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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Oct 08. 2022

그녀와의 이별

주간 회고록 : 2022년 10월 첫째 주

10월의 첫날은 토요일이었다. 즐거운 토요일 밤에 나는 여러 색깔로 빛을 내는 서울을 떠나 엄마와 누이가 있는 안성으로 향했다. 올라탄 버스는 어두운 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달렸을까? 어느덧 안성 톨게이트를 지나 엄마 집에 가까워졌다.


몇 분 뒤 나는 엄마 집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엄마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잠시 생각하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띠띠띠띠띠 띠로리. 현관문을 당기자마자 당황했다. 엄마께서 이중 잠금을 해놓으셨는지 문이 문틀에 부딪히는 쾅! 소리만 날 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쾅! 소리에 나는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혹시 그녀가 잠에서 깨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왔어 아들-. 손부터 씻어.” 웃으면서 문을 열어준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곧이어 나타난 누이는 손 씻는 걸로 부족했는지 아예 샤워를 하라고 했다. 모두 그녀를 만나려면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절차였다. “알았어. 알았어. 샤워부터 하고 나올게.” 주섬주섬 가방을 푸는 나를 그녀가 조심스레 보러와 주었다. 서울의 꼬질꼬질함을 묻혀온 나를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이 부끄럽게 웃으면 맞이해 주었다. “안녕?” 나는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나는 바라보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흘 동안 그녀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같이 야채를 썰기도 하고 드라이브를 하기도 했다. 그 중 그림 그리기를 제일 많이 했다. 요즘 그녀는 그림 그리기에 빠져있었다. 그 일이 어찌나 재밌는지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나에게 그리는 걸 보여주었다.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주황, 갈색, 검정으로만 그녀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나로서 그녀의 작품을 깊게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녀는 상관없어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하는 날, 그녀는 아침부터 스케줄이 있었다. 내가 한참 꿈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부터 그녀는 길을 나서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를 도와주던 누이는 자고 있던 나에게 그녀가 곧 떠날 거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간단하게 세수로 잠을 깨웠다. 한동안 못 볼 그녀였기 때문에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다.

그녀는 캐릭터가 그려진 맨투맨에 붉은색 체크무늬로 된 바지를 입었다. 누이는 그녀가 예술 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페인트가 튀어도 상관없는 옷을 입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또 그림을 그리러 가나보다. 준비를 마친 그녀는 주섬주섬 가방을 메었다.

누이는 그녀에게 오늘 점심때 내가 서울로 올라간다고 말해주었다. 말수가 적은 그녀는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가 현관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나는 대답했다. “빠이-빠이-!” 그리고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현관문은 매정하게 쾅! 닫혔고 당분간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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