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민 May 29. 2022

프리워커스

주체적으로 일 하는 것, 재밌게 일 하는 것

[ 04. 프리워커스: ep.15/책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베트남 국제 현상’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면서도 점심시간에 책을 읽는 것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에 이어서 읽은 책은 바로 모베러웍스 브랜드로 유명한 모빌스그룹에서 쓴 책 <프리워커스>였다. 워낙 관심 있게 보던 브랜드이자 기업이어서 출간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해 버렸다. 비록 5월 1일 노동절에 열리는 팝업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유튜브로 열심히 접하고 있던 브랜드였다. 이 책에서는 모베러웍스를 레퍼런스로 삼으며 ‘더 나은 일 찾기’를 위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내가 느낀 건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고, 두 번째는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두 개의 주제는 묘하고 끈끈하게 얽혀있다. 과연 나도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워커가 될 수 있을까?


모빌스그룹이 말하는 주체적으로 일하기는 이전 책들에서도 이어져 오는 회사와 일에 대한 맥락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물론 나도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 자체로 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회사라는 체계가 나에게 필요한 일을 시키고 나는 그 일을 해결하거나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일은 내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즐길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건 일을 내가 선택하기란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구조에 있지 않다. 물론 일의 목적은 돈도 있고 성장도 있고 의미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주체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는데 충족되는 목표는 돈과 부분적인 성장에 있었다. 건축 실무를 하면서 나에게 와닿는 의미를 찾기란 힘들었다. 애초에 나는 나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었으니 남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주는 건축 서비스가 딱히 의미 있지는 않았다. 거기에 OO 건축의 프로젝트들을 사업적인 면들이 컸기 때문에 남을 돕거나 세상을 이롭게 하는 느낌과도 동떨어져 있었다. 다행히도 ‘베트남 국제 현상’은 나의 주체성과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어느 정도는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일을 꾸려 나갈 때 오히려 일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숨통이 트이는 느낌도 나고 ‘내 일’ 같이 느껴졌다. 나에게 주체적으로 일하는 것은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라는 공식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에 다른 프로젝트들은 주체적으로 일하지 못했지만, 회사에서도 주체적으로 일하는 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로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내가 <프리워커스>에서 얻어가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 모베러웍스는 유쾌하게 일에 대한 메시지를 판다. 그런 메시지를 만드는 과정을 모베러웍스 유튜브 채널에 올리면서 그 일마저 재미있게 벌이고 수습한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도 충분히 의미 있고 유쾌하다. 나의 OO 건축 생활과 비교해본 그들의 모습은 훨씬 더 이상향에 가까웠다. 나는 과연 즐기면서 일하고 있는가? ‘베트남 국제 현상’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일하면서 재미도 느낀 것 같다. 주체성을 가지고 일하면서 일의 주도권도 나에게 왔지만, 더 크게 느낀 건 성장하는 느낌, 배우는 느낌, 내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단순히 재미는 오락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성장과 성취에 희열을 느끼고 매일 매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 변화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중요했다. 그 당시 나에게 재밌게 일하는 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었다.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나는 압박이 있어도 부정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재미를 느끼는구나 싶었다. 누군가가 시켜서, 주입식 가르침을 받아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우는 것. 한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성장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있다면 회사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베트남 국제 현상’ 프로젝트는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너무 고생해서 그렇게 생각할 조그마한 틈도 없었지만. 내가 맡은 파트를 자유롭게 이끌면서 재미를 느꼈다. 일이라는 게 물론 쉽지 않다. 고되고 힘들다. 그런데도 재미를 느낀다면 일에 있어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아쉽게도 나중에 더 뼈저리게 느꼈지만, 회사에 들어오고 계약서에 사인한다는 건 많은 나의 선택에 대한 권한을 회사에 위임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쁘고 미친 듯이 일한 ‘베트남 국제 현상’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안좋은 소식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