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조명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둠을 무서워하던 나는 흰색 스탠드를 켜두고 자기도 했다. 밤 열 시가 넘으면 무조건 침대에 누웠다. 열한 시 넘어서 자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아침 여섯 시면 눈을 떴다. 아침은 항상 밝았고 세상은 하얬다. 매번 그렇게 백색 조명으로 나의 세상을 물들였다.
노란색 조명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집을 떠나 오랜 생활을 했다. 나에게 집은 백색 조명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가보니 친구 집은 노란색 조명으로 가득했다. 노란색은 은은했다. 그런 은은함을 가지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 노란색 조명을 샀다. 백색이던 나의 방을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싶었다. 햇빛의 흰색도 싫던 나는 낮에도 커튼을 치고 노란 조명을 켰다. 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고 밤이 되면 노란 조명을 마구 켰다. 방은 그렇게 노래졌다.
어둠은 찬란하다. 이제는 조명을 증오한다. 이제 내 방의 빛의 원천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창문이고 둘째는 지금 옆에 놓여 있는 이 플로어 램프. 노란색 조명을 사랑하던 시절, 나의 룸메이트에게 램프를 살 때 꼭 노란색 조명으로 사달라고 부탁했었다. 이제는 이 램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낮이 되면 들이닥치는 햇빛, 블라인드를 치면 막을 수 있다. 딱 눈이 보일 정도로만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어둠에 가깝다.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어둠은 검은색에 가깝다. 창문 밖 저 가로등들을 끄고 싶다. 깨끗한 어둠으로, 검은색으로.
나는 망가지는가? 침대에 누워 숨을 들이켜면 은은하게 담배냄새가 나는 듯하다. 나의 환각인가? 방청소를 하면 나를 다시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조명을 켜고 바닥에 흐트러진 옷들을 정리한다. 고개를 돌리니 더러운 책상, 물티슈를 가져와 먼지를 스윽 닦아본다. 나는 망가지는가? 물티슈를 버리러 화장실 변기로 향하니 거울이 보이고 살이 찐 것 같은 느낌.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나는 걸어 다니는 것이 귀찮다. 머리를 살짝 긁으면 머리 감는 것을 깜빡한 듯하다. 담배만 끊어도 나를 다시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나는 망가지는가?
밤은 가끔 검은 벽이 돼. 검은 벽에 기대선 채로 해가 스무 번 바뀌었는디 내 기린은 영영 울지 못한다 내 기린은 맘둘 곳 몸둘 곳 없어지다 문 아주 굳이 닫고 벽에 기대선 채 해가 또 한번 바뀌거늘. 싫은 밤에 취해 쉬운 낮이 오면 밝은 곳을 피해 몇시간을 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