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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Apr 02. 2022

집사의서평 #43 돌멩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싫은 것인지.


들어가는 말


 우리가 자주(이제 가끔이라는 말을 쓰지 못할 정도로) 뉴스 등으로 접하는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는 가끔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잔인하고 잔혹하며 비이성적이다. 

 흔한 사기 사건 등을 접할 때면, 우리는 이성적으로는 범죄자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의 무지함이나 부주의함, 혹은 과도한 욕심에 따른 인과응보라며 심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고는 한다.

 또는 성폭력 사건에서도 이성적으로는 가해자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사람들은 역시 피해자의 부주의함이나 행실의 문제 등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짓을 무심하게 저지른다. 

 학교 폭력을 대하는 사람들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성적으로는 가해자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도 심적으로는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지 이해해주지 못한다. 

 그렇다. 당사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절대 그 나락에 버둥거리는 절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폭력의 대물림


 현은 정신을 놓고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 주위에서 조언 혹은 망언을 일삼은 고모와 이모. 그리고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삶 자체가 어글어진 형 건이와 살아간다. 

 형의 그런 사건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현은 나중에 가서야 본인도 그런 위험에 처한 뒤에서야 학교 폭력의 진면목을 목격하고, 형의 모습과 형의 말에 따라 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돌대가리가 되어 살아간다. 

 성인이 되어 고모의 도움으로 형의 이름 '건'으로 회사에 취직하여 지내던 현이 앞에 형을 폐인으로 만든 상철이 등장하면서, 현은 형과 엄마의 복수, 가족의 파괴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싫은 것인지.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솔직히 외면하고 싶다. 이렇게 어둡고 우울하며 해결책이 없는 문제에 대한 소설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하지만 먹먹한 가슴이 있어야 어둠에도 빛이 깃든다. 학교폭력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그리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결국은 이겨내지 못할 그 어두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소설 전체적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는 정통 문학의 기운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뿌옇게 흐려놓은 듯하다. 현이의 시점에서 읊어지는 이야기는 뭔가 정확한 시점이 없거나 장면이 과하게 뒤섞이면서 독자를 헷갈리게 만든다. 

 물론, 유년의 화자를 그대로 투영하여 서술하였기에 일어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 성인이 된 현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재구성한 유년이라면 조금 더 독자에게 투명하게 투영시켜줘야 했지 않을까. 

 게다가 고모와 이모의 존재도 크게 부각되지는 않으면서도 소설에서의 비중은 높은 편이었다. 엄마의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이 가족의 삶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이나 질책 등의 영향은 없다. 그저 자신들 각자의 삶에서 단편적인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만 잠깐 드러낼 뿐이었다. 약간 사족에 가깝지 않나 싶었다. 어머니가 어떤 행위를 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는 했지만, 단순히 그런 요인으로만 쓰일 요량이라면 그렇게까지 많은 분량을 차지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되려 아쉬운 것은, 문득문득 드러나는 학교폭력의 잔혹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줬으면 어떨까 싶다. 현이의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아무래도 건이가 당한 폭력의 진실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이에게 학교폭력의 피해와 앞으로 너는 그렇게 당하지 말라며 말해주는 건이의 모습을 바탕으로 조금 더 자세하게 서술해줬다면, 독자에게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배경으로 등장하는 학교 등의 모습에서 현실성이 너무 없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80년 대라면 모를까, 엄연한 범죄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교권이 반응하는 방식이나 주변 어른들의 반응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게다가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우연히 마주친 상철을 갑자기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현이의 판단은 상당히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서두의 말처럼 당사자가 되어보지 못한 내가 결국엔 너무 잔혹하고 비이성적 이리만치 비열한 현실에 결국은 공감하지 못하고 외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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