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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Mar 27. 2022

집사의서평 #42 은일당 사건기록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 탐정 에드가 오, 비긴즈


들어가는 말


 아무리 뒷담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식구 흉은 안보는 법이다. 또 아무리 빼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식구 자랑은 팔불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 작가 인생의 친정이나 다름없을 부크크에서 세 번째로 출간한 이 소설의 서평을 쓸지, 말지 꽤 고민했다. 

 게다가 명작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고등학교 이전에 마무리했던 내 입장에서 추리소설에 대한 서평은 좋게 써지질 않는다. 고기는 먹던 놈이 먹는 거라지만, 고기 먹다가 질리면 채소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은 좋은 것만 보다 보면 괜히 눈만 높아진다. 스스로는 그런 비슷한, 아니 그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소설 한 편 쓰지도 못하면서 괜한 비평만 잔뜩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달에서 온 전화 역시 읽었음에도 따로 서평을 쓰지 않았었다. 이승과 저승을 잇는 전화의 존재와 죽은 자와 산 자의 통화, 죽음의 승인이라는 등의 새로운 소재에 꽤 흥미롭게 읽었지만 솔직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기에 그냥 서평은 남기질 않았었다. 

 그런데, 또다시 내 입장으로 돌려 생각해보니, 비평이라도 내 소설을 읽고 누군가 서평을 남겨주는 것은 그저 감사한 일이기에 이번에는 서평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게다가 앞선 두 편의 소설과는 달리 추리소설물, 즉 거의 번역소설에 잠식되어버린 국내 출판시장에서 정말 도전다운 출판이었기에 기대와 응원을 더하고 싶었다. 



에드가 알렌 오, 모던 뽀이


  소설은 1929년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이틀 사이에 연달아 발생한 도끼살인 사건을 주인공인 에드가 알렌 오가 풀어가는 과정이다. 에드가 알렌 오는 일본 유학파로 영문학(추측)을 전공하고 근 4년 만에 의사인 형님의 부름에 경성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문학을 토론하며 술을 즐기던 박동주, 권삼호 중 누군가 페도라를 훔쳐갔을 거라 생각한 에드가 오는 아침 일찍 권삼호의 집을 찾았다가 끔찍한 살해 현장을 목격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되려 용의자로 몰려 려 고문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에드가 오가 갇혀있는 사이, 또 다른 도끼살인이 발생하고 그 사건 현장에서 사라졌던 페도라가 등장하면서 에드가 오는 누명을 벗게 된다. 

 누명을 쓰고 벗어나는 도중 고문의 결과가 미나미 순사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결백을 하나도 증명하지 못한 스스로의 자해라는 궤변을 들은 에드가 오는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다가 스스로 경성 최초의 사립탐정이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경험도 없고 따로 공부를 하지도 않은 에드가 오는 은일당에서 잡일을 돕는 영달 아범과 과외학생인 선화, 예전 학생이었던 카페 주인 C의 도움을 받으며 어떻게든 사건을 풀어보려 애쓰는데...

 과연, 초짜 탐정의 사건 해결은 모던하게, 스무스하게 종결될 것인가.



탐정 에드가 오, 비긴즈


 이런 류의 추리소설물의 대표 격은 아무래도 명탐정 코난이겠다. 일단 이 소설을 읽으며 아쉬운 점을 꼽자면 주인공인 에드가 오는 전혀 추리와는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타고난 능력도 없으면서 탐정이나 추리, 신과학이나 수사기법 등에 대해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논리적이지도 않다. 

 이런 구성의 추리물에서는 보통 코난 같은 실상 주연이나 조연의 자리에 머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즉 에드가 오는 코난에 나오는 명탐정 유일한일 뿐이고, 실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실 주인공은 따로 있어야 한다. 종국에는 선화가 그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너무 늦게 사건 해결에 관여하면서 뜬금없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또한 아쉬운 부분은 사건의 배경이 너무 오랜 과거라는 점. 물론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작가는 후속작으로 보이는 한겨울 밤의 꿈의 연재를 시작한 것 같은데, 이렇게 시대극의 형태로 시리즈물의 작품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 과거인 탓에 요즘의 독자들이 배경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상당한 자료조사가 돋보이기는 했는데, 그때 당시에나 썼을법한 페도라 같은 단어들의 사용이나 모던이라 불리는 서양식 복장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 당시 발전 상황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상대적으로 자료조사에 꽤나 게으른 편인 내가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작가의 필치와 가끔 나오는 위트 등도 한두 번 글을 쓴 작가는 아니라는 것을 방증했다. 전체적으로 추리 영화처럼 장면, 장면에 따라 챕터가 나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에드가 오가 움직이고, 에드가 오의 움직임에 따라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순서가 순차적으로 움직여서 꽤 탄탄한 구성이었다. 

 그리고 에드가 오가 탐정이 되겠다는 다짐은 얼핏 뜬금없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한 뒤 절친한 친구인 박동주가 누명을 쓰게 될 것이라는 사실 등 탐정이 되어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짐에 대한 과정도 꽤나 설득력이 있어서 좋았다. 

 다만 위에도 말했듯이, 에드가 오가 정열적으로 탐정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좋았지만 애초에 에드가 오가 추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그저 사건에 연루되고 일반적인 정보들만을 수집, 획득하는 (가) 주인공이라면, 실제로 추리를 하거나 에드가 오가 추리를 하도록 직접적으로 조언을 하는 (진) 주인공이 가능하면 가까이 있었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작가의 빠른 행보를 보았을 때, 분명 은일당에서 에드가 오는 계속 (쫓겨나지 않고)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고, 선화가 기타 다른 외부 활동을 안(못) 하는 상황에서 에드가 오의 탐정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므로 차후 작품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그런 (진) 주인공의 역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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