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르군 Feb 20. 2022

집사의서평 #29 이태리 아파트먼트

펜데믹을 추억하고 싶긴 한데

들어가는 말


 코로나 팬데믹을 추억한다는 소설이다.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 팬데믹이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가끔은 다른 면으로 다가온다. 출판 시장의 흐름이다. 펜데믹을 소재로 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책을 펴낼 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사는 시대. 패스트, 홍역, 플루 독감, 또 뭐가 있나. 수많은 질병들이 그렇듯 언젠가 코로나 역시 정복이 되거나 감기처럼 변할 것이다. 또한 패스트나 홍역처럼, 결국 먼 미래의 후손들은 코로나로 전 세계가 집안에 갇혀 살았다는 사실을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구전동화나 '라떼는 말이야~'라는 꼰대들이나 하는 옛날이야기로 간주할 것이다.



펜데믹에서 자란 아이가 노인이 되면


 마티아는 팬데믹이 흉흉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어머니는 두 분의 재혼을 거쳐 이제 세 번째 재혼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남편과의 이혼절차가 팬데믹으로 유예되고 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펜데믹 상황에서 남편은 아들과 함께 있겠다며 뜬금없이 밀라노로 찾아들고, 호텔이 폐쇄되면서 집 소파와 주방에 자리를 잡는다.

 애초에 아빠에게 큰 호감이 없던 마티아는 폐쇄된 집 안에서 아빠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를 추스르고, 엄마 역시 자신이 사랑했던 남편의 모습을 다시 찾아낸다. 누나는 펜데믹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며, 할머니는 노년에 찾아든 새로운 사랑과, 다시 한번 사랑을 잃는 과정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펜데믹을 추억하고 싶긴 하다


 쨋든, 이 책이 하는 이야기는 대략 그런 이야기인 듯하다. 코로나 시대를 겪은 노인이 손자 손녀에게 전해주는 그때의 경험담을 통해, 이 팬데믹이 지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독자들에게 주려고 했던 것 같다. 가족의 의미도 양념으로 좀 치고.

 그런데 일단, 가족의 모양새가 허술하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단테의 신곡을 인용해서 뭔가 있어 보이지만, 막상 허망한 느낌. 그 어린아이에게 알려주기엔 과도하게 심오한 이야기지만, 독자들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 같다. 그 반향으로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느껴져야 할 따뜻함이 극감 했다.

 엄마는 이혼까지 결심한 남자를 결국 다시 집으로 들인다. 게다가 마티아가 질색할 정도로 싫어하는데도. 심지어 한 달에 두 번 아빠와 마티아가 만나는 말에도 마주치지 않으려 관리실에 마티아를 두고 오던 사람이, 단순히 호텔이 폐쇄되어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집에 들이고, 심지어 두 달가량을 그냥 같이 지낸다. 우리나라 정서와 다른 것일까. 자식까지 두고도 이혼을 결심할 정도에다, 이미 내연녀까지 있으며, 본인도 재혼을 결심한 남자가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연인이 알고 있는데도 집에 들여 긴 시간을 함께 산다니. 역시 이건 약간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인가라고 치부하기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상대 연인들의 반응이 또 그렇지는 않다.

 게다가 마티아는 보통의 성장소설에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의자와 대화를 한다거나 상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 등을 제외하면 마티아에게서 흐뭇한 미소가 나오질 않는다. 애초에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많은 소설에서 아이들의 모습에서 꽤나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었으니까.

 결국 앞서 말한 대로, 작가는 팬데믹이 결국은 끝날 것이니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제목에도 '펜데믹을 추억하며'라고 써져있으니, 두 말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패스트나 홍역 등의 질병들이 결국 어떻게 정복되었는지 인류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역사소설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역시 위에 말했던 바와 같다. 가족이 각자의 개인적 삶을 모두 버리고, 봉쇄된 삶을 살면서 집 안에서 서로에게 완벽하게 밀착된 삶을 살았을 때의 모습을 서술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등장인물 각자가 개인적 비밀을 갖고 있는 내용이 오히려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이혼을 앞두었던 부부가 팬데믹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별거를 그만두고 함께 살면서 다시 합쳐지는 감동스토리로 가기에는 부부간의 에피소드도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역할도 그렇게 크지 않으며, 폐쇄된 가정 내의 모습도 매력적으로 드러나질 않는다. 단순히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표현되었다고 치더라도, 소설이니만큼, 게다가 이미 노인이 된 소년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으로 보자면 더욱 내밀하게 표현해주었어야 했다.

 성장소설이 아이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것이야 맞겠지만, 적어도 아이의 시각에서 '해석'되어 서술되어야 독자가 가늠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적어도 소설에서 아이가 보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끈적하지는 않아 아쉬움이 컸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매거진의 이전글 집사의서평 #28 펄프픽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