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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_스타벅스라는 집, 카페란 도시 생물체에 관하여

'카페'만큼 수상한 도심 속 공간도 없다.

by MONORESQUE


요즘은 카페도 천차만별 나날이 업데이트 중이라, 새삼 콘셉트를 말하는 게 시시하게도 느껴지지만, 사방이 꽃, 나무, 녹음에 둘러싸인 스타벅스는 발길이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도쿄 신주쿠에서 30분, 이나기시 '요미우리 랜드' 내에 만들어진 식물원수족관 '하나비요리' 안의 스타벅스. 자연이라면 벌레 걱정부터 하고보는 나란 사람이지만, 1500평의 식물원을 품은 카페 쯤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벌써 3년 전, 도쿄에 면접을 보러가며 '카페에서(カフェで)'란 제목의 기획을 과제로 만든 적이 있는데, '카페'만큼 수상한 도심 속 공간도 없다. 전혀 모르는 타인이 한 자리에 앉아 짧아도 일정 정도의 '머무름'을 공유하는 자리.



근래의 책방이 '책'에서 시작하는 변주의 베리에이션이라면, '카페'는 어쩌면 '머무름'의 확장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7월 긴자에 '오피스 형 스타벅스'를 오픈했고, 안경 브랜드 'JINS'와 협력한 그곳엔 '세상에서 가장 집중할 수 있는' THINK LAB도 마련되어 있다. 다소 허황된 소리처럼도 들려오지만 JINS MEME란 연구소에서 오랜 세월을 들여 일궈낸 성과라고 기사는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벅스 재팬의 CEO 미조구치 타카후미의 "우리는 사람들의 '머물 장소'를 만드는 역할을 베이스로 하고있다'는 말까지. 시부야의 또 하나의 메가 스폿, 미야시타 파크 옥상엔 후지와라 히로시의 스탠드형 스타벅스가 문을 열었고, 카페는 점점 '시간'의 공간으로 뻗어가고 있다. 커피가 설계하는 도시는 에스프레소 투 숏 정도의 향기일까. 카페에서 도시의 라이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오래 전, 커피숍이 도시에 문을 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카페의 변화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책을 진열하고, 전시를 열고, 때로는 작은 라이브 공연도, 영화도 상영하는 오늘의 카페이지만, 어쩌면 그건 이제야 찾아낸, 혹은 뒤늦게 발견한 카페의 '숨은 공간'일지도 모른다. 전에 없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듯한 책방도 알고보면 십수 년 전 생겨나기 시작한 흐름(도쿄의 SPBS랄지, 타이페이의 지금은 없어진 청핑서점이랄지)이고, 도쿄의 유료 서점 '분키츠'를 기획했던 북 디렉터 소메야 타쿠로는 "이미 잠자고 있던 책의 다양성을 이제야 바라보는 시도들이다"라고도 말했다. 책이 아닌 책방의 다양성. 그런 단 한 자의 가능성.

회사에 처음 들어가 혼자살기 시작했을 즈음, 난 일이 끝나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홍대의 수많은 체인 커피숍들을 전전하곤 했는데, 카페엔 커피도, 그리고 케이크도 아닌 무언의 어떤 자리가 있다. 홍대 걷고싶은 거리 스타벅스 2층에 앉아 창가로 내려다 보이는 사람들과 늦은 저녁, 곁에서 조용히 노트북을 열던 어떤 남자의 짧은 오후, 자꾸만 눈길이 마주치던 그가 나보다 먼저 자리를 떠버리면 얼마나 서운하던지... 창피해 말도 못하는 외로움을 카페에 가면 만나곤 했다. 고작 커피 한 잔에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카페에서 커피는 애초 구실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해 전 여름, 도쿄에서 처음으로 면접을 보러가며 내가 과제로 챙겨간 기획은 '카페에서'란 제목이었다. 일본어로 적으면 'カフェで', 단 세 글자로 끝이 나는데, 기획 의도랍씨고 적은 문장은 "자신의 시간 안의 공간으로서 카페를 다시 바라보고, 시리즈 형태로 카페에서의 시간을 쌓아간다'였다. 카페에서 잠, 카페에서 책, 카페에서 영화, 카페에서 멜랑꼴리, 카페에서 쇼핑, 카페에서 토크, 그리고 카페에서 만복(満腹)...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쑤셔넣은 리스트인데, '멜랑꼴리'를 제외하면 실제 당시 도쿄에 벌어지고 있던 예시들이기도 하다.

그 무렵 나의 키워드는 '시간'이었고, '머무름'이었고,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지만 '함께하는 타인'이었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가게이지만, 커피에서 시작해 너와 내게 스며드는 공간이 되어간다. 책방이 책에서 시작하는 일상을 포착하여 시간의 비지니스를 벌인다면, 카페는 커피를 핑계로 너와 나의 '이어짐'을 연출한다. '타인'이란 도시의 주어를 만들어내고, 도시에 '머무름'의 자리를 짓는다. 도쿄에만 네 곳의 카페를 갖고있는 '온니버스 커피'의 사카오 아츠시는 '이탈리아에서 보고 온 아침'이 그 시작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커피의 맛이 아닌,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어울리던 아침.

시모키타자와 '북 숍 트래블러'의 카푸치노는 도쿄에서 아마 3번째 쯤 맛있는데, 그곳은 책방일까 카페일까. 서교동 카페 비하인드는 작지만 센스있는 서가를 갖고있는데, 그곳을 커피를 파는 도서관이라 말하는 건 정말 틀린 말일까. 책과 커피가 아닌, 책, 그리고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 경계는 그렇게 지워진다. 카페엔 내가 아닌 도시 속 나의 하루가 흘러가고, 그곳에 타인은, 조금 나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저는 킷사뗑을 좋아하는데, 킷사뗑은 공원이랑 닮았어요. 여러가지 사용법이 가능하다는 점. 지금 이곳에서도 컴퓨터 작업하는 사람 있고, 잡담 나누는 사람 있고,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여러 사용법이 가능한 장소라는 건 다양성을 의미하고, 하나에 한정하지 않고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메야 타쿠로는 지난 가을 니혼바시 킷사텡 '루노아르'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커피에서 시작해 웬만한 식사도 가능한 킷사텡은 일본에서만 300여 년, 더 거슬러 오르면 16세기의 이슬람,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있다. 루노아르가 도쿄에 처음 문을 연 건 1957년이고, 결국 우리는 가끔, 도시의 어제를 살고있다.


https://youtu.be/_gQ_SBXPk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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