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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20. 2022

점심시간에 책 읽는 나,
“너 좀 이상해”

[ 02.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 ep.10/회사 ]


내 고민의 가장 중요한 행동들이 되었던 것은 단연 점심시간 책 읽기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건너편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매일 다른 샐러드 혹은 파니니를 먹고 커피와 함께 책을 읽었다. 단순히 책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단조롭던 일상에 나를 생각하게 해주었고 생각하면서 살게 된 중요한 일상의 이벤트였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생각을 다른 작가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한다고 말하는 사람’에서 ‘정말 퇴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900KM의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에서 부터 시작한 팀점 안하기가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으면서 점심시간 힐링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때그때 읽고 싶었던 책을 짬을 내서 읽는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또한 점심시간 동안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어딘가에 푹 빠져들어 갔다 오는 것도 모두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심지어 이렇게 힐링하고 오니 오후에 업무에도 더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또 굳이 더하자면 매일 헤비하게 먹었던 점심도 간소하게 줄어서 좋았고, 식사 후 회사로 돌아와서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는 걸 그만두었기 때문에 더욱더 내가 시간을 잘 쓴다는 느낌도 받았다. 종종 커피를 사주면서 1팀과 3팀 사람들과 다 같이 앉아서 주식 이야기를 하거나 회사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겠지만 그런 소비적인 시간활용이 아니라 생산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만족감이 나에게는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주위 시선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PM 차장님이나 같은 팀에 있던 차장님이 하는 ‘한마디’들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악의적인 의도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점심시간에 팀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마디’를 하곤 했다. 거기에다 책이 무겁거나 크면 가방을 메고 카페에 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나를 종종 미소와 함께 놀리곤 했다. 하루는 PM차장님이 대놓고 ‘너 좀 이상해’라는 말을 했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다시 팀점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밥 먹는 게 외로울 수도 있고 메뉴도 투썸에서만 먹는 게 단조로울 수 있겠지만 돌아갈 마음이 나에게는 조금도 없었다. 당연히 이건 팀점을 하는 몇몇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책 읽는 게 나는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매일 반복되고 갑갑한 OO 건축 회사 생활에 내가 직접 고른 책을 아무런 압박 없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게 정말 뿌듯하고 좋았다. 비록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짧았지만, 그 시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게 행복했다. 그리고 한다기 덧붙이면 ‘이상해’라는 말에 사실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분명 기분 나쁠 수 있는 말투와 언어였지만 나는 ‘이상하다’라거나, ‘다르다’ 혹은 ‘너는 왜 그러는 거냐?’라는 다른 사람의 이해가 책을 읽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에 1시간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에 오히려 나는 긍정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이건 어릴 적부터 ‘평범’과는 조금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나쁜 말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개성 있고 특별하냐고 말이고 뻔하지 않게 살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나 나의 퇴사 결정에도 똑같이 책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처음 퇴사 고민을 시작했을 때도 내가 퇴사를 회사 내부의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회사 밖에 있는 다양한 작가와 인터뷰이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했다. 물론 회사 내부 사람들과 말을 안 나누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 외에도 나는 새로운 생각들로부터 오는 자극이 필요했고 책에 나온 그런 생각과 경험을 읽으면서 나도 나만의 미래를 상상하고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점심시간 책 읽기가 평일의 루틴이 되어버리니 나는 책 읽기를 멈추는 것이 싫어졌다. 결국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두 권이 세 권이 되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내가 책 읽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도 점심시간 책 읽기는 중요한 습관이고 루틴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나는 조금은 이상한 애가 맞는 것 같다. 나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왜냐면 나는 책을 꾸준히 읽었더니 퇴사를 마음먹게 되었다는 사람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내가 읽은 책들이 나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해주었는지 펼쳐지겠지만 이건 미리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스스로 읽고 싶은 주제와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 시도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책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극과 용기, 믿음이나 좌절까지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책 읽기는 꽤나 우리 삶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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