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 02.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ep.08/책 ]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을 다 읽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었다. 열정은 넘쳤는데 사실 고민이 없었으니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조금 답답하게 생각만 하고 있을 당시 내 인스타에 올린 고민 글을 본 유학 시절 만난 친구 진아가 문득 카톡이 왔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는 친구인데 이런저런 근황 토크와 회사 이야기를 하던 중 진아가 문득 사진을 보내주었다. 사진에는 추천하는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표지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아주 귀여운 책이었다.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정말이지 나에게 전략적으로 와 닿았다) 뭔가 쉽게 술술 읽힐 것만 같았다. 사실 책을 추천받은 건 내 기억에 진아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네이버 쇼핑에서 책을 검색했고 곧바로 영풍문고를 통해 주문을 넣었다. 웃긴 게 평소 책을 어찌나 안 읽었던지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게 처음이었다. 네이버 쇼핑 덕분에 쉽게 살수 있어서 어찌나 감사한지. 아니었으면 영풍문고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킨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가 바로 내 2번째 책이 되었다. 첫 번째 책에 이어 회사 근처 길 건너 투썸플레이스에서 계속해서 점심시간 책 읽기를 이어 나갔다. 물론 외압이라고 해야 하나 주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물론 신경 안 쓰는 사람이 더 많다). 몇몇은 언제까지 다이어트를 하냐, 샐러드 안 질리냐며 나에게 말을 건네곤 했지만 사실 나는 책 읽기가 너무 여행 같고 재밌어서 이 짤막한 힐링 시간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어서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갈 때 같이 나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팀워크를 위해서, 더 친밀해져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 팀점(팀과 점심 먹는 것)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고 책을 더 읽는 게 나에게 이득이라고 생각되어서 동기 모임이 있는 목요일을 제외하곤 매일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책을 읽었다.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는 첫번째 책과 다르게 가이드 같은 책이다. 첫 번째 책은 인터뷰집이라고 할 수 있었고 이 책은 안내서였다. 먼저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개념부터 소개해준다. 본업 외에 돈이 벌리든 벌리지 않던 풀타임 근무 외 시간에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이 개념도 이미 요즘사 책에서 먼저 알고 있었지만 나름의 정의를 듣고 나니 더 명확해졌다. 이 책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경험도 있고 작가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그런 책이어서 생각보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걸 읽으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실행했으면 더 속도가 붙었을 텐데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이미 평일의 대부분은 야근으로 채워져 있었고 집에 가면 씻고 잠에 들기 바빴다. 주말이 돼서야 조금씩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아쉽게도 조금 더디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사이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책의 한 구절이 나는 조금 걱정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열정에도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버리면 열정도 서서히 불이 꺼진다는 내용이었다. 아마 열정이 있을 때 확 해버리자! 라는 느낌이었지만 현실에 한계가 있었던 터라 나도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열정이 식어버리면 어쩌지 걱정만 쌓여갔다. 물론 나는 워낙 걱정이 많고 조금 불안을 크게 느끼는 성격이어서 더 예민하게 받아드리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부담 없이 쉽게 쉽게 할 수 있는 게 사이드 프로젝트의 매력이니 말이다.
요즘은 자신의 성장이나 만족을 위해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만 봐도 각자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N잡이면 N잡이고, 부업이면 부업이고, 공부면 공부지만 각자 회사 이외 시간을 열심히 활용하고 있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주변에서 제일 꾸준히 한 사람은 바로 옆 사수인 용 대리님이었다. 그 당시 내 기억으로 2년 넘게 꾸준히 사진을 찍고 짬짬히 보정해서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포스팅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사진 작업을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던 용 대리님이기에 그 열정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같은 본부 동기 수진이도 종종 회사 사람들에게 꽃꽂이 의뢰를 받아 제작하곤 했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여러 종류의 꽃이랑 화병을 들고 오길래 뭐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진이는 아침 일찍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꽃을 사 와서 점심시간에 이쁜 집들이 선물을 만든다고 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종종 꽃꽂이를 회사 점심시간에 모형실에서 하곤 했고 나는 덕분에 남는 꽃을 받아 자취방 화병에 꽂아놓곤 했다. 회사에서도 이렇게 회사일 외에도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 사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였으면 아침에 5분 더 자는 거에 시간을 썼을 텐데.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 내가 너무 안일하고 게을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근 때문에 피로하고 잠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갖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앞으로 내 인생에서 제일 젊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담을 갖기보다는 가볍고 신나는 마음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페르소나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했다. 과연 건축하는 내 모습 외에 다른 모습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때 처음 딱 떠오르는 것은 케이팝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한국 대중 음악을 사랑해 왔다. 딱 떠오르는 이 페르소나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