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 정하는 게 어려운 분들에게
어떤 사람은 주어진 일은 참 잘하고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발전시켜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무척 잘하는데, 본인이 스스로 무엇인가 목표를 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동적이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 사람 자체는 무척 능동적이고 적극적인데도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즘 말하는 그 OKR을 정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람들. 그들입니다. 그들이 바로 목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봐도 그건 남 얘기일 뿐. 나더러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는 사람들 말입니다.
너무 예전으로 거슬러가서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을 가서 졸업을 할 때까지도 자기 인생의 목표도 못 정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냥 매일매일 주어진대로 살아왔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게으름을 부렸다거나 대충 살았다는 게 아닙니다. 목표를 늘 내가 아닌 타인이 정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았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갔더니 내 목표를 내가 정하라고 합니다. 갑자기 앞이 깜깜해집니다.
목표는 대표님이 정해주시는 거 아닌가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업들이 OKR을 사용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평가와 보상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글이라는 아주 좋은 사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일단 OKR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존 도어의 OKR(세종서적)을 읽어 보았습니다.
O objective KR key results로 기업과 팀 혹은 개인이 협력해 목표를 세우기 위한 규약을 의미한다.
목표는 성취해야 할 대상이며, 구체적이고 행동 지향적(이상적으로)이어야 하며, 영감으로 가득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수립된 목표는 애매모호한 생각과 행동으로부터 조직을 지켜준다.
핵심 결과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구체적인 일정을 기반으로 삼고,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무엇보다도 측정과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대게 목표라는 것은 회사가 아주 큰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를 매니저들이 정하고, 그에 따라 조직원들의 목표를 정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흔히 말하는 TOP-DOWN 방식이죠. 제가 헤드헌터로 일할 때는 일 년의 '목표'는 '매출액'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10명이었는데 팀장으로부터 팀원 모두에게 정해진 금액이 있었습니다. TMI를 하자면 저는 팀에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제 목표 숫자를 맞춰 내려고 무척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기업들이 보통은 TOP-DOWN 방식의 목표를 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는 대표가 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OKR로 정말 해야 하는 것은 조직원들의 OKR을 통해서 조직의 성취를 이루어가는 BOTTOM-UP 방식입니다. 이것은 조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목표로서 기본 목표를 회사의 성장으로 두고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회사의 성장을 기반에 두고 일정 기간 동안 내가 할 수 있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들을 나열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면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몰라도 많은 회사원들은 그냥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의 발전이 내 목표인 케이스는 대표님 말고는 없는 조직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앞서 얘기한 주어진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 애쓸 때 저는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그 목표는 실제로는 회사로부터 주어진 것이었지만 형식상으로는 제가 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제 목표를 자신이 정한 것인지 아닌지도 실행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형식상으로는 조직원이 정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직원이 그렇게 정하기를 원하는 회사의 목표일 수 있습니다.
위의 책(존 도어의 OKR)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표가 기업 사명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길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나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것만큼 환상적이고 완벽한 목표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것이 정말 신나는 일이 될 테지요. 그런데 왜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일까요? 그래서 대표님만 아침에 출근하는 게 신나고 가장 먼저 출근해 있는 걸까요?
우선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어 보이거나, 해야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또는 내가 바라는 지향점과 목표점이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지향점이 비슷한 회사로 옮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지향점도 동일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도 목표를 못 정하겠다면, 회사에서 바라는 목표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그중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해 보고 싶은 것으로 목표를 정해 보는 것도 목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도 모르겠다, 못하겠다 한다면 그땐 목표를 대표님에게 혹은 매니저에게 정해 달라고 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정말로 목표를 못 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생각해보니 목표를 못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구체적인 일정을 기반으로' 1주일, 한 달, 3개월, 6개월, 1년, 3년 의 목표를 세워 봐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짧은 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을 먼저 정하고 성취감을 맛보기를 권합니다. 성취감을 느껴본 이후에는 조금 더 어려운 목표 설정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은 9월이니 3분기의 끝 즈음이고, 10월 ~ 12월 마지막 4분기 제 목표를 설정해 보겠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강점 코칭이라는 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내 회사를 더 알리고 싶어.라고 대외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만, 저만 아는 제 목표는 클라이언트를 더 많이 만들고 싶어!입니다. 책에 따르자면 몇 개의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가지고 싶은지 구체적이어야 하니, 전 그렇다면 '3개의 새로운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만든다'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3개월 동안 할 수 있는 KR은 무엇이 있을까요?
1. 브런치에 매주 글을 하나씩 올린다.
2. 채용사이트들에서 조직문화와 관련한 채용을 하는 기업을 찾아서 회사 소개서(강점 코칭 소개서)를 보내 본다. (일주일에 몇 개, 한 달에 몇 개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망설여집니다.)
1번의 더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보겠습니다.
-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를 한다. 주제는 강점 코칭, 일 잘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나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 등으로 잡아 본다.
- 그동안 강점 코칭을 받았던 분들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매주 올라가는 글을 메일링 한다.
- 메일링을 통해서 강점 코칭을 신청하시면 비용의 일부를 세일해 드린다.
결과는 3개월 뒤에 이루어졌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대충은 짐작하게 될 것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진다면 조금 더 강도 높게 수정하면 됩니다. 반대로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수정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존 도어의 OKR에서는 CFR을 둡니다.
대화(C conversation), 피드백(F feedback), 인정(R recognition)
저는 저 혼자서 대화해야겠지만, 매니저가 있다면 매니저와, 아니라면 대표님과 직접 대화하고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실패할 것 같으니 혼날 까 봐 혹은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될까 봐 혼자서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성취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해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음엔 어렵겠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목표 정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물론 목표를 정한다고 모두 달성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점점 더 성장하는 자신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서도 의미도 발견하게 되겠죠.
사실 시작부터 이 글은 저 스스로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OKR을 어떻게 정하라는 거야?!라고 외치는 사람, 앞서 말한 주어진 일은 잘 해결하고, 문제점도 잘 발견하지만 막상 스스로의 일에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이 일이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이고, 지향하는 바와도 동일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정하는 것이 두려운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했음에도 아무 결과를 얻지 못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 보는 게 경험을 쌓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만난 분들 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몇 년 뒤엔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다는 것이 아주 구체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인생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며 자신이 세운 계획(KR)은 변경될 수 있을지 몰라도 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완벽하게 실행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어쩌다 보니 되더라 하는 경우도 생기죠.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겁니다.
제 미래의 클라이언트 여러분, 오늘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OKR을 한번 정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