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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Oct 06. 2022

브런치 속 세 번째 시 - 멈춰 서서

인스타에 이어서 쓰는 86번째 습작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것은 '영감'이다. 글을 쓸 때, 글감을 매개로 자신의 글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한다. 생각하고 나면 그것을 느낀 감정에 대해 자신의 언어로 써 내려가야 한다.


 그때 느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가 가장 큰 숙제이다. 그 순간 글쓴이들의 개인의 경험 및 성향, 어투, 어미, 접속사의 수 등등 좀 더 스스로임을 보이기 위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멈춰 서서

                                                                                                                           

첫 시작의 설렘은 달콤했고

순간의 유희는 중독적이었다


몰랐던 이야기와 새로운 환경은

단순함에 묻힌 인생에게 자극적이었다


자극을 느낀 후 살아가다 보면

마약과 같은 괴물을 만나게 된다


괴물은 이생의 간을 좋아한다

괴물은 ㄴ생의 시를 좋아한다


차갑게 식은 시간을 먹으며 기생하다

배가 차면 홀연히 사라진다


시작하는 법만 배웠던 인생은

끝 내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빨갛게 부어 감각조차 없을 두 손으로

오늘도 맞이할 시간과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한다


인생의 눈엔 초점이 사라졌고 악수한 손은 감각이 없다

악수하고 있는 시간이 오늘의 시간인지 어제 시간인지

아니면 헐 뜯겨버린 시간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 모습을 어디선가 바라보는 그 괴물은

옅은 미소와 함께 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다



< 시 > 멈춰 서서


 이번 멈춰 서서를 쓰게 된 계기는 사람이기에 본질적으로 두려워하는 '죽음' 부터 시작하여 시간이라는 단위 위에 대한 가치관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하루를 대하는 과정, 잠, 일생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하였다.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의 어느 주말, 일을 한 평일과 다르게 주말엔 아무 약속도 없었고 어떤 것을 해야 할 의무도 없었다. 어른이 된 나를 존중해주는 부모님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때 내가 드는 감정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된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다가 잠에 든다. 그리고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책을 펼치다가 다시 덮고 폰으로 유튜브 바다에서 헤엄을 쳤다. 어느덧 애매한 4시 반, 저녁을 먹기 위해선 아직 좀 더 있어야 하지만 안 먹기엔 허전하다.

 

오랜만에 온 본가에서 점저(=점심저녁)를 해 먹고 다시 TV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컴퓨터 게임을 좀 하다가 시간을 보니 7시. 눈앞에 보이는 침대에 다시 누워 핸드폰을 하다가 친구한테 전화를 해 없던 약속을 만들고 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주삼아 술 한잔을 한다. 그리고 집에 오니 11시 30분. 그리고 나는 다시 누워 잠에 들었다.

 

이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맞이하려는 순간. 나는 평일 날 말했던 " 시간이 없어서 --- 못했어요."의 시간을 뿌리고 다녔던 것 같은 죄책감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끌고 안고 어둠 속으로 향하였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 합리화 능력은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할 만큼 강했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 새벽에 머릿속엔 '주말인데 잠깐 쉬어도 괜찮아'와'그때 네가 하고자 했던 걸 했어야지'의 대립을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출처 - unsplash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나'일까

아니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일까

답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생각하면 작은 실마리라도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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