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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Feb 06. 2022

집사의서평 # 26 메리 크리스하우스

추리동화물... 이랄까.


들어가는 말


 일단, 표지를 보면 그렇게 읽고 싶지는 않다. 내 개인적 취향이 독특한 편인 탓이다. 상당히 진중하고 무게감있는 글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표지만 봐서는 쉽게 손이 가질 않을 모양새다.

 게다가 전직 호텔리어와 추리 마니아면서 대박 소설가 지망생인 두 명이서 풀어가는 연쇄 살'馬'마 사건을 해결하는 스토리라니. 꽤나 유치함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저 추리소설의 구성을 좀 살펴보고자 함이었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꽤나 유치하고 동화적인 내용이 무색할 정도로 탄탄하게 추리가 이어졌다. 긴장감이 팽배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흘렀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렇게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목격馬의 파트는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촉, 그놈의 촉


 서울에서 최고급 호텔의 호텔리어로 착실히 경력을 쌓던 구이준은 부당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꿈을 잃고, 그나마 비슷한 업종인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로 취업을 한다. 하지만 10년 전 짝사랑했던 누나의 친구이자 추리 마니아면서 소설가 지망생인 이제인의 등장으로 고요한 생활에 파문이 인다.

 원래 방송작가였던 이제인은 촬영을 하던 에피소드인 제주도 삼해리 연쇄 살'馬'마 사건에 이상한 촉을 느끼고 크리스마스 연휴에 소설 취재 및 사건 해결을 위해 구이준이 일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고,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만난 둘은 사건을 서서히 해결해 나간다.

 퉁명스러운 듯 하지만 아들 같아 마음을 쓰는 부이장과 도리이모, 늘 무심한 듯 힌트를 던지는 '경하난'할망, 수의사인 말 선생, 호감의 눈빛이 무서운 호피 쫄티의 영덕. 여기저기서 버림받은 말들을 종마인 듯 돌보는 목장 사장과 마당발이자 입이 가벼운 기용.

 처음엔 그저 둘이서만 캐던 사건을 결국 마을 사람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하게 되고, 골프장에 이어 카지노 단지 개발로 사라져 버릴 삼해리는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추리와 동화의 혼조세


 처음 느낌은, 솔직히 '지루함'과 '유치함'이었다. 추리물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이 소설의 경우, 사건 자체에 무관심한 주인공과 유쾌하며 추리능력이 있는 주조연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다. 보통 이런 구성에서는 무관심한 측은 우연히 사건의 실마리를 잘도 캐내고, 추리하는 측은 그런 실마리를 잘 잡아채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보통 무관심한 측이 유머 코드를 담당하고, 추리 측은 긴장감을 담당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구이준은 생각보다 사건에도 크게 관심은 없으면서도 우연찮게 발견해내는 부분도 거의 없다. 그저 이제인이 추리하는 것을 등 떠밀려 도와주는 정도의 수준. 이렇게 되면 주인공이 되려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지는 경향이 생겨버린다.

 하지만 구이준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 제주도에 와서, 그 여파로 평소와 달리 마을 사람들과 거리를 두던 것을 해소하는 모양새로 상투적인 흐름을 바꿨다. 단순히 추리소설의 형태에서, 상처로 닫힌 구이준의 마음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이제인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엮이면서 열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첨가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게다가 이제인과의 로맨스까지 곁들이면서, 단순히 추리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은은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소설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추리의 시작이 살'馬'마 사건 해결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약간 무섭지 않은 소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런 방향으로 만들어가기 쉽지 않았나 싶다.

 다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독자가 기대하는 스릴이나 긴장감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읽어본 안전가옥의 소설들의 면면을 보자면, 늘 실험적인 장르에 도전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데, 이번 소설 역시 '추리동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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