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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r 17. 2022

집사의서평 #41 날마다 만우절

젖지 않을 방석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본인의 글에 대해 ‘위로’라는 수식이 붙는 것에 대해 ‘내 글이 뭐라고’라며 뜨악해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다시, 사람들 마음에 뚫린, 빨려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구멍들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고 적었다. 아, 작가님. 그걸 보통은 위로라고 합니다만.

 어쨌든, 작가의 글은 작가의 목적을 탁월하게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돕고, 괜찮다고 말하며 다정해지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 11개의 단편 모두가 하나같이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 같아서 쉽게 다가왔고, 그런 이야기 하나, 하나에 숨어든 상처들이, 구멍들이 결국은 다시 그 구멍을 만든 사람들 혹은 그 구멍을 지켜보던 사람들, 아니면 그 구멍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들로 다시 채워지거나 가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게도 있을 그 구멍도 결국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11개의 구멍, 목소리


 소설은 모두 11개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목소리. 형제를 잃은 외톨이의 목소리. 가족과 함께 늘 혼자인 외로움이 묻은 목소리. 혹은 애타는 사랑을 받는 혼수상태의 목소리. 그리고, 결국엔 내 마음의 목소리인 자그마한 목소리들.

 하지만 그렇게 구멍에 매몰된 사람은 구멍만 쳐다보느라 결국 바로 앞에 나를 지켜보는 사람을 잊게 마련이고, 결국은 그 사람의 가슴에도 구멍을 내고 마는 것을.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조금은 늦게, 하지만 늦지 않게 알아낸다.

 실마리는 어릴 적 물놀이하던 여름방학이거나, 여섯 번을 부러지는 뼈, 소심하게 찾아가 내뱉는 개새끼, 혹은 킥보드. 아니면 내가 꾸지 않는 다른 사람의 꿈, 떡볶이 가게의 사고와 장례식장. 더해서 개다 만 팬티라든지, 교도소 앞 두붓집이나 거짓말로 마시는 담금주 같은 것이다. 



젖지 않을 방석을 들고 안으로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만남과 함께 이별을 경험한다. 가장 강한 만남이 출생이라면 그 반대에 있는 것은 바로 사별. 그리고 마음에 담았던 사람이 떠나간 자리에는 아무래도 그 사람에 내 마음까지 더한 구멍이 남게 마련이다. 그러한 구멍은 작가의 말처럼 한없이 우리를 끌어당겨 그 안에 머물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바로 내 앞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을 보질 못한다. 마치 주문을 외듯 내 상처만 쳐다보면 사람들은 우리 안에 들어오질 못한다. 작가처럼 가만히 내 구멍을 들여다볼 뿐. 아무런 위로도 응원도 건네지 못한 채, 자신의 마음에도 안타까움으로 작은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고개를 들자. 잔잔한 내 목소리를 밖으로 내자. 그 말은 누구에게도 하지 말고 내가 듣자. 누구의 귀에 닿기 전에 내 구멍에 넣자. 이야기하자. 지금 너를 외면하려는 게 아니라고. 네게서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그저, 그 구멍에 누군가 차디찬 눈에도 젖지 않을 방석을 들고 들어오길 바랄 뿐이라고.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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