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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12. 2022

나도 레퍼런스가 되는 거야!

평범의 신기루에서 나오자, 나도 나만의 삶을 살자

[ 01. 요즘 것들의 사생활 먹고사니즘 : ep.07/나 ]


900KM가 2021년에 펴낸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을 읽고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평범이 아닌 다름에서 나는 나의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느꼈다. 그 외에도 다른 생각들도 많이 들었지만, 이 두 가지가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영향력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것도 못 느꼈을 것이고 용기도 나지 않았을 거니까. 


나는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마 20대 중후반에 석사를 하면서 그렇게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이방인이고 학교에서는 소수에 드는 인종에 언어도 다르니 그럴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걸 떨쳐버리지 못한 게 약간은 후회스럽다. 왜냐하면 내가 내 모습은 ‘평범’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좋고 중요하다. 특히 어릴 때는 친구들의 영향도 많이 받았지만 그래도 나만의 것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조금 독특함이 묻어있는 아이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인턴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내 세상의 중심에서 내가 조금씩 멀어지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모습도 채도가 점점 더 떨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면서 순수함을 잃은 걸지도, 혹은 사회에 물들면서 내 색깔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되찾고 싶어지게 만든 게 바로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이었다. 내가 20대 동안 꼭꼭 숨기고 있었던 내 가치관인 ‘다름’을 다시 찾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표현하고 싶은 것, 내가 살고 싶은 삶,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을 찾고 싶었다. 나중에 또다시 잃어버릴지 몰라도 지금은 이걸 찾고 싶었다. 나만의 해석일지는 모르나 이 책에서는 그렇게 내 모습을 찾고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은 나에게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용기를 주었다. 사실 1년 차 때도 희망찬 감정이 별로 없는 회사 생활이었다. 입사하고 나서의 설렘은 빠르게 사라져 버렸고 어느덧 일상은 반복의 연속이 되었다. 매일아침 일어나 씻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찍고 커피를 마시고 업무를 보는 틀에 갇혀버렸다. 하루 일과는 그냥 그렇게 비슷하고, 일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였다. 프로젝트는 바뀌지만 내가 하는 행위들은 그대로였고 야근은 하도 들쭉날쭉해서 운이 좋으면 일찍 가고 운이 나쁘면 늦게 가는 그런 삶이었다. 아마 일과시간에 일찍 퇴근해서 치킨을 먹으면서 예능을 보는 게 아마 제일 설레는 상상이 아니었을까?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이것은 곧 설렘이었다. 어떠한 이벤트나 물건은 아니었지만, 무엇인가를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용기에 설렘을 느꼈다. 무엇인가 내가 해보고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찬 설렘이 가슴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내 MBTI는 ENFJ로 상상을 종종 하는 편이다. 샤워를 할 때 주로 상상의 나라가 펼쳐지는데 이 책을 읽는 당시에는 내가 인터뷰이가 되는 그런 상상을 종종 하곤 했었다. 뭐, 나라고 못 할 것 있나!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거 아닌가? 나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자식도 없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냐라는 패기마저 드는 용기였다. 미래에 대해 상상을 하면서 설레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이런 생각이 든 순간부터 그냥 살 수 없었다. 무엇인가를 당장 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먼저 든 생각은 내 삶의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아이폰에 있는 메모장 앱을 켰다. 출근길에 지하철에 내 몸을 끼워 넣고 무작정 생각들을 써보기 시작했다.


'일, 삶, 꿈’이라는 제목의 메모장에는 여러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나의 대답들이 적혀있다. 질문 중에는 하고 싶은 일, 나에게 맞는 적성 등이 있는데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나는 정의한 문장이 눈에 띈다. ‘creator 크리에이터, 창조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잊고 살았는데 바로 내 정체는 이거였다. 뭔가를 만들고 창조하고 표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가 되고 싶었다. 디자이너 같은 아티스트. 아티스트 같은 디자이너. 모호한 경계에 있는 프로듀서. 만드는 사람, 표현하는 사람, 목소리가 있는 사람. 


" 직업 <—> 취미 <—> 꿈 <—> 삶 "


내가 아이폰 메모장에 남겨놓았던 생각.


나는 이런 삶을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할 수 있는 것들로 무엇인가 그 정의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유학한 시절에 친했던 친구 진아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나에게 책을 하나 추천해주었다. 바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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