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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26. 2022

“안좋은 소식이야."

"너는 이제 베트남 국제 현상을 해야해"

[ 03.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 ep.14/회사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이 시점은 2021년 3월 말 즈음이었나 4월 초였나 기억이 흐릿하다. 글로벌 본부 3팀 팀장인 김 소장이 나를 불렀다. 대충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4월부터 시작하는 ‘베트남 국제 현상’에 내가 코어 멤버로 들어간다고 했다. 솔직히 이 말을 들었을 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하던 광양 프로젝트가 너무 나를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현상에서 고생하더라도 일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김 소장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람 좋게 나에게 미안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오히려 기뻐하는 내 속마음을 김 소장을 알았을까? 이 사람은 항상 내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들어보니 나는 초반부부터 참여하는 4명의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글로벌 본부에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이 3명 있었다. 먼저 나와 내 동기인 수진이가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말레이시아에서 온 에 과장님이었다. 일단 이렇게 3명은 ‘베트남 국제 현상’ 서류 전형에 참여했었다. 에 과장님이 PM을 맡아 문서를 준비하고 번역하는 일을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현상에 참여하는 15팀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멤버는 2팀에서 나랑 가장 친한 용 대리님이었다. 이렇게 4명은 4월부터 베트남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로 윗선에서 정리가 되었나 보다. 물론 다른 본부에서 지원을 온 2명의 사원분과 대리님 한 분이 있었고 거기에 외부에서 초청한 디자이너도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본부의 4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코어 멤버라고 할 수 있었다. 4월부터 우리는 매일 밤 11시까지 야근하면서 현상을 차근차근 진행해갔다.


2달 동안 해야 하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회사 밖 생활은 거의 올스톱이 되어버렸다. 집에 가면 씻고 잠만 자고 좋아하는 요리도 못 해 먹었다. 당연히 사이드 프로젝트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상은 꽤 큰 규모였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지어질 공공 오피스 건물과 마스터플랜이었는데,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규모와 국제성을 자랑했다. 같이 경쟁에 참여할 회사들은 기억에 남는 건 일본의 니켄세케이 독일의 gmp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줄 야근과 주말 출근도 2달 동안 해야 할 것이었다. 그래도 내 건축 인생에 이렇게 큰 프로젝트는 처음이었기에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조금 더 앞섰다. 그리고 다행히도 멤버 구성이 좋았다. 이전 광양 프로젝트에서 삐그덕거리던 멤버가 아닌 이미 합을 어느 정도 맞춰보았고 서로 존중하며 소통할 수 있는 코어 멤버 구성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맘이 놓이고 의지할 수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일단 수진이는 1팀에서 진행하던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초반에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있었고, 용 대리님은 스스로 현상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이다. 에 과장님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현상을 꽤 즐기는 것 같았다. 물론 PM을 담당했기 때문에 더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데도 맡은 프로젝트를 너무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웃긴 포인트는 에 과장님 PM을 맡고 본부장님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1팀, 2팀, 3팀의 팀장 중 아무도 제대로 참여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마 다들 이 큰 프로젝트에 막중한 책임을 지기 싫었을 터이고 이런 분위기는 본부에 퍼져있었다. 두 달은 꽤 긴 시간이었고 글로벌 본부의 다른 직원들은 최대한 베트남으로 팔려 가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며 바쁜 모습을 띠고 있었다. 모두 ‘베트남이 고생이다’라며 말했고 웃기게도 나는 이 상황에 오히려 잘 되었다며 베트남 프로젝트 참여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한 코어 멤버들 덕분이 아니었을까? 4월 초부터 6월 1일 마감일까지는 죽었다 하고 현상에 참여해야 했었다. 비록 몸은 피곤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친 듯이 일할 수 있을 것에 기대로 가득 차며 4월을 시작했다.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 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 대부분의 사람이 ‘일’에서 원하는 것이다."

 —  패티 맥코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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