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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Feb 25. 2020

언오피셜 도쿄,
도너츠홀1.5, 말하자면 개정판

 아마츄어가 머무는 자리, 20200225


#01 '북유럽, 생활의 도구점'이 제작한 드라마, 'ひとりごとエプロン.' 제목 그대로 혼자서 에프론을 걸치고 하나의 요리를 만드는 시간의 이야기인데, '리틀 포레스트'의 단편 버전같기도 하고, 잡지 '프리미엄'이나 '브루타스' 커피 특집편을 옮겨온 듯해, 10분 남짓이라고는 해도 단숨에 4회까지 봐버렸다. 하루마키, 케이크같은 오물렛, '和'와 洋를 오가는 두유 미소시루. 예전 시모키타자와 서점 'B&B'를 취재하면서는, 그곳의 가구들이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생활의 집기이자 책방의 작은 파편이란 느낌에 새삼 작은 변화를 생각했는데, 도통 움직이지 못하는 요즘 무심코 보고있다 마음이 뜨끔했다. 익숙한, 하지만 어쩌면 가장 기다렸던, 그리고 필요했던 한 마디. '실패라는 건, 꼭 나의 탓이 아니야' 이름도 나오지 않는 극중의 여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혼자인 게 좋았고, 그래도 누군가 알아봐주면 좋겠다 내심 바랬고, 그래도 하루마키처럼 무언가에 섞여 말려버리고 마는 사람은 되고싶지 않아, ぐずぐず。타인이 건드려놓은, 때로는 흔들어버린 나의 일상을 바라볼 용기가 왜인지 그렇게 힘든 사람이 있다. 아침에 미소시루를 만드는 4회에선, 무려 오후 4시에 기상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저 웃고만다. 책을 몇 권 주문하고, 켄 카가미의 핸드폰 케이스를 보고, 다시 아이폰을 살까 잠시 궁리하다 도로 내려놓고,  sirup을 따라하려고 옆머리를 확 올려버렸는데, 야마다 켄토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니 옆머리를 길러야 할 것 같다. 참 가끔은 줏대없는데, 참 ひとりごと。

#02 벌써 2년 전. 혼자 이곳저곳 쓰고, 또 썼던 글들을 모아 뒤죽박죽 엮었던 책 '도너츠 홀'을 조금 단장해 다시 포장해보았다. 생각은, 마음에 안드는 것들을 몽땅 도려내고, 최근의 글들로 교체해 산뜻하게 꾸미고 싶었지만, 별 하는 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포토샵도 할 줄 모르면서 표지를 혼자서, 하지만 내맘대로 만들고, 이전에 처음 만든 책을 보고 친한 지인은 '아마츄어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당시엔 그렇게나 아프던 말이 어쩌면 이 책의 자리라 생각했다. 앞뒤 표지 구분하지 않고 작업해 앞표지의 제목이 살짝 잘렸고, '부끄끄'란 로고는 다시 한 번 수정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미안해 그러지 못했고, 내지엔 자간이 일정하지 않은 문장도 여럿 있다. 어쩌면 이게, 이 모든 흠집 투성이가 나의 지금이기에,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일이 이제는 편안하다. 앞표지엔 한국어 하나 없고, 제목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유추하기 어렵지만, 나란 사람이 그렇게나 내숭이 많다. 1.5란 어중간한 자리에서,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이곳에서, 단지 지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싶었다. 예스24, 알라딘 등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아직 수정이 반영되지 않았고, 주문한 책이 집에 도착하면, 1.5란 자리를 다시 한번 じっく り바라보고 싶다. 

'도어츠홀1.5' 구경가기

http://www.bookk.co.kr/book/view/36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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