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작은 발견을 모은다

조각 하나하나가 모이면 마침내 기사가 된다

by 류재민

잠을 자려고 누우면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쓴 기사가 맘에 안 들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해서 내일은 어떤 취재와 기사로 만회해야 하나, 이번 주 정치칼럼 소재는 무엇으로 해야 하나까지. 이크, 그 틈이 비집고 들어오는 어릴 적 짝사랑 그녀 복순이랑 대학 시절 처음 사귄 NY의 실루엣이여.


고민과 번뇌, 추억으로 점철된 뇌를 다독일 새도 없이 잠에 빠져들 것 같지만, 냉큼 휴대폰을 꺼내 들고 메모장을 엽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단어와 문구와 문장을 재빨리 적어 놓습니다. 잠이 들면 모든 게 ‘말짱 도무룩’이기 때문입니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을 때, 흔히 내 머리에 떠오르는 즉흥적인 시문(詩文), 밝은 날에 실천하고 싶은 이상안(理想案)의 가지가지, 나는 이런 것들을 망각의 세계로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내 머리맡에는 원고지와 연필이 상비되어 있어, 간단한 것이면 어둠 속에서도 능히 적어 둘 수가 있다. 이하윤 <메모광> 중


기자 생활을 하면서 메모 습관을 들인 건 다행입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알게 된 메모장 기능은 더더욱 반가운 존재입니다. 굳이 수첩을 찾지 않아도 손쉽게 떠오르는 단상을 적어놓을 수 있으니까요. 만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와서도 아침이면 사라질세라 정신줄 끄트머리를 붙잡고 메모합니다.


제 휴대폰 메모장에 적은 글 중 일부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금세 흩어지는 기억을 부여잡고 있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십 년 전만 해도 무궁화호 정도였던 기억력이, KTX나 SRT처럼 쏜살같이 지나가는 요즘입니다.


메모는 짧은 기억력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디에든 글로 남겨 놓으면 언제든 글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둘 때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적어두어야 또렷해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그 순간을 놓쳐버리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도 소용없습니다. 완전체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본디 메모는 조악한 것이니까요. 순간순간 떠오른 글이나 앞에 있는 사람이 한 말이 가슴에 팍팍 꽂힌다면 주저 말고 메모하세요.


기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글을 쓰거나, 기획안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메모는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습관을 들여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무심코 그은 밑줄과 남겨놓은 메모가 없던 생각을 발아시켰다. 거기에 내 나름의 생각을 불어넣자 하나의 주장으로 발전되었다. 정민 <책벌레와 메모광>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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