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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r 05. 2022

집사의서평 #32 재인, 재욱, 재훈

세상은 작은 것부터 Save!



들어가는 말


 정세랑 작가를 처음 접한 소설은 '피프티 피플'이었다. 엄밀히 50명이 살짝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얼핏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어진 이야기. 전혀 상관없는 듯한 각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다 보면 우리네 이야기 같아 미소 짓게 되다가, 종국에 유기체 같은 결말에 살짝 소름이 돋을 뻔했던 소설이다. 

 그 이후 드라마화된 '보건교사 안은영'이나, '목소리를 드릴게요'같은 작품을 접하긴 했지만, 처음 '피프티 피플'만큼의 감동과 재미는 느끼질 못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서평에서 이 소설로 인해 팬이 되었다는 글을 읽고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했다. 

 그리고는 '피프티 피플'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초능력자들


 재인, 재욱, 재훈. 삼 남매는 어찌 보면 별다를 것 없는 가정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꾸준한 바람으로 집에는 없지만 지겹게도 되돌아왔고, 엄마는 그로 인한 상처를 자녀들에게 폭언으로 풀었다. 그럼에도 삼 남매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을지언정, 엄마를 탓하지는 않았다. 

 재욱이 먼 사막으로 파견근무를 떠나기 전, 삼 남매는 셋이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은밀한 형광색의 칼국수를 먹게 되고, 꽤나 흔한 영화 소재인 초능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초능력이 너무 사소한 것.

 초능력이라는 것이 실제 하는 세상에서라면, 그저 평범한 소시민 정도일 능력. 각자가 자신들의 초능력을 조금씩 인지하던 즈음, 삼 남매에겐 바로 그 칼국수 집 주소에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물건과 쪽지가 배송된다. 

 'Save1, 2, 3'

 각각 '한 명, 두 명, 세 명의 사람을 구하라.'로 해석한 삼 남매. 하지만 서로에게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과연 이들은 꼭 정해진 사람 수만큼만 구해낼까.



세상은 작은 것부터 Save!


 '주인공들이 구해낸 사람들은, 미래에 위인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런 류의 소설에서 특히나 우연히 형광색 칼국수를 먹고 나서 능력을 얻게 되고, 어디선가 능력과 관련된 물품과 메시지가 전달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거대하고 은밀한 특수 능력 집단이다.

 특히 이런 집단들은 미래를 보는 것도 가능하기에, 분명 이 삼 남매에게 능력을 준 이유가 있을뿐더러 구해내는 여섯 명의 사람들이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하기에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주어진 미션 같은 것이지 않을까라는 추리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뒤표지에 쓰인 말처럼, 작가는 단순히 SF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 것이다 1초에 지구를 몇 바퀴 돌거나 시간을 돌려버리거나 총알을 멈추는 능력을 부여할 수도 있었는데, '이게 뭐야?'라는 수준의 능력을 준 것은, 그리고 그런 능력임에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능력들은, 정말 '에이, 그게 뭐야.'라는 수준의 초능력이다. 뭔가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 능력으로 그들은 각자 구해낼 사람을 모두 구해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재인, 재욱, 재훈 셋은 어느 날 우연히 먹은 칼국수로 인해 생긴 그 초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구해내었을까?

 우리가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한 그 능력들. '사소'라는 뜻은, 적고 작아 보잘것없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결국 삼 남매가 가진 초능력이라는 것은 있으나마나 한, 미약한 힘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세 사람이 사람들을 구해내는데 초능력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것. 

 여섯 사람을 구해내어, 총 여섯 개의 세상을 구해낸 이들이 가진 것은 엄청난 초능력이 아니라, 그저 아주 작은 소소하되 다정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거창한 일인가. 그런 일은 저 삼 남매의 초능력으로는 가망도 없는 일이다. '물리적' 세상을 구하는 일에는 정말 사소해서 티도 안 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세상, 개개인의 세상을 구하는 일에는 그런 거대하고 스펙터클한 초능력이 필요하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사소하고 소소한 관심과 잔잔하고 따듯한 애정이면 족하지 않을까.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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