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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Oct 28. 2022

삐용 삐용

주간 회고록 : 2022년 10월 넷째 주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근처 공원으로 피크닉을 나가기로 약속 잡았다. 약속 장소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서 내가 좋아하는 루꼴라 잠봉뵈르와 샌드위치, 음료를 사 들고 가을을 한껏 즐겨보자는 계획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 항상 그랬듯이 — 소요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와 지하철에 올랐다. 친구에게 ‘나 이제 출발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카톡이 울렸다.


나는 약속 장소가 아니라 친구 집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친구 답장은 자신이 지금 열이 나고 식은땀이 나고 복통이 있고 두통이 심하다는 SOS였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자신이 장염에 걸렸다고 추측했다. 이미 토요일 점심이 지난 시간이라 병원이 대부분 문은 닫았을 텐데…. 


친구 집에 가는 길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었다. 친구는 흰죽을 사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지하철에서 빠르게 지도 앱을 켜서 친구 집 근처에 있는 ‘본 죽’을 찾았고 다행히도 흰죽을 팔고 있었다. 죽을 포장해서 발 빠르게 친구 집으로 달려갔다.


친구는 소파에 쓰러져 있었다. 흔한 감기도 잘 걸리지 않던 친구여서 놀랬다. 식탁에 죽을 놓고 친구에게 다가가 이마를 만져보았다. 열이 났다. 집에 상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체온계로 측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핸드-체온계는 열이 펄펄 난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는 진짜로 많이 아팠다. “약은 먹었어?” 친구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내가 사 온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흰죽 3분의 1을 겨우 먹고 — 심지어 간장도 치지 않고! — 약을 먹고 뻗었다. 다행히 약 덕분에 펄펄 끓던 열은 잠잠해졌다. 그리고 친구는 집에 있던 약으로 주말을 겨우겨우 버티다 월요일 병원에 갔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친구를 만났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 친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활기가 돌아왔다고 했다. 활기 넘치고 장난기 많은 모습을 보아하니 99.75% 돌아온 것 같다. 친구는 역시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이 직방이라면서 바로 생생해졌다고 했다. 그날 친구가 열이 펄펄 날 때 해열이 되지 않아 응급실에 가야 하나 생각했던 내 모습이 떠오르자 참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아픈 게 나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여담으로 친구는 아플 때 곰곰이 생각했다고 한다. 장염이면 뭔가 잘 못 먹어서 그런 것 같은데 자신이 뭘 잘못 먹었는지 말이다. 친구의 결론은 아프기 전날에 먹었던 육회비빔밥에 육회가 상했던 것으로 판명했다. 아프기 전날 친구는 육회비빔밥이 진짜 너무나 그토록 맛있었다며 나에게 자랑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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