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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May 31. 2022

점점 바빠지는 회사, 모든걸 갈아 넣어보자

'베트남 국제 현상'을 하면서

[ 04. 프리워커스: ep.17/회사]

*제 글은 첫 에피소드 부터 이어져 오는 시리즈입니다. 제 브런치로 오셔서 이전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베트남 국제 현상’은 5월에 접어들면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5월에 있는 공휴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했다. 6월 1일 마감이었기 때문에 규모에 비해 우리가 가진 시간이 적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5월 둘째 주, 셋째 주가 되면서 점점 우리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게 보였다. 계획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갔고, 보고서는 페이지가 채워지고 있었다. CG도 나오기 시작했고 비디오도 스토리라인도 만들어져갔다. 당연히 5월 마지막 주가 피크가 될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코어 멤버 외에도 글로벌 본부의 사원급 직원들이 한 명, 한 명 투입되면서 일의 진행 속도는 거침없이 빨라졌다. 속도가 붙은 만큼 더 많이 일하게 되었다. 마지막 주가 다가오자 끝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 1주일이 남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시간은 앞으로만 가니 마지막 한 주에 모든 걸 갈아 넣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이어 나갔다.


5월 마지막 주 평일 중 하루는 12시가 훌쩍 지난 새벽에 베트남 현지 업체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날은 새벽 3시쯤엔 집에 가겠구나 했지만, 전화 통화가 2시간을 넘어갈 정도로 길어지면서 새벽 4시까지 통화를 하다 퇴근할 수 있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생각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고 결과물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과제를 할 때도 평소 밤을 새워가면서 하는 타입은 아니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미친 듯이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했고 정말 더 노력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물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아침 지하철을 타면 구역질이 나오는 걸 참고 출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묘하게 일할 때 힘이 났던 건 이게 바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미친 듯이 일하는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베트남 국제 현상’을 완성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고 꼭 완성 시키고 싶은 의지도 있었다. 마치 나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래도 며칠만 지나면 이 모든 게 끝이 난다는 희망과 그 후에 충분히 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정말 막바지에는 밤도 이틀이나 세웠다. 특히나 내가 맡은 파트는 결과물이 제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현상 마지막 밤을 거의 혼자 보냈다. 물론 전날 저녁에 퇴근하신 밤샌 에과장님이 새벽 2시에 출근하셨지만. 현상은 6월 1일 점심이 지나고서야 마무리가 되어 퇴근할 수 있었다. 완성된 보고서와 결과물들은 안전하게 베트남 현지에 제출할 수 있었고, 그렇게 길고 힘들었던 2개월간의 여정을 완성했다. 그날 퇴근길은 날씨가 참 좋았다. 계속해서 봄옷을 입고 다녔는데, 집에 오는 길이 살짝 더웠다. 밤을 새워서 꼬질꼬질 한 것도 있었지만 벌써 여름이 다가온 걸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른 채 몰입해서 프로젝트를 참여했구나. 이게 말로만 듣던 미친 듯이 하는 것이구나. 또 다행인 건 이렇게 죽도록 노력했는데도 죽지 않았다. 물론 한 주에 110시간을 넘게 일해 본 건 일생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후련하면서 행복했다. 이제 얼른 집에 가서 씻고 푹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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