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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coach Jan 07. 2021

CEO가 옳아야 합니다.

기업문화는 최고경영자가 주도해야 합니다. 


2020년 첫 책은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읽었습니다. 2021년 첫 책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워런 버핏 바이블로 골랐습니다.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7번째 챕터(버크셔의 기업문화)가 가장 읽고 싶었습니다. 거기서 워런 버핏은 이야기했습니다.


 기업문화는 최고경영자가 주도해야 합니다. 


모범적인 행동을 권장하는 조직 분위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규정집이 아니라 문화가 조직의 형태를 더 좌우합니다.
경영자는 사소해 보이는 메시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 CEO에게 말하기를 포기했다면, 제가 대신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무리 누군가가 조직문화 규정을 만들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CEO가 행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CEO의 평소 생각을 담아 조직문화 규정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일관성이 없다면 역시 소용없습니다. 심지어 CEO가 직접 만든다고 하더라도 내용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채용을 하려면 조직문화가 중요하니까, 연봉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조직문화로 커버해야 하니까, 스타트업은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직문화를 출퇴근 시간 조절을 직원이 직접 하는 것, 제공되는 책상이나 의자, 커피나 먹을거리, 직급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것,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채용정보를 읽어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기업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워런 버핏이 생각하는 조직문화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어떤 비용을 절약해서 이익을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조직원들은 비용처리를 해야 할 것도 비용처리를 하지 않고 조작해서 다른 항목에 집어넣습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CEO가 A4용지 구매를 아까워하다 보니 조직에서 A4용지 구매 비용을 다른 항목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혹은 종이 납품 업체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행동(합리적이지 않은)을 해 주고 종이를 공짜로 받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종이 구매에 지출 비용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아 이익을 계산할 때 보고서 상에 숫자를 맞추기 위해 조작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시간을 낭비하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 발생한다거나, 그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더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종이 구매를 예시로 들어서 뭘 그런 걸 가지고?, 난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종이가 아닌 회사에서 구매할 때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것들,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부정적인 것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하고 있는 어떤 행동들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십시오. 워런 버핏은 중앙 일간지 1면에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도 당당할 수 있도록(그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CEO가 옳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조직원이 모두 그 방향으로 쫒아 가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언론에 나오는 조직문화가 잘 되어 있는 조직을 벤치마킹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을 겁니다. 막상 하려고 보면 그 기업들은 자본이 많거나,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도 CEO가 하라니까 조직원들이 결국 한다는 것이 다른 회사의 조직문화를 짜깁기 하여 규정집을 만들어 사내에 배포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그 문서를 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아마도 휴가 규정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으면 그 부분은 열람이 될 겁니다. 그렇지만 그 이외의 부분들을 펼쳐보는 사람은 결국 만든 사람 본인 뿐일 겁니다. CEO도 제대로 읽지 않을걸요? 집행을 할 사람만 보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고 규정집을 만든 건 아니지 않나요? 모르겠습니다. 나 보려고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보여 달라고 해서 나눠 드렸어요.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말이죠. 그 경우의 잘 알려진 예가 바로 넷플릭스의 조직문화 규정집입니다. 그 규정집을 열어 보고 본인의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항목을 몇 개나 발견하셨습니까? 그 규정집을 만든 사람도 그랬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 실제로 이것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더불어 자신들의 기준이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한다고 규정집에 나와 있지만 실질적으로 CEO와 1:1로 대화하는 문화가 없는 조직이라면 규정집에만 존재하는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이지 않을까요? 조직원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방문을 열어 놓는다거나, 조직원들 사이에 자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직원이 실제로 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칭을 진행했던 한 기업의 CEO는 조직원들과 대화를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코칭을 진행하다 보니 조직원들이 정작 해야 할 업무에 대한 이야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기획에 대해서는 CEO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관찰해 보니 발제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CEO가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다른 사람이 의견을 내기도 전에 일단 CEO가 먼저 반박을 시작하더라고요. CEO의 지식이 조직원보다 많았고, 어떤 경우에는 정보가 조직원보다 많았습니다. 또는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 반박했습니다. 때로는 비용이 부족하다거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이미 해 보았던 프로세스라거나, 다른 회사에서 하는 것을 보니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유치원 선생님처럼 지금 한 말의 문장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직원들은 다른 조직원들 앞에서 무능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어차피 말해 봤자 CEO는 답을 가지고 있으니까 라는 이유들로 점점 CEO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되었습니다. CEO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의견을 만들기 위한 토론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말로 토론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자신의 권위를 은연중에 확인하려 했던 것인지는 누가 알겠습니까? 정말로 서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직이라면 문을 닫아 놓아도 조직원이 노크하고 들어와 이야기할 겁니다. (참고로 저 CEO에게는 발제자가 의견을 발표하면 일단 다른 조직원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정 얘기하고 싶다면 이야기하지 말고 노트한다. 반대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도움을 주고 싶은 추가할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라는 방법을 제안드렸습니다.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저분에게는 이 두 가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CEO는 어떤 면에서는 연기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발연기가 아닌 진심을 담은 연기를 하는 연기자 말입니다. 조직문화를 누가 어떻게 만들든 결국 CEO가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본인이 실행할 수 없는 내용을 굳이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CEO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도 조직원들에게는 메시지가 됩니다. 



2021년 새해에는 어떤 CEO가 되고 싶으십니까?









워런 버핏과 관련해서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빌 게이츠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잠깐 워런 버핏이 나옵니다. 거기서 워런 버핏은 빌 게이츠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If something's the thing to do, you do it, you know?   



2021년 첫 글입니다. 올 한 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으셨으면 그냥 해 보는 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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