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르군 Apr 07. 2022

집사의서평 #44 뒤바뀐 영혼

뒤바뀐 우선순위



들어가는 말


 소설은 허구다. 그 기반을 현실에 두느냐에 따라 그 종류는 나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허구다. 허구는 간단히 말해 거짓이라는 소리다. 내 소설 속 주인공인 서삼이라는 사람은 실존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거짓이라는 사실만이 소설에서는 진실이다. 아무리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그 어디에도 진실은 없는 것이 맞다. 이런 문구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지명, 인물, 장소,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의도한 완벽한 허구, 진실을 가장하지 않는 소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문학이라는 것이 단편들에 상당히 묻어난다고 볼 여지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작가로서 감내해야 할 것은 단순히 본인이 원하는 글을 쓰는 것만은 아니다. 독자의 구미에 맞는 글을 쓰는 것. 읽히기 위해 쓰이는 글이라는 의미에서 소설을 생각해보자면, 작가가 생각하는 허구로써의 소설은 실패라고 생각한다. 



뒤바뀐 우선순위


 영혼 바꾸기, 사신, 타임슬립... 단편들은 제목과 같이 기묘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사건에 어떤 개연성이 과도하게 부족하다. 마치 작가가 말한 것처럼 '신허구'로 쓰인 소설에서는 오로지 이것이 허구라는 사실만으로 독자가 창작된 세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소설이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허구'라는 부분에 심히 집중하고 있다. 애초에 기묘하다는 것은 괴이하거나 이상하고 신기한 것이다. 우리는 늘 보는 것들이나 겪는 일들에 대해서 괴이하다거나 이상하다 혹은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침에 버스정거장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괴이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내 앞에 멈추는 버스가 이상하지 않고, 자동으로 열리는 버스 문이 신기하진 않다. 그런 고로, 일단 기묘하다는 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진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겪는 사람에게 처음이라거나 기존에 가진 지식의 범위에서 벗어난 일이라면 충분히 기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허구만이 기묘한 이야기인가. 

 작가는 현시대의 소설들이 가지는 여러 특성들, 특히 독자의 선호도에 따라 현실을 어루만져주는 부분이나 서사 기법이나 묘사 방법들에 부정적이다. 독자의 구미에 맞춰 허구의 문학인 소설마저도 허구에 대한 목적성을 잃고 현실에 밀접해져 버린 현실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모양이다. 

 실제로 나 역시, '힐링'이라 불리는 작품들만이 그나마 판매고를 올리는 현실은 안타깝다. 소설은 허구로써, 그 소설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유튜브나 인스타,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매체에게 상상의 산물을 겪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거의 대부분 뺏겨버린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작가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나 역시도 결국은 독자라는 것이었다. 작가의 단편들은 오로지 허구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작가는 '신허구'라는 말을 썼는데, 정말 큰 문제는 작가 스스로도 이 신허구라는 개념에 대해 전혀 어떤 기치 없이 두루뭉술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모르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것마저 허구의 산물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독자로써의 대답은 '노'다. 

 작가는 또 진실과 허구를 대립적인 구도로 이야기한다. '허구가 오래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이 오래되면 다시 허구가 된다.' 그럴듯해 보인다. '진실은 자재일 뿐, 건물을 짓는 것은 허구다.' 멋져 보인다. '허구가 없는 세상은 살아있는 특성을 모두 잃게 된다.' 이쯤 되면 놀랍다. 


 거짓이 오래된다고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는 오로지 거짓이 드러나는 경우뿐이다. 

 허구로 지은 건물은 이내 무너지게 마련이다. 진실로 인간에 닿아있지 않은 기반은 모래알과 같다. 사상누각.

 허구가 없는 세상은 물론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것은 진실이어야만 한다. 

 

 일단, 이 소설을 읽으려는 분들은 서점에서 맨 뒤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보시길 권한다. 작가가 기존 허구의 창작물로써 소설들이 점점 현실과 병합하여 현실에 가까워지려 하고, 현실을 반영하려는 모습들에서 염증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을 자재로 허구로 건물을 짓는다 치더라도, 결국 그 건물이 서 있을 대지는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 위에 지어지지 않은 건물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매거진의 이전글 집사의서평 #43 돌멩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