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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Dec 16. 2022

아빠가 너 어떻게
살고 있는 지 궁금해해.

주간 회고록 : 2022년 12월 둘째 주

이번 주 화요일에 엄마는 서울에 오신다고 했다. 나는 엄마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 고속터미널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가 일을 보고 오시기 전까지 초코 푸딩을 먹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한참 책 속에서 헤매고 있던 나를 깨운 건 엄마의 목소리였다.


“아들! 여유가 좋아 보이네”


엄마와 나는 자연스럽게 스타벅스 한 켠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2주 전 본가에서 시간을 같이 보냈지만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대화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아빠가 너 어떻게 살고 있는 지 궁금해해. 근데 너한테는 직접 안 묻지? 꼭 날 통해서 궁금해하더라고. 그래서 아빠 갈 때 네 책 읽어보라고 던져줬지.”


아빠가 휴가 때, 나에게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묻지 않으셨다. 물어보실 법도 한데 관심이 별로 없으신가? 그냥 알아서 잘 살겠지 하시나 보다 했다. 다행히 궁금은 하셨나 보다. 엄마를 통해 내 소식을 듣고 싶으셨다고 하니 왠지 아빠의 조심스러움과 관심이 동시에 느껴져 마음이 따뜻했다. 한창 책을 쓸 때와 지금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퇴사 사유서>의 문장들로 아빠께 내 근황을 알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퇴사 사유서>를 읽으신다고 하셨을 때 걱정된 마음이 들이는 부분이 있었다. 책에는 내가 고등학생 때 가지고 있던 작곡가의 꿈과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이 쓰여있다. 엄마와 아빠는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때 음악 시켰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어. 어차피 이렇게 될 건대.”


스스로 음악에 관한 자신감과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부모로서 죄책감이 생기셨나 보다. 나는 입빠르게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부디 엄마가 콩알만큼의 죄책감이나 후회도 가지시지 않았으면 했다. 어차피 모두 내 선택이었으니. 고등학생 때도 엄마와 아빠는 내게 선택권을 주셨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그 선택은 부모님이 주셨던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거니까.


어쩌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삶에 관한 선택권을 가지고 태어날지 모르겠다. 나는 그 권한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한다. 창작가로 살아가고 싶은지,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은지,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요리사로 살아가고 싶은지. 마음은 사계절을 일주일로 축약한 듯 날마다 변하고, 때때로는 선택하거나 반대로 포기하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결국 자신의 결정으로 살아간다.


퇴사 후 나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많으니 자유롭고, 자유로운 만큼 날아갈 것 같이 행복한 듯 가볍다. 요즘은 이런 상태가 좋다. 그러니 고등학생 때 엄마가 음악을 시켰어도 억지로는 안 했을 것이다. 그 정도 권한은 고등학생 재민에게도 있으니까.


긴 대화 끝에 태국식 쌀국수를 저녁으로 먹고 엄마와 나는 헤어졌다. 이날은 엄마와 말을 많이 하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들로 살았다. 할만했고 행복했다. 그래서 당분간 엄마에게 ‘잘 듣고 많이 말하는 아들’로 살아보려고 한다. 다음 주 다짐은 일주일에 세 번 영상통화 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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