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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25. 2022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우리 인생에 '스파크'가 있을까?

[ 03.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 ep.13/나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김키미의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파생된 고민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어졌다. 내 머리에 있는 건 과거의 기억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나열을 해보기로 했다. 제일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은 유치원 때 애니메이션 로봇수사대 케이캅스와 무적 파워레인저가 있었다. 너무 오래돼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좋아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포켓몬스터가 한국에서 방영이 되었다. 정말 좋아했었지. 그리고 4학년 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해리포터에 빠져 살았다.  해리포터에 빠져 살았다. 그 당시에는 ‘미스터포터’라는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K-POP과 밴드음악, 음악적 활동들로 심취해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착실한 학생답게 전공인 건축학에 빠져 살았다. 이제 30대의 나이에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현재 나에게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이 아닌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고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조금 올드해 보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뭐에 쉽게 빠져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덕후들을 부러워한다. 물론 나는 덕후 기질이 10대 이후에 많이 없어져서 오히려 스스로 더 많이 묻고 답하고 있다. 30대에 나이에는 어떤 행위든 주제든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게 좋아하는 것 같다. 점점 생각과 걱정은 많아지고 챙겨야 할 사람과 할 일들도 많아진 나에게 ‘하고 싶다’라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그 순간이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힌트가 되었다. 마치 우리가 배가 고프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듣고 싶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내가 욕구 적으로 원하는 것, 그게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야근을 하면서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게 만든 음악 추천이라는 건 좋아하는 일이었다.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을 키우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나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을 기르고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기회들과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하는, 가진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도 좋아하는 걸 찾는 힌트가 되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이라고 모든 걸 한 번에 이룰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 하고 싶은 욕구는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었다. 좋아한다는 기준은 내가 시간과 노력을 써서 하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다.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하기 싫어질 테니까.


회사에서도 그랬다. 건축사사무소 인턴을 하면서 호되게 낮은 노동인권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건축하는 행위가 좋았더랬다. 그러다 번아웃으로 잠깐 백수로 쉬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았지만 결국 건축 실무를 좀 더 깊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당연히 건축 공부도 더 하고 싶어서 학부를 했던 대학에서 석사까지 하고 왔버렸다. 이렇게 하고 싶은 걸 좀 해봐야 미련이 남지 않고 후회가 적다. OO 건축에서 현상과 건축 인허가 업무를 겪으면서 처음에는 재미도 있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면 할수록 지루해졌고 자꾸 ‘딴짓’을 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건축으로는 나 스스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다. 이유야 나열하면 수만 가지까지 될 테지만 제일 큰 문제는 ‘창조’적인 행위가 적어서인 것이 문제였다. 내가 생각하는 창조적 행위가 건축 실무에서의 창조적 행위와 정의가 많이 빗나가 있었던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분양의 창조적 행위를 하고 싶다는 딴생각이 많이 들었다. 건축 실무에서 겪은 건축은 학교에서 하던 건축학과는 많이 다르기도 했으니 나에게 건축은 실무에서의 건축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케이팝 음악 추천 툰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창조적 행위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말이다. 훗날에야 내가 ‘건축’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왜 문제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건축’을 좋아한 게 아니라 ‘건축’의 특정 부분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쓸지를 기획하고 상상하며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회적 문화나 행위들을 만들고 이를 더 나아가 공간적, 기능적으로 풀어나갈지까지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건축파트가 맡는 업무가 아니기도 하다. 더 나아가 나는 이쁘고 디테일한 건축물을 좋아하지만 내가 그걸 이루려고 디자인하는 것은 그다지 신경 쓰지도 노력하지도 않았던 부분이다.


그럼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이를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라는 의문이 생긴다. 분명 나도 한때는 건축사 사무소에서 하는 일들이 재밌고 좋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변했다. 그리고 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영화 <소울>에서 처럼 각자의 삶의 의미가 되는 ‘스파크’라는 열쇠가 있을까? 우리는 매일매일 변하고 변할 것이다. 영원한 것도 없다. 애초에 아주 오랫동안 무엇을 꾸준히 하는 것은 좋아하면서도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하거나, 행위에 딸려오는 명예나 돈에 비중이 커져서 이어오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라고 영원히 좋아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의 틀을 깨버렸다. 마치 우리가 대학교 진학할 때 진로를 정하면 평생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잘못되었다고 말하듯이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꼭 하나일 이유는 없기 때문과 같다. 나는 좋아하는 것들이 시간에 따라 바뀌고, 바뀌면 바뀌는 대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갑자기 든 생각이 아니라 내가 평생 그렇게 해오고 있는 것이 오히려 더 가깝다. 유치원 때는 애니메이션을, 10대 때는 해리포터와 음악을, 20대 때는 건축을 과연 30대 때는 무엇을 좋아하면서 살아갈까?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좋아하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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