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편협을 깨는 파문의 시작
우리는 마법이 없는 세계를 산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지만, 마법이 없기에 우리는 끝이 없는 상상을 할 수 있다. 마법이 있다면 오히려 우리의 상상은 날개를 펴지 못할 것이다. 마법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어 버릴 것이고, 현실이 되어버리는 순간 상상은 그 가치를 잃어버리니까.
그와는 다른 의미로, 마법의 생명체가 없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인간의 편협함과 두려움은 그들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까. 결국은 소설에 나온 것처럼, 우리 인간은 그들을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나 말소시키려 할 우려가 크다. 그런 과정에서 인간들 사이에서도 반목이 벌어질 것이고, 수많은 혐오와 갈등을 생성해낼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마법 생물이 없음에도 이미 인간들 간에는 차고 넘치는 혐오와 갈등이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세계는, 마법과 마법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판타지와 다른 점이라면, 마법이 애초에 인류와 함께 했다기보다는 추후에 발견된 느낌이라는 것. 인간은 마법적인 생명체에게 '등록제'를 적용해 관리하려 하고, 어린 마법 생명체면서 보호자가 없는 경우 마법아동관리부서(DICOMY)에서 관리하는 고아원에서 관리한다. 이렇게 마법 생명체에 대해 관리를 한다는 것은, 이미 인류가 지배적 위치에 있으면서 이들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인류가 마법 생명체를 관리하는 조직을 두었다는 사실은 이미 이분법적인 사고로 둘을 나누고 있으며, 마법 행위에 대한 두려움을 근간으로 한 혐오 혹은 배척이 공식화되었다는 말이다.
라이너스는 그런 조직의 말단 직원으로, 원리원칙에 의거하여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이들(그 아이들이 마법을 부리든지 말든지)을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최고위 간부에게서 특별한 지시를 받고 아서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섬의 정령인 조이와의 첫 만남에서, 조이가 라이너스에게 '존재하는 것에 대해 그쪽이 뭘 알겠어.'라는 말을 한다. 과연, 우리 인간은 존재하는 것에 대해 뭘 알고 있는가. 혹은 알려고 하는가. 이는 라이너스가 아닌, 마법 생명체를 일방적으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혐오에 대한 일갈이다.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온다. (소설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인간의 능력 범주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며 피하려 하거나 통제하려 한다. 이 소설에서는 루시퍼나 와이번, 불사조, 정령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과연 소설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현실에서도 우리 인간은 수많은 혐오와 무관심 속에 산다.
존재 그 자체로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소설에서는 마법 생명체, 그중 '아이들'이라는 소재로 독자들에게 조금 더 어필한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도 매한가지 아닌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 어떤 대화나 소통의 시도도 하지 않고 모른다며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독선의 왜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분명, 예상외로, 이 소설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성소수자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 싶다. 분명 판타지다. 불사조가 날아다니고, 적그리스도라 불리는, 멸망을 야기하는 존재가 6살이다. 정령이 바다를 소금으로 바꾸고, 마른 바닥에서 꽃을 피워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묘사에 불편해하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아이들'이 볼 수도 있는 이야기에 '이런 걸'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과연 이 소설을 모두 다 읽었을까. 아니. 분명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눈으로는 읽었으되, 마음으로는 전혀 담지 못한 사람이다. 혹은, 종교적이나 사회적 경향으로 인해 그럴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소설은 내내, 이야기한다. '우리를 그렇게 보지 마세요.', '우리는 그런 애들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의 그런 간절한 외침에 응답하는 것은 결국은 거대한 관료조직에서, 그것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그 존재가 희미했던 라이너스,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그 라이너스 역시, 현실에서는 '마법 생명체'다.
누군가 말했듯이, 혐오의 시대다. 자본주의의 발달, 인터넷의 발달과 개인주의, 핵가족을 넘어 단일가구 시대. 어찌 보면 우리 개개인의 존재가 희미해져 버린 시대다. 바로 그런 부분, 우리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져 가는데, 그 소수의 몇몇 사람들의 존재가 단지 기존 사회의 규범과 질서에 조금 벗어났다고 해서 유달리 두드러지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믿는다. 인간의 이성적 사고는 편협한 그것보다 훨씬 폭이 넓어서 종국에는 그들의 존재 역시도 인정할 것이라고.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인정하며, 어울리고 살 수 있으리라고.
하지만, 결국 그런 집단의 누군가는 선두에 서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들린(혹은 옆의 소심한 누군가가 손에 쥐여 준) 돌멩이를 던져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따라 할 수도 있고, 맞은 자가 다시 주워 던질 수도 있다.
그런 때에, 누군가가, 사랑이 넘치는 누군가가, 꼭 그 돌멩이를 꽉 잡아 물어 부셔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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