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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19. 2022

서른 한 살, 나의 첫 페르소나와 가지고 있던 꿈

[ 02.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 ep.09/나 ]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읽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먼저 페르소나를 파악해야 한다. 내 모습은 단 한 가지 아이덴티티로 정의될 수 없기 때문에 부분부분 나누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면 어떤 내 모습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관심사나 좋아하는 여러 가지를 나열해보았다.


음악, 요리, 건축, 공간, 디자인


이렇게 나열 했을 때 30대가 되고 다시 해보고 싶었던 게 있다면 바로 음악이었다.


아기 때는 아버지가 클래식 음악을 많이 틀어주셨다고 했다. 6살 때부터 음악 방송을 보면서 자랐다. 초등학교 때는 카세트테이프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했고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받은 아이리버 MP3는 태국으로 이민을 가서도 항상 들고 다녔다. 음악은 항상 그리고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매일 들었고 열심히 들었다. 장르도 구분하지 않았다. 국제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 음악 활동은 대부분 하고 다녔다. 합창단도 했고 뮤지컬, 밴드, 작곡, 리코더 독주에 각종 교내 콘서트 등등 정말 열심이었다. 학교 선생님 중에서도 음악 선생님들과 가장 친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친구들도 나를 음악 좋아하는 친구로 여겼고 음악을 정말 꿈으로 여길 만큼 좋아했었다.


그런데 대학 진학이 가까워지자 생각이 많아졌다. 그 당시만 해도 음악이 내 길인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을 찾아보고 자격조건들을 따져보니 쉽지 않았다. 그 당시 작곡과를 가고 싶었던 나에게 선생님은 충분히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지만 집안 사정도 아주 좋지 않았고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던 나는 결국 음악은 취미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취미로 남겨야 내가 계속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나는 노래나 연주를 잘하는 건 아니었으니 더욱더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작곡은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고 잘했는데, 그래서 작곡가들을 동경해 왔는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가 두려웠다. ‘음악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부정적인 생각과 용기가 없어서 시도도 해보지 않고 첫 번째 꿈을 포기해버렸다.


31살이 되어서 음악을 다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그때보다 더 막막했다. 기타도 놓고 작곡도 놓은 지 10년이 넘어서 너무 어색했다. 1년 차 때는 그래도 취미로 기타연습도 해보고 작곡도 해보려 했지만 사실 진득하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서 포기해버렸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은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지속해서 새로운 음악을 듣고 주변 사람들과 음악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건 아직도 하는 것이다. 예전에 인턴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음악 이야기를 하는 게 건축 이야기보다 더 재밌었다. 아티스트와 작곡가의 비하인드라던지, 어떤 곡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나 사운드를 분석해서 표현하는 것이라든지, 축적된 케이팝 지식과 히스토리 관련된 이야기라든지(이래서 문명 특급 보는 걸 좋아하나 보다), 음악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번쩍 떠진다. ‘아! 이걸로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지점까지 오게 되었다.


연주나 작곡은 못 하고,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아이디어를 내보던 도중에 집에 있는 태블릿이 떠올랐다. 펜마우스라고도 하고 디지타이저라고도 하는 이 물건은 학부 때 쓰려고 사놓은 건데 이제야 쓰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번쩍 들었다. 나의 계획은 인스타그램을 활용해서 툰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툰에서는 케이팝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겠다는 아이디어였다. 곧바로 내 얼굴과 비슷한 안경을 낀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림은 잘 그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건축과 나온 사람으로 스케치는 어느 정도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기획에 들어갔다. 어떤 콘텐츠로 내가 스토리를 풀어갈지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중에 가장 재미있고 끌리는 주제를 골랐는데, 그게 바로 더 흥해야 하는 케이팝 아티스트 10팀이었다. 딱 10개의 툰으로 10팀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10팀을 선정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요즘 알게 된 아티스트, 가끔가다 떠오르는 아티스트 등등 리스트업을 했다. 박재정, 뮤지, 천단비, 사이로 등등 내가 그 당시 즐겨듣던 아티스트로 채워 넣었고 아티스트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선정해서 소개하는 내용을 짰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비하인드도 찾아보고 리서치도 해서 내용을 꽉꽉 채웠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서는 10장에 이미지밖에 올릴 수 없어서 나중에는 한 번 더 내용을 편집해서 10컷 툰으로 다시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도 거쳤다. 우여곡절 끝에 내용에 맞게 그림을 그렸고 주말마다 시간을 정해서 콘텐츠를 제작해나갔다. 이렇게 하기를 아티스트 10팀을 반복하지 10편의 더 흥해야 하는 아티스트 10팀의 툰이 만들어졌다.


누가 알았을까 이걸 다 만들고 올리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는걸.


최초로 올렸던 '더 흥해야하는 아티스트 10팀' 프롤로그 편.

Ps.

‘케이팝 덕후 502호 청년이 소개하는 개인적으로 더 흥해야 하는 아티스트 10팀’은 2021년 3월부터 제작되어 2021년 9월 말이되 서야 마무리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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