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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형 Oct 30. 2020

착한 기업은 과연 무엇에 집중했어야 했나

소셜벤처가 돈을 많이 벌어야 사회가 변하죠


2016년, 새해가 밝고서 성수동에는 이런저런 변화들이 많았다.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업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소셜섹터’라고 불리는 이 영역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지하철 서울숲역에서 서울숲까지 이어주는 길에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창업 창직 플랫폼,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조성되고 있었다. 2016년 상반기는 우리에게도 꽤나 변화가 많았던 때였다. 함께할 멤버들이 채용되었고, 더 넓은 작업실로 이사를 했고, 당시 조성되고 있었던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첫 입주사로 함께 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로의 입주는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던 도트윈에게 오프라인으로의 첫걸음이었다. 선한 의지를 담은 착한 기업들이라고 불리던 소셜섹터의 중심에 함께 했던 도트윈. 착한기업이라 불렸던 우리가 브랜드를 운영해나가는 데에 집중해야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c)롯데면세점 | 서울숲역과 서울숲을 가로지르는 언더스탠드에비뉴


지상 1~3층 높이의 컨테이너 116개로 구성된 언더스탠드에비뉴는 2016년 4월경 서울숲 옆 공터에 완공됐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청년층의 창업 지원, 다문화가정 청소년 직업 훈련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자립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민간단체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사회공헌기금 기부, 성동구청의 지원이 결실을 이뤄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아르콘이 신한은행과 함께 청년 창업 지원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도트윈은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완공되던 그 해, 첫 입주사로 함께 했다. 우리가 그곳으로 입주하게 된 것은 그 당시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초기 창업가들을 위해 판매 공간을 지원했던 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그 덕에 우리는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약 4개월의 기간 동안 도트윈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었다.


(c) 도트윈 | 도트윈 진심제작소

우리는 ‘화물 수송에 쓰이는 쇠로 만들어진 큰 상자’인 컨테이너의 공간적 의미를 살려, 유형의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수송해줄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자 했다. '진심을 제작하고 전달하자'는 뜻을 담아, '진심제작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팝업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진심'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또 도트윈의 제품을 통해 소중한 사람에 대한 진심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도트윈이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도트윈이 오프라인에서 소개되는 첫 번째 기회였기에, 우리는 무엇보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c) 도트윈 | 도트윈 진심제작소 내부


진심제작소를 디자인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협소한 컨테이너의 내부가 좁아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제품이 올려지는 매대를 높게 디자인하여, 방문객들의 시선이 제품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하였다. 동선이 제한적이지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공간감을 더 크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외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윈도우의 공간에 직원의 움직임이 보일 수 있게 하였다. 초기의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내부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운영을 하고 있는 매장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적인 느낌이었기에 우리는 오히려 직원의 있는 자리를 윈도우에서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윈도우는 진심제작소를 더욱 생동감 있어 보이게 했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질 수 있 수 있었다.


(c) 도트윈 | 도트윈 진심제작소 윈도우 디스플레이


도트윈은 개개인의 문구를 주문받아 점자로 각인되는 주문제작 상품이었기에, 우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준비하며 이러한 도트윈의 컨셉을 어떻게 하면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다. 우리는 아래의 이미지와 같이 샘플 제품을 배치하였고, 샘플 제품을 손으로 들어 올렸을 때 점자와 국문 뜻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매대를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이들은 직관적으로 제품에 새겨진 점자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공간의 모든 부분들을 세세하게 기획해나갔다. 진심제작소를 방문하는 이들이 도트윈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도트윈의 컨셉을 이해하고 다양한 감각들을 통해 도트윈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우리는 진심제작소가 점자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온라인에는 담을 수 없었던 점자의 촉감과 가죽의 소재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을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언어와 삶을 비시각장애인의 일상 속에 가져놓고자 한 것이다.


(c) 도트윈 | 제품을 들어올리면 바로 보이는 점자와 점자의 뜻
(c) 도트윈 | 도트윈 진심제작소 디자인 스케치


이토록 공을 들여 디자인한 도트윈의 팝업스토어는 2016년 4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런칭과 함께 오픈했다. 감성적인 빛을 내뿜는 우리의 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곤 했다. 특히나 매장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기대했던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2주 정도가 지났을까? 우리의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공간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건네고, 제품이 좋다고 말해주기도 하며, 의미 있는 브랜드라고 평가해주기도 하는데, 그들의 호감이 제품의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도트윈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도트윈을 느끼고만 가도 괜찮다'라는 생각은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잘못했던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팝업스토어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했어야 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우리는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면서 고객들에게 어떤 공간을 선사할지는 고민했지만, 어떻게 수익을 만들어낼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프라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꽤나 다른 영역의 고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공간을 디자인할 때 '컨셉'에만 몰두한 나머지, 방문객들에게 이 '컨셉'을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설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간에 브랜드의 가치를 담는 것도 물론 중요했지만, 어떻게 하면 그곳을 방문하는 이들을 우리의 고객으로 이끌어낼 것인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우리는 그제야 당시 도트윈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한계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후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과 매장에 적용할 수 있는 판매전략을 논의했다.


1. 도트윈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선뜻 구매하기에는 제품이 고가였다.
2. 주문한 메세지가 점자로 각인되어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한정적이었다.
3. 고객이 눈으로만 봐서는 브랜드의 전반적인 컨셉을 파악하기 어려워, 들어오는 손님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만 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지하철역 '서울숲역'을 지나 서울숲으로 향하는 통로의 역할을 했기에, 서울숲을 놀러 오는 사람들이 주말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언더스탠드에비뉴에도 자연스럽게 주말에 사람이 몰렸다. 우리의 팝업스토어는 언더스탠드에비뉴의 중심부에 위치해있었다. 첫 주말을 보내면서 서울숲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우리의 팝업스토어에 눈길은 주지만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과 들어와서 구경을 하더라도 제품을 구매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주말이 지난 후 우리는 매장 문을 닫고, 누구나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저가의 제품이면서, 도트윈의 컨셉을 명확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간단한 상품을 새롭게 기획하고자 했다. 회의는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오랜 회의를 하던 우리 중 누군가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 소원팔찌 같은 거 만들어볼까?" 그 의견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진심을 전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진중한 브랜드 도트윈에서 '팔찌'라는 너무 가벼운 상품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소원팔찌'라니. 너무 유치해 보였다.


 "소원팔찌 만들어만 주면, 내가 서울숲까지 가서 호객하면서 다 팔아올 수 있는데!"라고 말하는 애나의 말에 마치 우리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함께 키득키득 웃었다. 계속되는 회의로 지쳐있던 우리에게 소원팔찌의 아이디어는 간만의 웃음이었다. 나는 소원팔찌의 아이디어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애나와 재성의 반응은 나쁘지가 않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언어라는 점자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꽤나 유의미한 제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의견을 좁혔고, 본격적으로 기획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 주말까지 만들어서 한번 판매해보고 반응을 보자"라며, 그 주의 주말이 오기 전에 소원팔찌를 제작해서 바로 판매를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곧장 동대문으로 달려가 팔찌에 적합한 실을 사입했고, 가죽으로 펜던트를 디자인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염원하는 소원들을 3점, 4점의 점자로 변형했고, 이를 가죽 펜던트에 각인하여 도트윈의 점자소원팔찌를 완성했다.


(c) 도트윈 | 도트윈 점자소원팔찌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 오전, 매장을 오픈하고서 내심 기대를 했다. 완성된 소원팔찌는 테이블 위에 100개 정도를 한 번에 깔아서 디스플레이했고, 매장 내부의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비치했다. 추가로 놓은 테이블 때문에 매장이 좁아지긴 했지만, 그 방법이 아니면 팔찌를 따로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주말 오전 시간이라 손님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오전이 지나고 우리가 판매한 팔찌는 달랑 2개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실망한 나머지 '역시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애나는 소원팔찌가 올려진 테이블을 매장 밖에 꺼내놓자고 제안했다. 나는 마치 땡처리하는 브랜드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어, 도트윈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재성과 애나는 뭐든 해봐야 한다고 했고, 나는 못 이기는 척 그러자고 했다. 오후가 되고 서울숲을 놀러 온 방문객들이 많아지면서, 서울숲을 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매장으로 눈길을 줬다. 컨테이너로 제작된 매장에 덩그러니 나와있는 테이블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날 소원팔찌는 우리에게 예상치도 못했던 성과를 안겨줬다. 우리는 토요일 오후 내내, 세 명 모두 한시도 쉬지 못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할 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c) 도트윈 | 매장 밖으로 나온 소원팔찌


저녁 9시가 가까워진 저녁, 우리는 그제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라며 서로를 쳐다봤다. 인기가 별로 없었던 몇 가지 문구의 팔찌들을 제외하고는 준비했던 재고를 거의 다 판매했다. 재성과 애나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시간을 보내 몸이 지쳤지만, 다음날이 일요일이니만큼 우리에게 온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전날 준비했던 재고량보다 훨씬 많은 재고를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결국 우리는 그날 밤을 새워 팔찌를 제작했다. 주말 오전은 비교적 손님이 적으니, 그 틈을 활용하여 우리는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쪽잠을 자고 나왔다. 소원팔찌는 도트윈의 팝업스토어 기간 동안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도트윈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남았다.


(c) 도트윈 | 밤새 제작했던 소원팔찌


소원팔찌는 과연 뭐가 달랐을까? 우연의 연속이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정확하게 간파했고, 이에 대해 정확한 해결책을 내렸던 것이었다. 우선 소원팔찌는 도트윈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접하더라도 선뜻 구매해볼 수 있을 만큼 저가 상품이었다. 판매가 5천 원으로 책정되었던 소원팔찌는 서울숲에 기쁜 마음으로 놀러 온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추억으로 시도해보기에 충분히 적합한 가격이었다. 소원팔찌는 총 30개의 단어로 구성되어있었다. '행복', '돈', '집', '차', '건강' 등 우리는 판매가 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재밌어하며 구경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들을 소원으로 구성했다. 또한 소원팔찌는 기존의 도트윈 제품과는 달리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소원을 염원하는 팔찌라는 것은 '소원팔찌'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이었고, 그 소원이 보이지 않는 점자로 각인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고객들에게 좋은 흥미요소가 되었다.


매장의 밖으로 나간 테이블은 방문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밖에서 보더라도 협소해 보였던 팝업스토어의 내부는 직원과 가까울 것이 예상되어, 다들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가기 일수였다. 매장밖에 위치한 소원팔찌 테이블은 직원과의 거리도 멀었고, 구경만 하고 가더라도 눈치가 보이지 않을 위치였던 것이다. 그리고 100개 정도의 팔찌가 한 번에 깔려있던 테이블도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시키는데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팔찌를 구매하면 그 자리가 비워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이 팔찌를 많이 사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것이다. 소원팔찌의 구매로 도트윈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제품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원팔찌의 경험은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했다. 나는 여태껏 내가 했던 브랜딩이 ‘소비자’보다는 ‘내’가 중심이 되었던 브랜딩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고 반성했다. 나는 늘 사회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우선하면서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고자 했지만, 그것이 브랜드에게 무조건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어쩌면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수익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브랜딩의 방향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브랜딩이라 여겼던 것들은 '컨셉'을 권고하게 만들어갔던 과정이지,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되어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 답을 홍성태 교수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비즈니스/브랜드 컨셉을 정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수익성과 전시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수익성은 기업의 입장에서 얼마나 실속이 있느냐의 관점이고 전시성이란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전시효과가 얼마나 되느냐의 관점이라고 한다. 모든 브랜드에는 아래의 표와 같이 전시성과 수익성에 따라 각 역할을 하는 제품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를 예시로 본다면 우리는 흔히 '햄버거'가 맥도날드 수익의 주 원천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맥도날드의 수익은 '프렌치프라이'에서 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컨셉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브랜드의 홍보에는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수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내용 중


도트윈에게 ‘개개인의 문구를 주문해서 점자로 각인되는 가죽제품 브랜드’라는 컨셉은 '햄버거'와 같은 역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안겨줬던 제품은 '소원팔찌'나 ‘기업에서 단체로 주문하는 제품’이었다. '브랜딩'을 한다고 했지만 컨셉과 가치에 치중한 탓인지, 수익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나였다. 내게는 수익보다는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는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업가라는 사람이 수익을 만드는 데에는 무신경했으니, 지금으로써는 부끄러울 노릇이다.


나는 우리가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정체성이 '사회적 혹은 소셜' 보다는 '기업 혹은 벤처'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의 정체성이 '사회적 혹은 소셜'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운영하는 나 조차도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수익을 창출해나가는 데에 전략적으로 고민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온전히 사회적인 역할과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탄생한 조직은 이미 세상에 많다.(국가기관, 비영리기관, 공기업 등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는 영리와 비영리의 한계를 극복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영역은 '기업 혹은 벤처'라는 점에 더욱 중점을 두고 운영되어야 한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들이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지만이 결과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자생할 수 있어야만이 영향력을 가지고, 영향력을 가질 때 사회는 변화하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이라는 말을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그들이 수익을 추구한다고 하여, 그들의 선한의지를 의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선한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선한의지는 저편에 두고 어떻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인지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당신이 수익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당신의 선한의지가 진정성을 잃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이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선하다는 당신의 의지는 빛을 발하지 못한다. 착한 기업이라고 하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만 고민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진정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수익을 만들어라.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어야 그만한 영향력이 생기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을 꿈꾼다면, 당신의 비즈니스가 비즈니스모델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시스템인지를 확인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위에서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처럼 품목들 간의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비즈니스가 구조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사업이 비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게 당신의 사업에 더욱 이득이 되는 사업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시스템에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당신이 개발한 소재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대체소재로서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또한 시스템에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사업 그 자체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그런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기를 바란다. 당신의 선한의지가 잘 만들어진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세상에 영향력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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