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부끄러울 새도 없다.
과거 예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A님, 이거 무슨 말이에요?"
팀원이 작성한 주간 업무 내역에 개발 피드백받아온 내용이 모호했다.
"아... 그거... 개발에서 그렇게 얘기하시던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처리한다는 거예요, 저렇게 처리한다는 거예요?"
"아... 음... 저렇게 인 거 같긴 한대... 확실히는..."
개발 방향을 정확히 나에게 설명하지 못한 A님은 나의 채근에 담당 개발자에게 내용을 다시 문의하러 떠났다.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들은 프로덕트를 진행하는 방향에 대한 전반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세세하게 알 필요까진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작업되고 있는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프로덕트를 설계할 때에 영향 범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업 내용의 파악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지식을 옆에서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획자이지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지식을 100% 알지 못한다.
내가 만약 개발 혹은 디자인 전공자라고 할지 언정, 내가 그 일을 깊게 파고 있지 않다면 트렌드에서 점점 멀어지며 지식은 얕아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함께 협업하는 담당자들의 지식을 엿보며 이해하고 따라가야 한다.
결국은 질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물어봐야 하고,
왜 이렇게는 안되고 저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물어봐야 한다.
기획자에게 중요한 스킬이 무엇이냐고 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뽑는다.
나는 그 커뮤니케이션 능력 안에 질문하는 능력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질문을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질문을 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오늘 그중 '부끄러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질문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용기.
'이 질문이 지금 맥락에 맞나...'
'너무 기초적인 질문인 거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에 물어보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꽤 많다.
우리는 '질문 = 모른다.'라고 학습되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질문한다는 것은 '얘는 이거 모르는구나'를 쐐기 박는 행위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르는 것과 창피한 것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모르는 것을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모르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우면 된다.. 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것이 마냥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회사에서 협업을 할 때에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짚고 넘어가지 못했으면,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물어보고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물어본다는 것'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더 발전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나는 이 내용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이 프로덕트와 프로젝트를 챙기는 담당자로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더 부끄러운 것이다.
기획자/PM/PO인 우리가 만나는 전문가는 다양하다.
그렇기에 절대 기획자인 나 혼자 그 전문가들의 지식을 모두 알 수 없다.
전문가가 전문가인 이유는 따로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전문가인 담당자들의 도움을 받자.
전문가인 담당자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되묻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나는 '질문=이해하다.'라고 생각한다.
질문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후에는 차차 질문이 줄어들지언정, 처음부터 질문 없이 이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질문은 시기가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질문하기 어렵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서로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일들 사이에서 분명 균열이 생겨난다.
처음 업무 싱크를 맞추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질문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과 기획자가 해당 내용을 모른 채 그냥 적당히 진행해 온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일까.
함께 일하는 협업자들, 전문가들에게 내가 모르는 지식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기획자인, PM/PO인 우리는 부끄러울 새도 없이 프로덕트를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