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밥 먹여 주는 시대

잘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by 류재민

대통령 비서실 연설비서관 출신 강원국 작가. 그가 청와대를 나와 쓴 글쓰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등 내는 족족 히트를 쳤습니다.

글 잘 쓰는 것도 복입니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작가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입니다. 마치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숙련된 운전자를 보는 것처럼. 음치와 박치가 가수 뺨치게 노래 잘하는 실력자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며칠 전 강원국 작가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글쓰기 강연하는 걸 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비법을 전수했는데요. 비법이란 다른 게 없습니다. 우선 쓰고 보는 겁니다.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쓸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의 마지막 한 줄 명언에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세상은 책을 쓴 사람과 쓰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질 것이다.”
<최강1교시> -강원국 '100세 시대의 책 쓰기' 강연 중
최강1교시 강원국 작가의 '100세 시대의 책 쓰기' 방송화면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회식 등 다중 모임이 금지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해 독서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핸드폰과 텔레비전, 태블릿PC에 떠밀려 ‘찬밥신세’였던 도서와 출판시장이 재도약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글쓰기가 밥을 먹여 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저는 이미 ‘글로생활자’이지만, 직업으로 쓰는 글(기사)과 재미로 쓰는 글쓰기는 성격상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든, 브런치든 글을 쓴다는 자체가 즐거운 시간입니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면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 하고 씁니다. 기왕이면 재밌게 쓰고 싶은데, 유머 감각이 넘치지 못해 주저리 주저리 떠들 따름입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매일 하나둘 써 놓은 글이 모이고 쌓이면 언젠가 한 권의 책이 탄생하겠죠. 그렇게 따지면 저 같은 기자는 은혜받은 직업입니다. 밥(돈)까지 먹으면서 쓰고 싶은 글을 날마다 쓰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출간한 전자책 <나와 당신의 삶에 묻다> 인세를 받았습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묘했습니다. 나도 이런 걸 받을 수 있구나, 할 있구나.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각오를 새겼습니다.


기자 출신인 김훈 작가는 작업실 책상에 필일오(必日五)를 써 붙여 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원고지 5장을 쓴다고 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하면서 규율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하루 원고지 20장씩 규칙적으로 쓴다고 합니다. 더 쓰고 싶어도 20장에서 멈추고, 잘 안 써지는 날은 어떻게든 20장을 채워 규칙을 깨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흔을 넘긴 두 거장이 ‘작가’로 버티는 힘은 그런 원칙과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 아닐까요? 앞으로 세상은 글을 쓰거나, 쓰지 않거나로 정리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도 원고지 10장을 쓰며 적금을 붓습니다. 이자로 두 번째 책이 나오는 날을 꿈 꾸며.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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