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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RESQUE Jul 24. 2020

서른 둘 남자의 100번의 밤

하루가 하루가 아닌 사람들


인터뷰이가 이야기한 영화 대사를 확인하느라 영화를 다시 돌려봤다. 하지만 찾지 못했고, 에라 모르겠다 들린대로 보냈는데 빨간 표시가 되어 돌아왔다. 뜨끔한 맘에 그 문장을 다시 찾겠다고 다시 돌려봤는데 역시나 찾지 못하고 결국 구글, 야후 재팬을 들쑤시다 모든 대사를 올려놓은 사이트를 발견했다.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대략 두 시간이 조금 넘는, SF물. 인터뷰이는 조금 틀리게 그 대사를 말했고, 원고에 넣어보니 그 대사는 A4 한 줄을 넘기지 못했다. 



야마모토 요지를 너무 좋아해 아들 이름을 '요지'로 지어버린 남자가 있다. 들으면서 그저 재밌다 웃기만 했는데 여기엔 왜 하필 이름을 둘러싼 일본의 복잡한 속내(규정, 30년 사이에 무려 40번 개정을 해버리는 호적법)가 있어, 43년 야마모토 요지는 되고, 83년 '요지'는 되지 못했던 이유를 파내느라 등꼴이 휘는 줄 알았다. 90년이 돼 그 한자는 다시 이름에 쓸 수 있는 한 자가 되었는데, 내 기자 인생 기념할 만한 삽질이었다. 장인을 만나며 그들을 이야기하며 아마도 가장 장인스러웠던 어제의 에피소드. 하루는 하루가 아님을 장인은 이야기한다. 



미에현의 사라지는 센토를 담은 마츠바라 유타카의 사진들. 예약제로 진행되는 전시의 타이틀은 Local public bath "sento". 아사쿠사의 100년 된 센토 '히노데유'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목욕은 집에서 하자"란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도쿄가 영업 자제령을 내리며 대상에서 제외했음에도 "아마, 망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안전해지면 다시 만나요"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가을 그를 만났을 땐 고령화와 시설의 노후 등등으로 문을 닫는 센토의, 그럼에도 이어가는 오늘을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다른 대목에서 또 다른 문턱 앞에 서있다. 그곳의 4대 타무라는 1년 만에 유튜브에 새 에피소드를 공개했는데, 주제가 24살의 연애를 이야기다. 난, 늦은 밤 베로체에서 "센토는 동네 이웃끼리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이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던 서른 둘의 그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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