 은유한다. 앞만 보고 가는 거 참 젠병이지만, 그래서 곁엔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있곤한다.
#03 기자를10년 하고도 여전히 사람이 어려운 나는 어쩔 땐 내가 아닌 것처럼 말이 훌훌 나오다가도, 어쩔 땐, 특히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바보가 된다. 이유야 없는 건 아니지만 남은 건 어차피 이제야 생각나는, 하지 못한 말들 뿐. 맘에 있는 사람 앞이면 쭈뼛쭈뼛하는 거랑 그리 다르지도 않은 참 미련 많은 10여 년. 어제 밤 시노하라 토모에란 이름은 그렇게나 기억나지 않았고, 어쩌면 일본어에 숨어 지난 5월 9월 도쿄를 돌았는지 모른다. 영어로 부르는 노래, 방을 채운 달콤한 향을 만나기라도 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친한 척을 한참 하지만 뒤돌아 후회를 곱씹는 밤길. 왜 하필 나는 친절의 타이밍도 알아차려버리는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왜 하필 먼저 돌아서는 사람이려 하는지. 스다의 라디오를 들으며 항상 어감이 통통 재미있다 느꼈던 '미소카츠 야바통'을 어제 처음 먹고(근래 최고 카츠!!), 머그 잔의 찬 물, 그 잔에 담긴 온도를 잠깐 생각하다 지웠다. 퇴사 후 격동적인 바쁜 날을 보내는 요즘, 이런 나는 좀 성가시고, 당분간 도쿄는 2월. 그리고 나는 잠시 矜羯羅がる!!
#04 우연히 찾은 블루. 이 날씨에 하필이면 가장 추울 코트를 입고 나와, 1호선 지하철엔 난방이 켜있지 않았다. 이번 마감을 하며 가장 먼, 무려 2시간 반이나 걸리는 동네까지 가기위해 아침 일찍 나왔으나 이미 점심 한복판.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험을 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블루. 지난 여름 도쿄에서 만났던 카와사키 쇼헤이의 트위터를 보다 무의식에 저장 버튼을 눌렀다. 이 색깔은 전자 공학의 이름도 모를 물질을 갖고 진행한 실험에서 한 연구원 학생이 배합을 실수해 벌어진 일이고, 블루 역사상 200년 만의 뉴 컬러. 세상은 이렇게 가끔 기적이다. 서울의 지금을 이야기하겠다고 시작한 일은 고작 한 줌도 되지 않는 나를 알게된 또 한 번의 밤이고, 그래도 흘러간 어제의 도움인지, 별 거 아닌 혼자의 감각인지, 지금까지 실패가 비교적 적다. 카페도, 책방도, 셀렉숍도 이제는 뭐가 또 새로울까 싶지만, 해방촌 언덕에서 책방이 아닌 '서점'이란 말의 온도를 알았고, 장안동 그 목욕탕의 오늘은 어수선한 지금과 내겐 전혀 다르다. 밀도의 서울, 그건 너와 나의 우연이거나 실패. 콘반의 카츠카레는 지난 밤 라디오 속 스다의 카츠카레를 떠올리게 했다.
#05 '산타클로스가 있다는 걸 알게된 건, 어른이 되고나서일까.' 그래도 조금 일찍 일어난 아침 나라 요시토모의 트윗에 마음이 잠시 멈춰선다. 어제 하지 못한 일을 최소한 오늘은 해놓으려 케이크를 먹다 말고 책상에 앉아, TV 속 명동 거리는 사람이 북적인다 하지만,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 크리스마스만큼 근거 없는 설렘도 별로 없다. 라디오를 듣다 나카무라 토모야의 생일이 24일, 이브인 걸 알았고, 이제는 이 수식이 점점 어색해지는 스마프의 카토리 싱고는 조금 코믹한 재킷의 크리스마스 싱글을 공개했다. 사실 꽤 많이 명절이 성가셨고, 때로는 민폐, 이제는 그렇게 혼자 외롭기에도 자신이 없어지곤 하기도 하지만, '기생충'의 일본판 크리스마스 버전 포스터엔 '행복, 조금, 받겠습니다' 幸せ 少し いただきます라 쓰여있다. 선물 주는 산타도,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이상하게 어제와 다른 오늘. 이제 겨우 녹취만 풀었지만, 아직은 残り 12시간. 크리스마스엔 그냥 조금 행복해도, 어쩌면 괜찮다.
*글들이 여기저기 적었던 낙서, 메모들이라 두서없고, 글 속 이미지, 영상은 여기에 없기도 합니다. 그렇게 불친절한 저입니다만, 宜しくお願い致し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