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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30. 2022

일이 되면 재미없다는 걸 부수기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 04. 프리워커스: ep.16/나 ]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프리워커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주체성과 일의 재미에 대한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고 혼자 깊게 고민하기도 했다. 역시나 나만의 생각을 만들고 답을 도출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 보니 ‘일과 삶’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유튜브 여러 채널을 보면서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고 나도 나에게 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에서 느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이전에 생각하던 ‘뭐든 일이 되면 재미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꿈이었던 작곡의 길을 포기하면서 ‘역시 좋아하는 건 취미로 해야 오래 하고 즐기면서 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일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커져 버린 것일까? 일도 재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내가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나만의 조건들이 필요했다. 사람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모여서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데 그게 누구에게는 코워킹 같은 공간의 변화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일하는 사람이 그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주체성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창조적인 욕구와 일을 통한 성장 등이 따라온다. 이렇게 자신에 맞게 환경 커스터마이징을 잘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발판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느껴야 더 몰입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좋아하는 행위가 일이 되면서 싫어지고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환경과 조건에서 일하는 게 싫은 것이다. 오히려 정의를 바꾸니 나도 이를 알아챈 사람들처럼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나도 나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일과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보통 ‘일’ 따로 ‘삶’ 따로 생각한다. 나는 삶 안에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삶이라는 방 안에 일이라는 풍선이 자리 잡고 있고, 회사에 다니면서 일이라는 풍선이 커지면서 내가 삶이라는 방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삶이라는 방 안에는 가족, 친구, 취미, 음악, 요리 등 다양한 풍선들이 있는데 이런 다른 풍선들이 있을 공간이 점점 없어졌다. 그렇게 작곡이란 풍선도 바람이 빠져버렸고 친구나 요리하기 풍선도 줄어들어 갔다. 일이란 풍선은 삶이란 방 안에 있지만 일이 곧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는 다채로운 풍선들로 이루어져 있고 중요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지키라고 워라밸이란 말이 나온 것 아닐까?


우리가 이런 고민을 계속해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일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새로운 세대는 일에 대해 why를 더 묻고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누구에게는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일을 단순히 돈만을 위해 한다는 것은 동의 할 수 없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김 소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베트남 국제 현상’을 하면서 동기 수진이와 나는 종종 모형실에서 같이 일과시간을 보내곤 했다. 초빙된 디자이너가 계획한 마스터플랜을 간단하게 우드락으로 만들어야 했는데 규모와 디자인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다. 우리가 모형실에서 모형을 만들고 있으면 가끔 쉬는 시간을 갖는 직원들이 들렸다 이야기를 나누고 가곤 했는데 그날을 김 소장이 왔다. 수진이와 나는 서로 일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대뜸 들어온 김 소장은 무슨 이야기를 하냐며 물었는데 나는 일과 삶에 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그런 거 깊이 생각하지 말고 just for living으로 한다고 생각해”


김 소장이 나간 후 조금 곱씹어 보았다. 먼저 동의 할 수 없었던 부분은 ‘생각하지 말고’와 ‘just for living’이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생각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 당연히 일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래야 일에 대한 관점이 발전할 수 있고 내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맞게 정의 할 수 있다. ‘Just for living’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은 사실 자극이 많이 되는 말이었다. 깊게 고민했다. 과연 나는 살기 위해서 일하는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보기에는 일은 나에게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의미가 있어야 했다. 물론 이 말도 사람에 따라서 잘못된 말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일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고 충분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내 욕심이 아직은 너무 많다. 혹은 그 정도로 생각하면 일이 미워질까 봐 두려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일에 대한 고민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고민하고 있다. 사실상 어떻게 정의하는지 정답은 없다. 자유롭게 정의하고 각자가 맞는 답을 찾으면 되는 일이다. 지금은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을 하고 싶다. 점점 이런 인사이트를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다양한 단어들도 많다. 워크-라이프-블렌딩, 워크-라이프-하모니, 일놀놀일 등. 이제는 더 이상 일이 ‘just for living’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의미까지 더해져야 한다. 여기서 블렌딩이나 하모니, 일=놀이가 표현하는 것같이 ‘일’과 ‘삶’의 교집합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그래서 섞이고 조화되면 놀이가 된다. 삶의 비전과 일의 비전이 근사하게 일치할 때 진정 내가 원하는 일과 삶이 될 것이다. 다들 대충은 알고 있지 않은가? 일과 삶이란 건 떼어 놓을 수 없는 한 쌍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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