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RESQUE Apr 29. 2020

미니 씨어터의 커다란 씨네마

그곳엔 내가 아닌 내가 있다, UPLINK와 아사이 타카시 대표


먹고 싶은 메뉴도, 보고 싶은 영화도 혼자가 아니면 사실 잘 말도 못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시부야 츠타야’의 면접을 보기 위해 지난 1월 도쿄에서 3일을 보냈다. 3일이라고는 해도, 늦은 오후 출발, 이른 오후 도착 비행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남짓이고, 면접 시간은 이상하게 저녁 6시, 수목금, 그 불완전한 3일에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건 사실 1분 1초도 없어 뭘 하든 주저하다 시간만 훌쩍 흘렀다. 와중에 새로 오픈한 ‘파르코 시부야’는 구경하고 싶고, 그래도 도쿄인데 공연 하나는 봐야하지 싶고, 하지만 좀처럼 스케쥴은 도와주지 않아, 결국 키치죠지 UPLINK에서 봐도, 안봐도 상관없는 수오 마사유키의 신작 ‘카츠벤(かつべん!)’을 보았다. 그것도 맞은 편 카페에서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그래도 나리타 료는, 어느새 꽤나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있다. 왜 하필 신쥬쿠 갤러리 ‘KEN NAKAHASHI’는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지. 긴자 ‘소니 파크’의 라이브는 왜 매번 6시 30분인지, 왜 도쿄는 그날 내게 그렇게 얄궂은 도시였는지. 하지만 어쨌든 키치죠지 UPLINK에서의 두 번째 영화. 이런 게 어쩌면 대부분의 일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날은 지금도 어딘가 어정쩡한 오후로 남아있어, 그 날의 오후가 여전히 나는 나의 도쿄인 것만 같고, 내일이 숨어있는 틈새의 작은 기억들. 코로나 여파로, 그곳의 극장들은 요즘 문을 닫고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멈춰선 시절에 지나간 어제를 돌아본다.



연호가 바뀌던 무렵, 올림픽에 아직 먹구름이 드리우기 이전, 키치죠지 파르코(parco) 지하에 문을 연 UPLINK는, 가장 지금의, 가장 도쿄의 공간처럼 보였다. 영화를 볼 수 있고, 전시가 열리고, 지역 맥주와 함께 크래프트 콜라가 코카 콜라보다 잘 팔리고, 소위 그라데이션과 심-리스 융합의 전형인데, 그곳은 배급을 겸하는, 20여 년 전 이미 시부야에 UPLINK를 열었던 극장이고, 그곳은 갤러리도, 레스토랑도 겸하고, 도쿄는 여지없이 어제가 물러난 자리에 내일을 그려간다. 그 묘한 어울림을 바라보고 싶어 도쿄를 걸었고, 사람을 만났고,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을 많이도 찍곤 했는데, 일이 어그러져 다 풀어내진 못한 아사이 씨와의 인터뷰를 이제야 다시 바라보며, 그날의 기억이 나는 그저 생생하다. 왜인지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그리고 2020의 봄, 아사이 대표는 트위터에 코로나로 인한 휴관, 그 얄궂은 시절의 힘듦을 털어뇠다. 바다 건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코로나로 알게되는 너와 나의 거리. 곁에 앉아 단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보던 별 거 아닌 시간의 텅 빈 자리. 그리고 불안에 떠올리는 지나간 나의 5월. 도호도, 토에이도, CGV도, 롯데도 힘이야 들겠지만, 작은 규모로 작은 관객으로, 작은 영화를 상영하는 소위 아트 시네마, 미니 시어터에게 며칠 휴관은 치명적이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계절의 어쩌면 엔딩 없는 시작에서 나는 그곳의 이야기하고 싶다. #savethecinema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관의 구호, ‘미니 시어터 기금’이란 픽션을 위한 현실의 애씀. 가장 도쿄를 닮은 키치죠지의 UPLINK는 극장 자체가 한 편의 영화같지만, 아사이 대표는 레이와 첫 날 하츠우리(初売り, 매해 첫 날에 백화점을 비롯 상업 시설에서 첫 장사 이벤트를 함을 일컫는 말)에도 ‘장사장사’라며 손사레를 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고, 도쿄의 필름 판타지는 그렇게 가장 팍팍한 현실 곁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백화점 앞 길게 늘어진 하츠우리 행렬은, 최소한 내게 시작하는 설렘, 내일을 다짐하는 또 한 번의 분명한 약속. 아사히 씨보다 수 십년은 덜 살았지만, 이건 분명 내 말이 맞다.

   가장 도쿄의 영화관, UPLINK 키치죠지

일본의 영화관을 거칠게 두 분류로 나누면 한국의 멀티 플렉스와 같은 도호, 도에이 계열의 극장을 부르는 ‘씨네콘(Cine Complex)’과 아트, 인디 계열의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규모의 ‘아트 시네마.’ UPLINK 키치죠지는 2018년 겨울에 문을 연 5개의 스크린을 가진, 규모로 치면 별로 작지 않는 극장이지만(심지어 파르코 쇼핑몰 지하 2층 전층을 사용한다), 각각의 좌석수는 많은 게 96, 적으면 28석 밖에 되지 않는다. 상영하는 영화도 아트, 마이너한 작품 뿐 아니라, 취재를 갔었던 2019년 5월엔 ‘토마스 기관차’가 상영중이었다. 아사히 대표가 정의하길 UPLINK는 ‘미니시어터 콤플렉스.’ 5개 스크린은 각각의 콘셉트로 구분이 되어있고, 레인보우 컬러로 의자를 칠한 Rainbow, 나무의 우디한 분위기를 낸 Wood, 그 밖에도 POP, RED, STRIPE이 같은 영화의 다른 영화적 체험을 제공한다. 아사히 대표는 씨네콘이 점점 디즈니 랜드가 되어간다고도 말했지만, 반면 미니 씨어터는 대부분 모노톤 철제 구조에 차가운 공간 일색이고, UPLINK 시부야는 그와 비슷해도 키치죠지는 ‘아피에루 건축’, 뉴욕에 사무소를 두는 조명 디자인사 ‘LOOP LICHTING’의 힘을 빌려 컬러풀한 영화가은 공간을 세워놓았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이 열리면 로비는 타코이즈 블루, 요즘 더욱 중요해진 환기구는 은색으로 도색돼, 영화 ‘블레이더 러너’같은 느낌도 준다. 대부분 별 신경도 쓰지 않는, 유행가나 틀어놓는 BGM은 데렉 저먼 영화에 다수 참여했던 음악 감독 사이먼 피셔 터너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갤러리와 영화 궂즈를 판매하는 숍과, 복도가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데 그 한 쪽엔 영화 치라시 만으로 30m를 채운 구간(?)도 있다. 아사이 씨가 이야기하는 ‘가장 도쿄 같은 영화관’은 이제 3년을 맞이한다. 


*인터뷰는 UPLINK 시부야에서 걸어 5분 정도, 2층으로 보이는 주택의 작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Q 어제 부로 헤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연호가 바뀌었어요. 올림픽도 있고, 그저 우연인지 몰라도 근래 도쿄에 변화가 활발하다고 느껴요. 전통, 노포가 많은 도시라고 하지만, 이상하게 오래된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더라고요.

아사이: 일본 만의 이야기. 일본은 레이와(令和)라고 하지만, 한국도 신경 써요?

Q: 물론 역사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을 바라보면 그저 하나의 시대가 시작한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제는 시부야 역 중심에 하츠우리(初売り) 행렬이 길더라고요.

아사이: 그저 장사장사.(웃음)

Q 그래도 올해 이세탄 백화점 하츠우리 때에 역까지 길게 줄이 늘어선 거 보고 전 괜히 좋았거든요. 별 게 아닐지 모르지만, 상술일지 모르지만, 나름의 시작을 되새기는 풍경같았달까요. 도시에서 사람이 느껴지는 그림같기도 했고요.

아사이: 장사장사.(웃음) 아무도 그런 실감 없어. 모두 다 장사. 크리스마스도 한국은 교회가 엄청 많지만, 일본은 그렇지도 않은데 시끄러워지고, 발렌타인 데이도, 화이트 데이도 확 끌어오르다 말고. 천왕이 죽어서 연호가 바뀌었다면, 마지막과 시작의 실감이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헤세이 때는 쇼와(昭和) 천왕이 없어진 이후 시대기 때문에, 그런 변화의 느낌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천왕이 살아있는데 연호만 바뀐 거라서. 장사장사. 하하하.

Q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어떤 구두점을 찍는...

아사이: 없어없어없어.(웃음)

Q (머쩍 웃음) 그렇다면, 근래 공간이 재밌어지고 있잖아요. 책방도 호텔과 섞이거나 카페가 갤러리가 되거나.

아사이: 그건 레이와랑 전혀 관계 없고(웃음) 재밌는 아이디어가 비지니스로 만들어지는 흐름은 있지. 그렇네.

Q 어제는 SPBS에 갔었는데, 그 곳은 10년 전부터 출판, 잡화까지 취급하는 조금 색다른 책방이었잖아요. 지금의 변화가 단지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아사이: 그건 예전부터 뉴욕엔 많이 있었고, 세계적으로는 그리 드문 게 아니지. 하하하.

Q 곤란한데요...(웃음)

아사이: 곤란하지.(웃음) 한국도 재밌는 거 많이 있잖아. 일본은 유럽 흉내, 미국 흉내, 오리지널은 만화 정도고, 호텔도 조금 오리지널일지 모르겠지만.

Q 넵. 알겠습니다. (웃음) 그럼, 새로 생긴 UPLINK는 지난(2018년) 겨울에 오픈했어요. 파르코 지하 전층을 쓰더라고요.

아사이: 시부야는(UPLINK는 1995년 시부야가 처음이다)는 90년대에 만들었는데, 복합 건물 위에 주인이 살고있어서, 주거 환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영화관다운 형태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시작했어요. 영화 자체가 프린트에서 이제는 디지털, DLP컴퓨터로 상영되고, 그러니까 이렇게 작은 영화관도 생길 수 있는 거지만 우리는 상영 외의 것들은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요. 키치죠지는 지난 12월에 오픈했고, 파르코랑 같이 하지만 운영은 UPLINK가 하고, 지금까지 시부야에서 할 수 없었던 것들, 화장실 수가 적었달지, 좌석이 답답했달지, 컨세션(일본에서는 팝콘, 콜라, 그 외 간단한 음식을 파는 곳을 컨세션, concession이라고 한다)에서 음료, 푸드를 다양하게 팔고 싶지만 공간이 비좁아 하지 못했달지, 그런 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 대답을 키치죠지에서 찾아가고 있지.

Q 장르가 뒤섞인 공간들, 경계가 희미해지는 새로운 형태의 가게들은 요즘의 트렌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SPBS도 올해로 12년째이고, 시부야 UPLINK도 오래 전부터 전시를 함께했어요. 키치죠지의 그림은 언제부터 갖고 있던 건가요.

아사이: 나는 영화 일 하기 전에 연극을 했어요. 무대 감독, 스테이지 매니져 일을,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 연출가가 있는 극단 ‘텐죠사지키(天井桟敷)’에서 했어요. 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 연극 일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연극제에 ‘텐죠사지키’가 참가하는 일도 많았는데, 해외 공연을 올리며 뉴욕같은 도시도 다니면서, 70년대, 80년대 유럽, 미국에는 연극을 하는 장소가 하나의 컬쳐 센터라는 게 있더라고요. 극장도 있지만 작은 영화관도 함께있고, 북숍도, 카페도, 갤러리도 한 곳에 모여있는 곳에서 공연을 했죠. 그게 매우 좋다고 생각해서, 일본에서 언젠가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은 했어요. 그러니까 그런 복합 공간의 존재를 알게 된 건 80년, 90년 무렵. 그때부터 생각하면 시간은 많이 걸렸죠. 지금도 하고 싶은 건 아직 더 많아요. 지금 키치죠지는 영화관에 갤러리, 그리고 약간의 숍 뿐이지만, 예를 들면 매일 연극을 할 수 있는 곳을 갖춘달지,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무대를 겸한달지. 그런 좀 더 믹스된, 커다란 컬쳐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장이 상주하는, 사람이 보이는 영화관


Q 극장이지만 영화만 상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컬쳐를 믹스해 제공하는 것, 그런 자리를 만듦으로 인해 바라는 그림은 어떤 건가요.

아사이: 예를 들면, 지금 종이 잡지는 인터넷에 밀려 팔리지 않잖아요. 이 기사 나오는 건 여성지? 패션지? 잡지 안에서 잡지가 비지니스로 무언가 만들어가는 데에는 전문 장르를 다루는 게 좋아요. 광고가 들어가기 용이하기 때문에. 패션이라면 화장품, 옷, 가방, 그런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들. 광고 따기가 쉽죠. 하지만 종합 컬쳐 잡지는, 무슨 광고를 넣어야 할지 난감한 부분이 있고, 스마트폰일지, 애플워치일지, 미술관 안내일지, 새로운 가젯 소개랄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라면 가젯 전문지에서 스쿠프 하는 게 나을 거고...그래서 종합 컬쳐 잡지는 성립되기 힘들어요. 이번 패션지에 패션 페이지는 어느 정도?

Q 한국에선 패션지는 패션, 그리고 피쳐로 나뉘어있는데, 이번 잡지는 패션과 피쳐가 7:3 정도랄까요?

아사이: 3은 그래도 많은 편이라 생각해요. 말하고 싶은 건,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식사도 하고, 맛있는 레스토랑에도 가고 싶고, 좋은 바에서 술도 마시고 싶지만, 그 사람이 매일 레스토랑만, 밥만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영화관에도 가고싶고, 미술관에서 전람회가 있으면 그것도 보고싶고, 콘서트도 마찬가지고 .재밌는 책 나오면 사서 읽고도 싶어요. 한 개인은 살아가면서 실은 여러가지를 접하는 거에요. 사람에겐 그런 여러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라는 축이, 패션이거나 먹는 것 뿐 하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컬쳐라는 하나의 중심으로 모아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전부 다 체험하지 않아도, 때에 따라 갤러리만 보거나, 쇼핑만 하거나, 그런 장소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를 들면, 홍콩에는 필름 아트 컬쳐 센터가 있고, 한국에도 우리랑 닮은 배급 회사 있지 않아? 앳나인이라고.

Q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의 미니 시어터에 해당하는 극장에는 일본에 있는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아요.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감각이랄까요.

아사이: 그건, 가장 큰 게, 나는 사장이고 아까 안내받았던(시부야 UPLINK) 4층이 사무실이고, 아래가 영화관. 항상 여기에 있어요. 키치죠지도 매일 가기 때문에 비지니스를 하는 입장이지만, 나의 개인적 경험을 형태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사실 굉장히 커요. 큰 회사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사람의 흔적을 눈에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것,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해요. 한국은 씨네콘이 크게 몇 개 있지만, 사장은 한 해 한 번 정도 찾아올 정도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느껴지지 않는 거겠죠. 그게 큰 차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스마트폰, SNS 시대라 하지만...(내 블랙베리 핸드폰을 가리키며) 이거 키포드 달려있는 거, 새로운 거네.

Q 예뻐서 샀는데 매우 불편해요. 일본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아사이: 그러니까 SNS로,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시대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할 때, 결국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연결이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보를 검색할 때도 좋아하는 것만 찾잖아요.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그렇고. 한국은 뭐 가장 많이 해? (페이스북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이어지면 좋아하지 않는 것은 보지않게 돼요. 그러면 좋아하는 것들만의 써클이 되어버려요. 영화관이 재미있는 건 그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옆자리에 한국 사람이 앉아있을지 몰라요. 반대 편엔 대만, 미국 사람이 있을지 몰라요. 심지어 아랍의 왕자가 보고있을지도 모르죠.(웃음) 정치가가 보고 있을지도 몰라요. 요금은 일본의 경우 대부분 1800엔(2019년 6월1일 기준으로 일부 씨네콘이 1900엔을 인상했다)인데, 평등한 거죠. 좋아하는 영화를 서로의 위치가 어떠하든, 연봉이 달라도, 같은 공간에서 평등하게 보는 거에요. 그게 인터넷과 가장 다른 점이죠. 물론 영화도, 미술관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그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인터넷 사회보다 뒤범벅이죠. 페이스북에서 친구로 연결된 사람들끼리 영화 보는 거 아니니까. 여러사람이 있는 게 사회고, 영화관이라는 컬쳐 스페이스도 사회의 일부라는 게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작은 써클’이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써클.’ 우리는 시부야 3스크린, 키치죠지 5스크린 있기 때문에, 나는 이거 좋아서 보지만 저건 흥미가 없고, 다른 사람은 그 반대일지도 모르고. 그런 것들을 하나의 장소에 모으는 게 재미고, 문화의 힘이라 생각해요. 



Q 그런 맥락에서의 ‘적은 회차, 많은 편수’가 도출되는 거군요.

아사이: 회차는 줄여도 상영 기간은 늘린다. 보통 씨네콘이라면 상영이 4주, 길어도 6주. 계속 상영할 신작이 있기 때문에 바꾸지 않으면 안돼요. 그래서 짧으면 1, 2주라도 히트하지 않으면 바로 바꾸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하루 한, 두 번이지만 길면 8주 10주, 3개월까지 하는 작품도 있어요. 

Q 그런 차이들이 좋다고 느껴요. 일본은 가끔 개봉일이 서로 다른 경우도 보곤 하는데요. 블록버스터 대작이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어요.

아사이: 일본 시스템은 얼마 전까지는 기본이 토요일이 로드쇼(일본에서는 개봉을 ‘로드쇼’라고도 이야기한다), 지금은 일부 영화관에서 금요일에 로드쇼를 해요. 왜냐면, 근래 시작된 ‘일하는 방식 개혁’ 때문에. 토요일이 개봉날이면 배급 회사, 도호 사람들이 영화관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Q (웃음) 단지 그런 이유인가요?

아사이: 일단 그래요. 도호 사원이 토요일 출근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금요일 로드쇼면 평일이니까 개봉한다고 해도 평일 출근. 지금은 금, 토요일 개봉이 믹스된 상황이에요. 그런데 우리 UPLINK는 일본에서 2번관(二番館) 이라고 하는데, 처음에 로드쇼를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그게 끝난 뒤 개봉이 지난 영화들을 주워서 공개하는 거에요. 이런 곳이 지금은 별로 없어요. 보통은 신작을 빨리 보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손님들도 있고, 편칙일지 몰라도 우리는 시부야는 토요일부터, 키치죠지는 금요일부터, 시스템이 되어있어요. 


UPLINK 시부야 사무실에서 아사이 타카시 대표

Q 회차를 줄이고, 편수를 늘리는 방식이 영화의 다양성을 위함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영화 업계가 힘든 시기에 하나의 대안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아사이: 우리같은 ‘2번관’이 당연한 방식은 아니더라

도, 영화를 상영하는 하나의 형태로서, 그런 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있어요. 일본에는 옛날에,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좌(映画座)’라는 게 있었어요. 2편을 동시 상영하는, 지금도 ‘와세다 쇼치쿠(早稲田松竹)’랄지, ‘메구구로 시네마(目黒シネマ)’가 있죠. 거기에 가면 하루에 영화 두 편을 보면서 영화 공부를 할 수 있었달까, 돈을 많이 쓰지 않고도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으니까 영화팬이 거기서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영화좌’가 지금의 영화팬을 만들어온 거죠. 로드쇼만(동시 전국 개봉하는 시스템 안에서)으로는 영화팬을 만들어낼 수 없어요. ‘어벤져스’같은 대작, 큰 영화밖에 상영하지 않으니까. 반면 작은 작품, 아트 하우스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시장을 생각하더라도 ‘2번관’이 있다면 상영 기간에 여유가 있으니 당장 보지 못하더라도 보러 갈 수 있을 테고, 영화 팬을 만드는 방법은 된다고 생각해요. 

Q 키치죠지는 시부야 UPLINK와 달리 파르코라는 상업 빌딩 지하에 있어요. 영화관으로서 그런 입지적인 조건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나요.

아사이: 파르코 아래 있는 게 해피.(웃음) 지금까지 영화관에 별로 온 적 없는 사람도 쇼핑하고 영화 볼 수 있고, 마침 지금은 영화 티켓으로 할인해주는 캠페인도 하고 있어서 파르코 도움을 받아요. 

Q 파르코는 상업 빌딩이기는 하지만, 단지 그렇지는 않은, 쇼핑몰은 아니라는 느낌이 있어요. 시부야 파르코가 동시 3관 휴관을 했을 때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이 들려오더라고요. 

아사이: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데, 옛날엔 ‘세이부(西武)’ 그룹 시절 그 컬쳐가 있었어요. ‘세이부’가 문화 전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문화로 비지니스를 해간다는 폴리시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위에 홀딩 컴퍼니가 생겨서 전혀 그렇지 않죠. 다른 백화점에 비하면 ‘세이부 컬쳐’의 유전자는 남아있다고 생각하지만...

Q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트위터나 뉴스를 보면서 키치죠지 이야기가 설렜어요. 미타카에 1년 조금 산 적이 있는데 키치죠지 UPLINK에서 미타카 지비루(地ビール)를 판매하더라고요. 단지 영화관이 아니라, 지역성을 생각한다는 것, 요즘 이야기하기 시작한 화두이기도 하고요. 

아사이: 맥주도 그렇지만 재밌었던 건 코카 콜라를 팔야아 할지 말지 사내에서 토론을 했어요. 

Q 그런 걸 토론해요? 좋네요.

아사이: 코카 콜라는 가장 글로벌 기업이지만 남미에서는 수도 사업이 소외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코카 콜라가 수돗물보다 싸다고도 하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너무 글로벌한 음료이니까. 다만 UPLINK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이요시 콜라(伊良コーラ)’라고 수제 콜라를 만드는 코바야시 군이랑 만났고, 그는 코카 콜라를 싫어하지 않아요. 존경하면서, 처음 코카 콜라 맛을 만든 사람에 대한 존경을 갖고 콜라를 만드는 친구인데, ‘이요시 콜라’와 코카 콜라를 같이 팔았더니, ‘이요시 콜라’가 7, 8배 더 많이 팔려요. ‘이요시 콜라’ 550엔, 코카 콜라 350엔인데도. 그래서 글로벌한 기업에 비지니스로 이기려면, 로컬, 개인의 브랜딩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거죠. 키치죠지 UPLINK 안에서의 작은 셰어이지만, 코카 콜라 쪽이 훨씬 낮아요.(웃음). 


 영화관의 콜라 논쟁과 크래프트 맥주와 핸드-메이드 진저에일

키치죠지 UPLINK에서 파는 콜라, 맥주, 그리고 진저에일은 모두 수제다. 코카 콜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는 크래프트 콜라 ‘이요시 콜라’는 코바야시 코라라는, 콜라를 만들기 시작하며 이름도 바꿔버린 코바야시 타카히데가 만드는 크래프트 콜라이고, 첫 맛은 흡사 진저에일 같지만, 점점 스파이시하고, 프루티한 향을 드러내고, 그 콜라는 재료만 20가지에 이른다. 금고에서 유출됐다는 코카 콜라 레시피를 발견한 뒤 돌연 콜라 만들기에 빠져 전 세계 30개국을 돌고 시행착오 끝네 만들어냈다는 집념과 사연의 한 잔. 코바야시의 할아버지는 한방을 운영하던 장인이었고, 그는 시모오치아이의 그 공방에서 약재가 아닌 콜라를 달이고 있다. 그리고 미타카 지역의 맥주를 제조하는 오가사와라 케이스케는, 본래 광고일을 하던 남자. ‘일단 맥주(とりあえずビール)’ 문화가 뿌리깊은 일본에서 오가사와라가 맥주 집안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그는 2015년 Cool Air One Brewing이란 브루어리를 설립했고, 미타카 시에 맥주 바 Cafe HOOOOP도 운영한다. 그가 이야기하길 크래프트는 맥주는, 가장 먼저 색, 그리고 향, 그 다음 알콜의 쓴 맛으로 즐기는 음료라고. 미타카 맥주는 마셔보지 못했지만, 투명한 비닐팩의 탄산 방울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요시 콜라’는 조금 도쿄의 맛이 났다.

세계 최초 크래프트 콜라를 만드는 코바야시 코라 군, 햇살이 강해 자꾸만 눈을 감았다

Q 기본 ‘2번관’의 시스템이고, 스크린이 시부야 3, 키치죠지 5, 영화 편성의 기준은 어떠하나요.

아사이: 우리는 ‘이걸 봐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이거 보고 싶다’는 손님에게 제대로 답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쪽이에요. 스크린이 하나나 둘이면 ‘이걸 봐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내야하겠지만, 시부야 3 키치죠지 5, 합쳐서 8관이고, 우리는 연간 800편 정도를 상영해요.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절반 이상을 상영하는 건데, 그게 도호가 아니라 UPLINK라는 것, 그것 만큼은 대단하죠.(웃음) 그리고 키치죠지에는 도호 계열 극장이 두 곳 있고, 그런 지역적 상황도 있어서 우리가 도호 신작 영화를 상영할 순 없어요. 키치죠지 주민이라면 그런 영화들은 도호에서 볼 수 있으니까, 그 작품 외에서 그 안에서 선택해주세요’인 거죠. 지금은 연휴 기간이기도 해서 ‘기관차 토마스’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어요. 이건 분명 UPLINK의 커팅 엣지한, 아트한 느낌과는 다른 거죠. 하지만 골든 위크니까 키치죠지에 패밀리 층이 많이 몰리고, 그렇다면 엄마, 아빠랑 같이 이걸 보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에요. 

Q ‘보고 싶은 영화를 본다’는 건 어쩌면 영화관의 당연한 이야기이고, ‘2번관’이라는 것도 예전에 한국에도 비슷한 시스템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키치죠지 UPLINK가 매우 새롭게 느껴지지만 실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사이: 스크린 크기가 워낙 작으니까. 가장 적은 게 29석, 많아도 98석. 한국의 롯데지 뭔지랑 비교하면 점 하나 크기 만한 영화관이지만,(웃음) 그래서 대대적 히트작이 아닌 ‘이걸 보고 싶다’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Q 온라인 상영 이야기도 보았어요. UPLINK CLOUD에서 상영하는 것, 온라인에 영화의 ‘자리’를 만드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사이: 한국에 지금 렌털 비디오 있어요? 업지? DVD는? (콜렉션 정도는 하는 분위기같아요)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일본은 아직 렌털 DVD를 츠타야에서 하고 있고. 하지만 옛날엔 렌털 비디오나 DVD로 지나간 영화도 볼 수 있던 게 이제는 영화관에서 내려가면 볼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500엔 내고 볼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시작했고, 기본UPLINK 배급 작품, 다른 회사의 인디 작품도 좋은 것들 골라서 상영해요. 


 

 도시와 영화와 사람과 기억과, 그리고 미니 씨어터

Q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시부야의 ‘이미지 포럼’을 조금 남다르게(웃음) 좋아해요. 예전에 메가박스 영화제를 그곳이 같이 주최했었는데, 취재차 열흘 정도를 출퇴근하듯 다녔어요. 미니 씨어타가 보통의 씨네콘과 다른 건, 각각의 기억, 감정들이 나름의 이미지를 업고 하나의 영화관을 완성하는 부분이라 느껴요. 하나의 극장이 자신 안에서 하나의 씨어터가 되는 감각이랄까요. 그건 작품 뿐 아니라 기타 여러 부가 요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UPLINK는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분들을 의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아사이: 엄청 많이 생각해요. 지금도 상영하고 있지만 독일 예술가 요세프 보이스(Joseph Beuys)의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그는 아트로 민주주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며 활동해요. 특히 활동 후반엔 사회 활동을 하기도 했고, 사회 운동가, 데모를 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트로 인해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을 만들어가요. 제작부 출신이었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역시 비슷한데, 그는 ‘사이코 매직’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로 인한 사회 변혁을 만들어요. 아트로, 그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거죠. 아트가 가진 아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또는 둘을 믹스한 느낌의 작품들을, 배급작을 고를 때는 생각해요. 그리고 영화관 입장에서 생각하면, 좀 더 엔터테인먼트적인 것. 패밀리 취향까지 폭을 넓혀가는 느낌이에요. ‘핵’이 되는 건 아트로 인해 무언가 사회가 변해간다, 아트는 그런 힘을 갖고있다는 걸 믿는 거에요. 그런 맥락에서 브랜딩을 하고있다 생각해요. 

Q 그런 게 관객 개인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시간이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영화 한 편, 한 편이 관객과 어떤 만남을 만들어가고, 그로 인해 자신만의 어떤 영화관이 완성되고. 제게는 시부야 도겐자카(道玄坂)의 ‘유로 스페이스’가 그런 극장인데, 지금도 그곳에서 봤던 오래 전 구로사와 키요시의 ‘도쿄 소나타’는 저에게 하나의 새로운 시작같은 영화기도 해요.

아사이: 그건 그냥 그 영화가 좋았던 거지 ‘유로 스페이스’랑 상관 있어요?

Q (웃음)음...아직 도쿄를 잘 몰랐을 때인데 영화를 보기 전에 근처 ‘프레쉬니스 버거’에서 네기미소 버거를 먹고, 영화를 보고, 그랬던 늦은 저녁 한 덩어리가 제게는 그 영화고, 그 영화관이란 감각이 있어요. 

아사이: 그건 ‘유로 스페이스’에 한한 이야기라기보다는, 20대 전반의 시간과 도쿄에서의 경험이 믹스된 거. (웃음) 근데 알아요. 그거 중요하지.

Q 키치죠지 UPLINK는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시부야 클럽 WOMB의 미러볼을 가져와 천장에 부착한달지, 미타카의 크래프트 맥주를 판매한달지, 핵심은 ‘영화’이지만, 그와 관계하는 여러가지의 그림이 많이 기대돼요. 그런 ‘다양성’의 측면에서 가장 의식하는 건 어떤 점들인가요.

아사이: 지금의 씨네콘은 디자인이 점점 유원지스러워지고 있죠. 레져 랜드같은 단색을 주로 사용하고. 빨강, 파랑, 초록. 저는 좀 더 멋있게 만들고 싶다 생각해요. 영화관이라는 게 디즈니 랜드같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디자인도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관에 가는 것만으로 ‘두근두근’ 설렘을 느낄 수 있게. 반면 지금 있는 미니 씨어터는 대부분 80년대 만들어진 곳들이고, 많이 낡았고 오래됐고, 그렇다면 좀 더 영화관에 가는 것만으로 기분이 업되는, 리프트되는 영화관을 우리는 만들려고 해요.


  영화관이라는, 도시의 두근거림

Q 도쿄도 새로 생겨나는 미니 시어터의 흐름 같은 게 없나요.

아사이: 음...그렇네요. 그래도 최근엔 요코하마에 ‘키노 시네마’가 생기고, 타치카와에도 생기는데, 새로운 콘셉트의 극장들이 생기려는 무드는 있어요. 다만, ‘미니 시어터 콤플렉스 시네마’란 말을, 내가 쓰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씨네콘은 히트하는 영화를 위에서부터 10개 자르잖아요. 심지어 같은 영화를 스크린 세 개에서 상영하기도 하고. 그러면 다양성이 없죠. 반면, 스크린이 3개 이상 되는 미니 시어터를 ‘미니 시어터 콤플렉스’라고 한다면, 우리같이 ‘2번관’ 시스템으로 편성해, 하루 한 스크린에서 5편 정도가 상영 가능하니, 시부야 3관이어도 15편인 거에요.

Q 아까 오기 전에 상영표를 세봤는데 열 하나더라고요. 

아사이: 열 하나? 그건 ‘빌 에반스’가 히트하니까 그 정도고, 많을 때는 12, 13편도 해요.

Q 도쿄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는 ‘어벤져스’ 새로운 시리즈가 개봉했어요. 4시간만에 관객 1백만을 돌파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개봉일을 같은 날이 아닌 조금씩 어긋나게 가져가면, 지금의 시장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사이: 우리같은 곳을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어. 우리같이 하는 배급사 있지 않아요? ‘앳나인.’ 영화관 갖고있고, 카페도 있고...한국이 일본보다 돈 모으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때?

Q: 최근에는 대형 멀티플렉스에 반감을 가지고 그곳의 영화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조금 있기도 했어요. 물론 작은 영화관들도 있지만, 도쿄의 극장들과는 조금 다른 종류처럼 느껴지는 게, 개인적 생각이지만, 사실이에요. 종종 가는 극장 중에 KT&G란 한국 담배 회사가 가진 ‘상상 마당 시네마’란 곳이 있는데, 그곳의 라이브 하우스에는 무대 정면에 ‘상상마당’이란 간판이 붙어있어요.(웃음) 어떤 라이브를 보더라도 그 간판을 보게되는 거죠.

아사이: 그건 싫네. ‘상상 마당’은 담배 이름? (아뇨...라이브 하우스가 있는 건물 이름이요) 그걸 그 쪽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Q 상영 작품이나, 라이브하는 아티스트가 좋으니까 찾기는 하지만, 문화를 체험한다는 오감의 체험이 결여됐다 느껴요.

아사이: (한참을 노트북으로 ‘상상마당’을 검색하더니) 멋있네. 좋잖아. (웃음) 그래도 한국은 작은 아트 하우스 영화가 만들어기지고, 유럽 영화도, 미국영화도 수요가 있고, 그래서 시부야나 키치죠지처럼 그를 위한 극장을 만들면 사람들 오지 않나?

Q 보는 사람도 많이 있고, 만들려는 사람은 정말 많다고 느끼고, 장소도 없는 건 아닌데, 영화나 음악, 그에 걸맞는 장소의 무드가 도쿄에 왔을 때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껴요. 



아사이: 그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블랙베리(당시 나의 핸드폰이 블랙베리)는 기계만 블랙베리지만, 애플은 하드웨어와 OS를 한 회사에 만드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상상마당, KT&G 씨네마도 담배 회사가 멋있는 건물 만들고, 운영을 누가 하는가가 중요한데. (다른 곳에서 해요. 극장 직원은 KT&G 직원은 아니에요) 애플 컴퓨터처럼, OS, 하드웨어를 같이 하지 않으면 하나의 콘셉트가 잘 작동하지 않아요. 영화관이라면 운영하는 사람, 편성하는 사람, 그리고 기획한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거죠. 그게 잘 된다면 한국 영화팬도 거기에 모일 거라 생각해요. 행정, 나라에서 돈을 내서 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누가 만들어갈 것인가,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지. 우리는 파르코에서 돈 받는 건 아니고, UPLLINK가 기획하고, 파르코가 하자고 해서 50:50 돈 내고, 운영은 우리가 하는 걸로 정한 거고. 만약 운영을 파르코가 하자고 했다면 절대 잘 되지 않았을 거에요. 운영은 우리가 하게해달라. 돈도 더 내달라. 단, 그 때 가장 중요한 건 처음 정한 매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해내느냐. 우리는 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키치죠지에서 할 얘기 할 수 있는 거지. 한국도 그게 삼성이든, KT&G든, 출자를 받아서 한다면, 결과를 제대로 만들어내야 해요.


  큰 소리가 아닌, 작고 당당한 목소리

Q 또 한 가지 지금의 도쿄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재개발로 인해 알던 동네의 모르던 부분들을 보게된다는 거에요. 예전 도쿄에 살 때는 분카무라(文化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대표 님은 UPLINK 키치죠지와 시부야를 이어서, ‘미니미니 분카무라’라고 얘기하셨더라고요.

아사이: (웃음) 미니미니...분카무라는 토큐라는 전차 회사가 만든 곳이고, 우리보다는 훨씬 큰 곳. 규모로 따지면 우리는 그 회사 화장실 크기 정도겠지만(웃음). 일단 큰 홀이 두 개 있고, 영화관도 두 스크린. 미술전을 할 장소도있고. 그에 더해 레스토랑, 카페까지.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그들은 그걸 제대로 콘트롤하고 있는가 한다면, 힘들다고 생각해요. 왜냐. 너무 크기 때문에.

Q 분카무라는, 좀 긴장하게 되는 느낌이 있어요. 다가가기에는 좀 어려운 문화 공간이랄까요. 

아사이: 보통 사람이 가기에는 너무 특별한 장소같은 게 있지. 좀 더 캐쥬얼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지금은 들어요. 영화도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누구나 같이 볼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좀 낡았달까. 문화를 고급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건데, 그저 백화점에서 명품 판매하는 것처럼 문화를 팔고있는 거기도 하고. 캐쥬얼, 스트리트성이 전혀 없다. 물론 그런 브랜딩도 돈 좀 가진 사람들이 와주면 되겠지만, 지금 일본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으니까. 부자가 점점 줄어들어요. ‘미니미니 분카무라’는 이야기는 했지만, 그걸 그리 강조해 말한 건 아니고, 우리는 ‘미니 씨어터 코플렉스’라는 하나의 스타일, 영화를 상영하는 하나의 표준을 만들고 싶어요.

Q 근래 도쿄는 재개발 탓에 온통 공사판이잖아요. 시부야는 고층 빌딩만 10여 개가 새로 들어서고, 키치죠지에도 ‘스퀘어’란 고층 빌딩이 오픈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아사이: 스퀘어? 모르겠는데. 재개발을 하고있지만, 키치죠지는 토지를 가진 곳이 세 개의 절이에요. 그래서 개발이 더디고, 고층 빌딩이 별로 없죠. (또 검색을 하더니) 아, 있다. 전반적으로 재개발, 고층 빌딩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재밌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세계 최고 기업이 재밌는 거 만들려고 해도, 아까 말했듯이 OS와 하드웨어를 같이하지 않으면 안돼요. 기업들은 큰 빌딩을 만들고만 있을 뿐, 그 안에 무엇을 넣을지. 여러가지를 고르고는 있지만 어떻게 구성할지. 결국 자기가 만든 어플이 아닌 남이 만든 어플을 퐁퐁퐁 넣고만 있는 거에요. 그러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재밌는 건물을 만들고 싶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러면 비슷한 어플은 많아지고, 스타벅스인지 뭔지, 빵집인지 뭔지, 비슷한 것들만 끌어들이니까 빌딩 간에 차이가 없죠. 

Q 고층 빌딩이 아니라 중요한 건 어플의 유니크함이네요.(웃음) 시부야도 ‘시부야 브릿지’랄지, ‘캐스트’랄지, 정말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더라고요.

아사이: 브릿지? 어디 말하는 거지? ‘스트림’은 최근 알았는데...시부야 사람이 시부야를 모르네. (또 검색을 하더니) 아...맞네. 있었네. 그러니까 ‘브릿지’라는 것도 건물 만드는 사람들이 말할 뿐이고 시부야 사는 사람들은 브릿지? 어디? 그래요. 

Q (웃음) 그럼에도 ‘시부야 브릿지’에 갔을 때, 관련 뉴스를 보고도, 도시가 ‘이어짐’을 말한다는 게 이런 그림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어요. 어제와 오늘을 이으며 내일을 만들어간다는...

아사이: 최악. 최악이야. 그런 거 아무도 느끼지 않아.

Q 그렇다면, 10여 년 전 시부야 스페인자카의 ‘시네마 라이즈’가 폐관하고 라이브 하우스 WWW가 생겼잖아요. 

아사이: 그건 WWW가 생긴 게 아니라, 그냥 안에 들어간 거고.

Q 그러면 ,키치죠지 UPLINK도 이전엔 문을 닫은 ‘바우스 시어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아사이: 아, 그 이야긴가. 전혀 관계없어. 관계없어요. 그렇게 말한다면, 파르코가 생기기 전, 30년 전 그곳엔 일본 영화관 ‘쇼치쿠’와 ‘닛카츠(日活)’가 있었다는 걸 얼마 전 알았는데, ‘이어짐’을 말한다면 ‘바우스 시어터’보다는 쇼치쿠, 닛카츠인거고.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헤세이에서 레이와가 됐다고 해도, 그냥 레이와 세일하네...그러니까 장사장사...(웃음)

Q 여기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너무 많이 어긋나는데요(웃음).

아사히: 어긋났어. 어긋났어.(웃음)

시부야 브릿지 B관 호텔 고층의 라운지, 문을 열고 작은 테라스엔 키다리 재떨이가 있다

아사이 타카시 대표는 ‘WWW가 씨네마 라이즈에 들어갔다’고 표현했지만, WWW는 시네마 라이즈의 1관이 문을 닫던 년 2016년 오픈했고, 6년 뒤 나머지 한 권이 폐관한 뒤 WWWX를 만들었다. 아사이 씨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건 2016년 WWWX가 생기기 전까지의 이야기. 하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한 마다, 한 마디가 질문을 박살내듯 가감없이 쏟아졌고, 그럼에도 그가 오래전 그렸던 복합 컬쳐 스페이스에 대한 구상은 내가 바라보았던 도쿄와 멀지 않았다. 분명 나는 도쿄라는 환상에 젖어 아직도 그 길을 걷곤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만나고 듣고 보았던 풍경은 어김업이 내게 존재하는 100% 도쿄의 오늘이기도 하다. 여전히 요즘 뜬다는, 소위 힙한 장소들보다 이미 알고있는 익숙한 동네 언저리를 도는 것이 좋고, 바다 건너 '뜨거운 감자같은 일본'이 아닌 내게만 자리하는 도쿄의 흔적들이 내겐 더욱 의미있다. 그리고 이건 이보다 더 험한 시절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별로 바래지 않을 마음들. 국적을 떠나, 태어난 곳을 벗어나 마음에 품는 기억의 영화관 하나 쯤은, 사실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고, 나는 그저 가끔 그곳을 생각하는 이곳의 사람이다. 그저 요즘 좀 그런 걸 자주 생각할 뿐이다. 


https://youtu.be/LrwC2Xu2POs

 ...그리고, 어제밤 이 노래가 그렇게나 슬펐다. 스피츠, '추억이 되기 전에' 思い出になる前に




매거진의 이전글 언오피셜 도쿄, 도너츠홀1.5, 말하자면 개정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