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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Apr 18. 2022

집사의서평 #47 굿잡

재미는 있다. 긴장은 글쎄.

들어가는 말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은 빠른 장면 전환과 그로 인한 사건의 빠른 전개, 그리고 독자의 시선을 돌림으로써 사건의 이면을 숨길 수 있는 장점 등으로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하지 않나 싶다. 게다가 영상을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장면에 대한 묘사가 꽤나 디테일한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소재가 얼마나 흥미롭느냐가 문제다. 결국 아무리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그 재료가 달라져 버린다면 영 맛이 없게 마련이니까. 그런 면에서 청부살인과 노숙자를 이용한 정보 단체, 범죄의 흔적을 청소하는 청소업체가 협회를 이뤄 지하세계에서 활약한다는 설정은 어찌 보면 늘 있어왔던 소재이긴 하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꽤나 흥미로운 이유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로 영화에서 두각 되는 것이 망나니, 즉 킬러들의 화려한 액션과 살인에의 고뇌 등이었다는 것과 다르게 그 이후 뒤처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었다.



굿잡


 연희는 아버지가 남긴 빚에 허덕인다. 사고로 동생을 잃고 어머니는 미쳐 요양원에 있다. 하루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날마다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사채업자가 일을 소개해주는데 그것이 청소업체인 미래클리닝이었다.

 미래클리닝은 단순히 청소업체는 아니었다. 사회의 어두운 면,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흔적을 완벽히 청소해주는 뒤처리 업체. 사회 고위층들의 욕망과 맞물려 법의 범위에서 벗어난 일들을 처리해주는 이 업계에, 연희는 오로지 '먹고살아야 하니까' 발을 들인다.

 장 사장, 김여사와 성수. 넷이 일하던 중, 성수가 자신이 동생을 잃었던 그 사고로 부모를 잃었다는 점을 알게 된 연희. 일말의 감정을 갖고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약속하지만, 당일 성수는 나타나지 않고 시체로 발견된다. 결국 자살로 종결되지만, 연희는 의아함과 알 수 없는 예감에 뒷조사를 감행한다.

 그러던 중 얽히고설킨 정부 관계자, 일본 야쿠자, 북한, 망나니 그리고 미래 클리닝의 사장인 장교동의 관계를 알게 되고, 성수의 뒤를 이어 동료가 된 연남이와 함께 모든 비밀이 담긴 책을 찾아낸다. 하지만 결국 찾아낸 진실은 연희를 모든 집단의 타깃으로 몰아가게 되는데... 믿었던 연남도 처음부터 책을 노리고 자신과 미래클리닝에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희는 혼란에 빠진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연희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재미는 있되, 긴장감은 글쎄


 소설은 장면 묘사보다는 등장인물 간의 대화가 그 주를 이뤘고, 대신 장면에 대한 묘사는 그만큼 줄었다. 대화를 주로 함으로 인해 가독성은 높아지고, 각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독자가 심리나 상황 등을 추리할 수 있는 요소를 주면서 정말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하지만 그만큼의 단점 역시 존재한다.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 독자인 만큼 어느 정도 상상의 여유를 주는 것은 좋았지만, 너무 제한된 배경이나 장면 묘사로 인해서 마치 라디오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달까. 상상의 불씨를 댕기지 않은 화약더미의 느낌.

 몇 번,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소설을 보면서 늘 느끼는 안타까움이 이 소설에서도 나타났다. 물론 내가 많은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읽어 본 중에서는 가장 퇴고를 잘 한 소설이었다. 애초에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안 하고 읽었다면, 그저 묘사나 서사가 조금 약하긴 하지만 대화 중심의 서스펜스 정도로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늘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충분히 색다른 소재를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사건을 대화로만 풀어가다 보니 상상에 과부하가 걸린다. 사건을 영상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주인공들이 대사를 하고 있는 장면에서 배경은 희뿌옇게 흐려진 모양새다. 그렇다고 사건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답답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감이 떨어져 버린달까.

 연희가 업계에 들어서는 과정이나, 적응하는 과정. 사건의 등장과 성수와의 인연,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연희가 파고드는 과정. 연남의 등장과 역할 등. 상당 하달만큼 탄탄한 구성과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질 않아서 아니었을까.

 책의 분량을 봤을 때, 아마 영상으로 라면 모를까 일반 소설로 서사를 포함했다면 개인적 판단으로는 한 권 내로 풀어낼 수 없을 이야기였지 않나 싶다. 즉, 장면에 대한 서사와 개별 이야기 간의 인과에 대한 서사까지 더해진다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 편집 과정에서 꽤 생략했거나, 따로 증량할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싶다.

 거기다 뭐랄까. 거의다 연희의 시점에서 서술된 소설에서 대부분을 연희와 주변 인물 간의 대화로만 풀어가다 보니 생각보다 긴박감이나 흥분도가 낮다. 엄청난 범죄가 벌어지는 현장, 온갖 음모와 계략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책장은 잘 넘어가지만 긴박하지는 않았다. 읽히는 속도는 빠르지만 긴장감은 떨어진달까.

 그럼에도 독특한 소재와 구상, 탄탄한 인물관계와 사건의 흐름 등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영화화가 된다면, 액션신을 더 많이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 내용대로 영화화라면 글쎄. 고어물이 되어버릴 수도...)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개인 인스타 : https://instagram.com/jeakw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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