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의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오늘 또 하나의 불시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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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사람을 느꼈던 순간. 혹은 내가 아닌 5천 여 만개의 '경우의 수'를 실감했던 장면. 이틀 전 김창완의 라디오에 소개됐던 내 책 이야기는 게으른 탓에 놓치고 말았지만, 어떤 감사한 분이 블로그에 올려놓아 주셨다. 배철수와 김창완의 라디오 일부를 아카이빙하고 계신 듯한데 나를 위함은 아니었겠지만, 나를 위한 고마움으로 '골인'하는 타인의 수고. 사람 하는 일 거기서 거기(매우 희망적인 의미에서)란 생각과 함께 그래서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 감사함을 느낀다. 가장 지속 가능한 '믿음'이랄까. 낭독되는 내용은 #때로는혼자라는즐거움 첫 에피소드 18-23p 부분입니다.
아마도, 100여 일 만의 외식. 초대를 해주신 분의 섬세한, 어쩌면 철저한 배려로 식당엔 나와 나를 불러주신 이제는 친구라 부를 수 있는 , 그리고 식당 주인과 종업원 한 분 뿐. 음식을 주문하고 한참을 먹기까지 다른 테이블이 비어있다는 생각을, 왜인지 하지 못했다. 집을 나서는 내게 엄마는 '전쟁터에 보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전쟁터같은 풍경. 그저 가게를 나오며 빈 테이블에 놓인 나를 향한 어떤 마음을 조금 생각했던 것 같다. 간만에 와인에 그만큼 취해 버스에 앉아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빈 자리들을 추스리려 애쓰다, 잠이 들었다. 밖은 올해 가장 추운 영하라는데 머플러를 벗어 가방에 넣고, 모자 아래로 땀을 닦고. 왜 이럴 땐 물티슈밖에 없는지. 그리고 세상은 알 수 없는데 왜이리 발버둥을 치는지. 좀처럼 되지 않는 '비어두는 삶'에 오늘도 실패를 해버린 것만 같다고, 고작 그런 변명을 긁적이고 있었다. 외출을 못하니 물건을 점점 줄어드는데 마음은 아직 시절 변한 줄 모른다. 참 바보같이도. 참고로 식당 이름은 '이목.'
일본에서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라는 말은 좀처럼 알 수 없는, 어딘가 부풀려진 뻥만 같았는데 실제 2020 넷플릭스 랭킹 1위가 그 드라마고, 매년 발표되는 '올해의 신조어・유행어 대상에 뽑히기도 했고, 이제는 그도 모자라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에서 전시가 열린다. 아무리 과장된 국뽕을 덜어낸다고 해도 어김없이 하나의 현상. 설정부터 무엇 하나 끌리지 않아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대체 무얼 '전시'하나 싶기만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즐긴 드라마를 재현해놓은 '비쥬얼'이 제법 그럴싸하다. 사실 이도 드라마 제작진은 예상치 못했을 일일텐데,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해도 불매운동이 꽤나 거셌는데, 역시 알 수 없는 우연이겠지. 세상은 어쩌면 내가 하지 않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것들로 굴러가는지 모른다. 요즘 난 점점 그런 근거없는 짐작이 더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삶은 아마 단기전이 아닌 롱텀, 아직 오지 않은 내일로 완성되는 무엇이라, 별 자신은 없지만 확신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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