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필요합니다.
당연히 필요합니다.
조직도
단어만 들어도 이미 올드하고 식상하고 답답하고 위계질서가 있고 꼰대가 있고 상명하복이 있을 것만 같다는 이미지, 여러분은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봐 왔던 조직도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조직도 예시를 가져오려고 했더니 어느 기업을 선택해야 할지... 결국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정부의 조직도를 가져왔습니다.
최근엔 이런 조직도를 많이 봐 왔죠.
저희는 구글이나 애플이 아니잖아요.
당연합니다.
저 그림은 지금의 조직도입니다. 그렇다면 저 기업들의 초기의 조직도는 어땠을까요?
아마도 제게 사람을 어떻게 뽑냐고 물어보는 기업들과 비슷했을 겁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번의 아픔을 지나서 저런 조직도가 만들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저런 조직도가 있는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할 겁니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사람들로만 조직도를 그리려고 합니다. 지금 필요한 사람만 채용하려고 합니다.
비즈니스를 준비한다면 당장 1년 3년이 아니라 이 사업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라는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그리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면 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진행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방향에 따라 뽑아야 하는 사람이 다릅니다. 오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연차, 지난 업무 경력, 태도나 성향 등을 따지지 않고 뽑으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필요해서 뽑다 보니 뽑은 세명의 디자이너가 모두 3년 경력을 가진, 비슷비슷한 능력의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누구를 리더를 시키고 누구를 팀원으로 두시겠습니까? 현재 우리나라의 구조상 뽑아 놓은 직원을 해고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30년 후의 기업의 조직도를 그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1단계, 2단계 아니면 투자의 단계와 성장의 단계, 회수의 단계 등 몇 가지 단계를 가질 겁니다. 지금이 1단계라면 2단계에서 원하는 조직의 모습을 그리면서 채용해야 합니다. 그 조직도를 그리고 멤버들과 공유한다면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부분이 있을 겁니다. 회사가 2단계라면 3단계의 조직도를 그려야 합니다. 비즈니스가 더 확대될 때 필요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지, 해 본 사람을 찾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접어드는 부분에서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찾다 보니 기존의 인력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서비스를 50명에게 제공하는 것과 5만 명에게 제공하는 것은 여러 가지 경험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동고동락해 온 직원보다 경력이 많은 전문가를 뽑습니다. 그러면 그 직원은 회사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조직을 떠나게 되지요. 아마도 주위에서 그런 경우를 왕왕 보셨을 겁니다.
비즈니스 자체는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은 아마도 기존 기업에도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경험을 사 올 것인지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을 뽑을 건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보면 대부분은 스타트업 조직은 그렇습니다. CEO나 초기 멤버들의 인력은 훌륭합니다. 일에 대한 적극성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있고, 추진력도 있고 몰입도 좋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5명 인원일 때, 50명 인원일 때 그 구성원의 차이는 분명히 생깁니다. 모든 채용을 CEO가 자신과 같은 사람을 뽑으려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시작됩니다. 그 CEO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어디선가 창업할 꿈을 꾸고 있을 거라고요!
제가 수년간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 중에 직접적으로 대놓고 이직 말고 창업을 하세요.라고 권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 블러드를 가진 사람은 사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스타트업 CEO가 되거나 초기 멤버로 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조직을 키워하는 과정에서 뽑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기질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조직도 얘기를 하다가 너무 멀리 왔습니다.
조직도는 위에 보인 것과 같은 그림을 꼭 그려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총무도 인사도 전략도 영업도 다 함께 하고 있지만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영업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지, 마케팅에 더 어울리는지, 기획에 더 어울리는지 조금씩 나눠가며 세분화 해 가는 그 과정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자연히 조직도는 그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리더그룹이 정해지면 그 사람과 함께 그 조직에 어떤 사람들을 더 채용해야 할지, 어떤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조직에는 리더보다 경력은 더 많은 사람이 와야 할지 더 적은 사람이 와야 할지. 지금 있는 리더의 경력들과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지 아닌지, 이런 것들도 자연히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5명 조직인데 그런 걸 굳이 생각해야 할까요?
해야 합니다.
조직도를 그려놓고 그에 맞는 사람을 채워가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조직도도 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도는 사람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도 크기 때문입니다. 이건 차후에 다시 얘기하게 되겠지만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는 나는 리더십을 가지는 일은 못하겠고 그냥 나 혼자서 일하는 게 편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리더십을 줬더니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직도는 계속 변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리더와 구성원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리더가 결정되면 그에 따라 조직도는 변하게 됩니다. 큰 틀(비즈니스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얘길 하다 보니 너무 길어졌고, 그래도 도대체 조직도를 어떻게 그리라는 거야?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저는 그림을 그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사업에 맞도록 설계하시는 것은 조직의 head가 할 일이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채용 공고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